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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추임새 Aug 01. 2021

부장님과 한번 싸우니 더 친해졌다.

그렇다고 자주 싸우자는건 아니고..


그렇게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후,

김부장은 내게 회식을 제안했다.

신기한건 사람들이 김부장과 나의 관계가

독대를 못할만큼

서로 앙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부장이 나에게 언성을 높이기라도 하면,

A직원이 제때 서류를 안줘서 마감기한을 못지키게 된

일때문인데 A직원이 나를 오히려 걱정했다.

그냥 기한 맞춰 주면 될 일을...

내가 대신 욕먹는다는걸 A직원은 진짜 모르는 듯 했다.


직원들은 우리 팀을

항상 싸움이  일어나는 문제의 부서로 만들었다.

그리고 대표에게 김부장의 성질머리를 보고하며

사내정치로 이용하고 있었다.


나는 사내정치의 사짜도 모르는 김부장에게

<팀장님..그냥 조선시대 선비로 태어나시지 그러셨어요.

저 같은 팀원만나 무슨고생이세요..>라고

얘기하면 김부장은 묵묵히 우리 팀의 일만 진행했다.


그때문에 관리팀의 기능을가진

우리팀이  선두로  업무를 제일 잘 준수했고

타팀을 끌어오게끔 하는 관리팀의 역할을 미미하게 보였다.

보고서를 만들때는 2주간의 야근에 힘들었지만

그만큼 성과가 확실히 보여 말그대로 일할 맛이 났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잔정에 약했던 내가

다른 사람을 돕기만 해줬던 내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김부장과의 싸움으로인해

직원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무조건적으로 도움을 주는게

반대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닌

내 귀중한 시간을 버리고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 줄다리기를 이용할 줄 알아야했는데

역으로 나만 이용당하는지도 모른채

상대를 도우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김부장과의 싸움이 없었다면 질질끌려다니고 있지

않았을까.


사회 초년생들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견디고

회사생활을 버티게 되는걸까.

당시의 나는 참 어렸다.


관계에 칼같은 김부장은

다른팀을 도와주지 말라는 말과

본인 허락을 받고 업무를 진행하라고 수도 없이 얘기했다.

이런 김부장의 스타일에

직원들이 메신저로 김부장 몰래  

나에게 부탁하는 일이 있었고

회사가 회사답다기보단 대학교 동아리 수준이 된 것 같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구지  도와줘야하는 일도 아니었다. 다 내가 업무적으로 만만해서 생긴 일이었다.


'박대리한테 부탁해~'

'박대리가 도와줄꺼야. 그치?'


회식자리에서도 직원들과 상사가 저런 말을 할때면

나는 자괴감이 들었다.

내 팀 업무가 아닌

A부터  C까지 타팀의 업무까지 내가 다 하게 되는 상황이.

내가 팀에 속한건지

정체불명의 포지션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각 팀의 막내가 있는데도 그 팀 업무를 시키지 않는다면

나는 막내보다 더 낮은 사람인것인가.


몇년간 '네. 도움드리도록 하겠습니다.'하던 내가

참 바보같이 느껴졌었다.


그러면서 회사 전체적으로 봤을땐,

다같이 도움이 되는일인데 나정도의 희생이야 뭐

아주 잠깐이지 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좋든 싫든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이 생겼으나

억울한 감정이 가장 컸다.


이런 자괴감은 나만 느끼는게 아니었다..

김부장이 나와의 회식자리에서

타팀과 상위권자가 나를 아무렇지 않게 다른 업무를 사용하는 것에 큰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고

나에게 고백한 것이다.


어릴 때는 싸워야 더 친해진다는 말처럼,

김부장과 나는 몇번의 싸움과 전쟁끝에

필터링 없는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언급한 싸움외에도 몇번의 언쟁도 조금씩 발생했다.

다만 그날 다 풀었고 미워하는 감정보단

내가 정신을 더 차려야하지 하는 긴장감을 가졌다.


그렇다고 자주 싸우자는건 아니지만

나는 김부장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게 된 것같다.


<팀원이 자기 팀장을 도와야지.

왜 다른팀 실적 오르게 다른 팀장 도와주고 있습니까!>


김부장의 외침이 처음에는 억울했다.

작년에 모셨던 팀장을 어떻게 무시하냔말이다...

서로가 대화하는 방법이 달랐던 것이다.

<제가 30분만 쓰면 저  팀 업무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 제가 전임자라 잠시 도움을 줘도 될까요?>

잔소리 듣는다고 억울한 감정을 먼저 표출하지  말고

팀원이면 팀원답게 대답했어야했다.


처음 이 시리즈를 쓸때 세대간의 이 간극에 대해 좁히는데 도움이 되고자 글을 썼다.

그런 회사 때려쳐요가 아닌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던 내 마음이 더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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