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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piration Feb 23. 2023

나의 첫 조카

동그란 마음

 나는 원래도 아기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아기와 강아지 같은, 귀엽고 무해한 존재들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 한구석에서 핑크색 행복이 방울방울 터져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입가에 흐뭇한 웃음이 번지고, 날 한 번만 쳐다봐 주길 바라며 평소보다 한 톤 높은 목소리로 ‘오잉 또잉 울래렐레 까꿍’ 같은 알 수 없는 소리로 그들에게 말을 건네곤 했다.


 그러던 작년 4월, 첫 조카를 만났다. 태어나서 처음 본 신생아는 당황스러울 만큼 작아서, 순간 아기가 어디있는지 몰라 허공에서부터 바닥으로 시선을 헤맸다. 손바닥만 한 아기가 내 베개 두 개만 한 이불에 고이 누워있었다.

 처음 보는 이 아기가 내 조카라는 사실이 와닿지 않았고, 약간 낯설기도 했다. 언니의 배에서 나왔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다. 연약하고 작은 새 같아서, 안으면 부러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시작된 새벽의 나날들. 아기는 당연히 자주 울었고, 그 이유도 당연히 알 수 없었다. 아기는 밤과 낮이 없어 자다 깼고, 두세 시간에 한 번씩 우유를 마셨다.  

 아기 엄마가 된 언니는 수유와 함께 매일 하루를 시작했다.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육아에 필요한 숙제의 연속이었다. 아니 이 시기에는 하루가 끝난 적이 없었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충격적이었다. 이 힘들고 어려운 걸 왜 기초 교육 과정에서 제대로 안 알려주는가? 수정부터 출산까지의 과정만 이론에 맞게 배웠을 뿐, 실제로 일어나는 과정들을 눈으로 보고 들은 건 처음이었다. 육아가 힘들다는 걸 익히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현실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지나고보니 이 시기에 부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처음 겪는 것에 대한 두려움, 불안이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 시시각각 대처하면서 상당한 에너지 소비와 스트레스가 따라온다. (이렇게 적으니 출산 후기 같지만, 육아에 일부 참여한 초보 이모의 감상일 뿐이다)


 그렇게 하루, 이틀, 몇 개월이 지나다 보니 어느새 아기는 눈도 맞춰주고, ‘같이 논다’는 표현을 쓸 수 있게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보지 않으면 보고 싶고 궁금했다. 내 몸이 피곤해도 조카가 좋아한다면 뭐든 괜찮았다. 이 시점부터 조카에 대한 내 마음이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첫 만남부터가 그 시작은 아니었다. 함께한 날들이 겹겹이 쌓여 깊은 마음이 되었다.


 조카는 잠시라도 누군가가 자신을 봐 주지 않거나, 눈을 맞추고 있다가 사라지면 엉엉 운다. 관심을 받고 소통하기 위해 소리를 내기도 하고,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도와달라고 울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이 마냥 귀엽다. 누군가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본능적으로 사랑을 찾고 감정을 표현하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인간의 근원이 성악설이냐 성선설이냐 중에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태어날 때부터 사랑 없이는 절대 살 수 없는 존재인 건 분명하다.


 사람은 사랑으로부터 탄생하고, 사랑을 원하며 자라고, 사랑을 주고 느낄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조카를 보며 배우고 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겪어보지 않으면 와닿지 않는 것들이 있다.


 한 살이 채 되지 않은 조카가 알려 준 사랑 덕분에, 나는 마음에 사랑을 가득 품은 동그란 사람이 되기로 다짐해본다. 나의 구석구석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 모서리들을 깎아내기를. 동그란 마음을 언제든지 조건 없이 곁에 내어주는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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