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사팀으로 가게 된 이유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저처럼 회사생활에서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아직도 고군분투하는 90년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희망은 세대차이를 극복하고 이렇게 김 부장을 모시는 저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간격이 긍정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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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에 인원이 급격히 채용되면서 부족했던 자리를 만들어야 했다. 회사가 이사하기 2달 정도만 다른 부서의 빈자리로 옮기는 것이 임시 대책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 팀에서 두 블록 정도 떨어진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팀장님께 보고를 하러 가려면 부서를 두 개나 지나야 해서 전화로 업무를 주고받았다. 퇴근을 하실 때에는 멀리서 손만 흔들기도 했다.
내가 원했던 영업직과는 다르게 난 영업팀에서 따온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TF팀에 배치되었다.
내 커리어는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부서를 옮기기 전후로 대표님과는 사사건건 부딪혔었다. 사람들은 나와 대표님 사이를 기름과 기름이라고 표현했다. 펄펄 끓는 기름에 자기주장 강한 또 다른 기름이 들어가니 그 기름이 100도로 올라가는 거라며 그럴 땐 아예 부딪히지 않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표님과는 영업을 할 거냐 경영 지원을 할 거냐로 몇 달을 옥신 간신 하다가 임시 방안으로 TF팀에 들어오게 되었다. 영업팀에 들어가고 싶었던 나는 언젠가 영업팀이 될 것이라는 꿈을 꾸고 간간히 그들의 일을 도왔었다.
퇴근을 하고도 영업팀원들과 남아 서류를 만지던 나,
하지만 이게 나의 팀이 아니고 그들의 일이다 보니 업무가 자기 주도가 될 수 없음에 좌절했다.
또 일을 자주 도와주다 보니 자꾸 일이 당연스럽게 넘어와 영업팀과 부딪히는 일이 생겼었다.
그렇게 내 정체성은 뭐지 항상 고민을 하다 시간이 흘러갔다.
나는 영업팀에 돌아갈 수 있나?
영업팀에 가면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해서 실적을 만들 수 있는지와 같은 딜레마에 빠졌다.
그때, 김 부장이 나타난 것이다.
내가 답이 안 나오는 이 혼돈 속에서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김 부장이 나타나 솔루션을 던진 것이다.
그때만 해도, 우리 둘은 우리가 지겨운 인연이 될 것이라는 걸 아무도 몰랐다.
내가 기억하는 김 부장의 첫 모습은 연극배우였다.
우리의 첫 만남은 내 출장이 끝나고 오랜만에 회사에 복귀해서였다. 해외에서 손님이 왔고, 나는 통역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손님들과 일주일 일정으로 지방과 서울투어를 소화했다. 오랜만에 들어간 사무실에선 드디어 인사 팀장이 왔다며 인사를 드리라고 얘기를 들었다. 그는 마흔 초반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자기 관리가 깔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김 부장은 연극배우 말투를 사용했다. 연예인 이다도시가 불어 발음 때문에 한국말에 멜로디를 넣어 말하듯이, 김 부장도 그만의 특유의 무대에 올라가서 연극하는 듯한 말투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무슨 얘기를 하면 진심이 아닌 연기를 하고 있는 듯했다.
김 부장과 대회의실에서 면담을 하는데, 그 말투에 나는 적응되기도 전에 솔루션을 김 부장은 던졌다.
"지금 있는 부서는 TF팀이기 때문에 내년 초에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체가 될 예정입니다.
그때 이미 시간이 지나서 본인의 커리어를 정비하는 거보다 지금 인사팀으로 넣어와서 새로운 일로 경력을 쌓는 건 어떤지 생각해보세요."
김 부장이 내민 솔루션은 자기 팀원으로 부서를 옮기라는 것이었다.
김 부장의 말을 들은 순간,
난 영업팀에 들어갈 수 없겠다.
이건 틀림없이 대표님의 지시일 수도 있어.
TF팀이 사라지면 회사 옮길라고 했지.. 와 같은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 회사를 남아야 하나 한번 저질러봐야 하는 고민에 나는 하루 고민 만에 답을 내렸다..
3달만 다녀보고 아니면 때려치우자. 3달을 다녀도 모르면 1년은 해보자. 1년 정도 투자하는 건 나쁘지 않잖아.
하지만 그땐 아무도 몰랐다. 김 부장의 연극이 3달 뒤에 끝나게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