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인사를 하는 법
좋은 인사는 무엇인가요?
드라마 라이브에서는 젊은 시보와 늙은 사수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다. 나이차가 나는 둘은 티격태격 싸우며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나온다.
아빠와 딸처럼 서로를 챙기는 모습은 내가 모셨던 부장님을 보는 듯했다.
기존에 있던 팀장이 급하게 회사를 떠나면서 팀을 통솔할 수 있다고 지목된 사람이 부장님이었다. 부장님은 일 년간 나의 팀장이었고 연배가 한참 높았다. 드라마에 나오는 늙은 사수와 젊은 시보의 나이 차이가 우리와 비슷했다.
부장님은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라 업무지시도 간단명료했다. 네가 끝까지 남아서 해주고 가야 해! 하고 나보다 먼저 퇴근하실 때는 야속 한마음도 있었다.
다음날 결과물에 대해서는 수고했어 딱 네 마디를 멋있게 하시는 분이었다.
내가 옆팀과 협업하다 깨지는 날에도
<갸가 그런 마음으로 그런 게 아니다>라고 내편을 자처하셨던 부장님은 나를 따로 불러 내가 깨진 이유에 대해 차근히 설명해주셨다. <네가 그렇게 말하는 게 상대가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잖아. 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오너라>
팀을 옮겨 늦은 야근에도 전화가 와서 왜 딴 팀에 가서 그 고생을 하고 있냐며 힘내라고 전화도 따로 주신 분이었다.
팀장님은 내 연배의 딸이 있으셨고
회사의 젊은 구성원 중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본인에게 아들뻘인 팀장들에게는 00 팀장이라고 부르는 게 아닌 00아 그래서 어쩔 것이여 하며 정겹게 직원을 부르기도 하셨다.
난 모르겠다. 누가 보기에는 버릇이 없다 해도
<밥 드셨어요? 나랑은 언제 먹는데~>라는 말로 안부 인사를 했었다. 부서가 달라지고 자리가 바뀌니 자주 인사를 드릴 일이 없었다.
갑작스럽게 어제 회사를 떠나시겠다고 하며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안 하고 가겠다 하셨다.
자료를 받으러 가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아 가지 마요 더 있어요 왜 가요 나랑 더 있어요>
<나는 이제 집에 가야지>
<가지 말지 가지 마요 좀 더 계시면 안 돼요
가면 우 리언 제보는데요 나 결혼할 때 봐요?>
<그러겠지?>
부장님 자리에는 짐이 다 쌓여있었다.
회사 사람들 다 부장님 떠나는 걸 모른다.
나만 부장님을 따라가서 엘리베이터에서 마지막 인사를 한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올 동안 부장님이랑 눈을 마주치는데 기분이 슬펐다.
울려고 한 건 아닌데 눈물이 이미 흐르고 있었다.
<왜 우냐>
눈물이 마구 흘렀고 마음속에 있는 얘기가 절로 흘러나왔다.
<내일부터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슬퍼요>
부장님 가시는데 괜히 마음 안 좋게 한건 아닌가 했는데 눈물이 멈추지가 않았다.
<만나면 다 헤어지는 법이야>
부장님이 울고 있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떠나신다.
<내 결혼식 때 와야 해요>
<오냐>
<아프면 안 돼요>
<오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가시는 부장님을 보고 손을 흔든다.
자리로 돌아와서는 안 울은 척 다시 업무에 집중한다.
오늘 내가 모셨던 나의 두 번째 팀장과 헤어졌다.
떠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인사를 하는 법.
어떻게 하면 좋은 인사를 할 수 있는지.
나 관리법에 적어보지만 헤어지는 일은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