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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aengwriting Feb 17. 2021

호주 고등학교 졸업식

아들 하나 키운 이야기

마지막 수업 후


마지막 수업을 마친 12학년 학생들은 학교에서 내려오는 전통적인 관행으로 모두 바닷가로 몰려가 교복을 입은 채 바다로 뛰어들었다. 아이들은 마지막 수업을 끝냈다는, 교복도 마지막 날이라는 홀가분함과 시원함에 즐겁고 신이 났지만 가끔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아이들의 단체 행동으로, 교복이 눈에 띄니 눈살을 찌푸리기도 걱정 소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들을 지켜보며 떠오른 단어가 하나 있었다. '책걸이'였다.


호주는 초등학교 입학 전인 프리스쿨부터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내내 교복을 입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12년에서 13년 동안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닌다. 그리고 아들 때는 그중 5년 동안은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녔다. 지금은 7학년부터 고등학교라 6년 동안 고등학교 교복을 입어야 한다.


그래서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학교에서 내려오는 관행으로 교복 입은 채로 바다로 뛰어 들어가는 전통은 예전 책을 한 권 떼고 나면 책걸이 하듯 교복을 벗기 전 마지막 의식을 즐겁게 한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 교복걸이, 교복씻이 같은 말이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식 준비


모든 시험을 끝내고 홀가분해진 12학년들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졸업식 준비에 돌입했다. 나의 경험상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식은 참석만 하면 가능했지만 호주에서는 졸업생들이 직접 졸업식 행사를 준비해서 가족과 친척들을 자신의 졸업식에 초대하는 공연 예술 행사로 준비되는 졸업식이었다.


졸업 행사에는 누구나 자신의 재능을 혼자 또는 친구들과 어울려 보여 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졸업생 한 명이 3가지씩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지만 그해 너무 많은 신청으로, 공연 시간상 한 명에 하나 정도 할 수 있게 기회가 주어졌고 거기에 학교 밴드부, 합창부, 무용부, 연극부에서의 공연이 추가로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졸업식은 한마디로 공연 종합 예술의 장이었다. 그래서 아들은 학교 밴드부 공연과 몇 선생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악기 연주를 준비했고 거기에 12학년을 대표하는 마지막 스피치를 준비했다.


졸업식이 있는 날 오전 12학년 졸업생들은 졸업식 행사가 있는 아트센터에 먼저 모여 마지막 리허설을 하며 학교에서 준비한 바비큐 점심을 먹으며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런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졸업식에 맞는 옷을 갈아입고 졸업식이 있는 아트 센트로 다시 모였다.




졸업식 전 아트 센터 앞에서

졸업식장에 도착하니 이미 아트센터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졸업식 행사 참가는 12학년 졸업생을 제외하고는 모두 졸업식 티켓을 사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아트센터에서 하는 졸업식에는 좌석에 제한이 있어 우선 졸업식 티켓은 졸업생 한 명당 3장씩 먼저 팔았지만 티켓을 구입 못한 사람들이 많이 생겨 걱정 소리가 생겼다. 하지만 그날 도착해보니 친척이나 친구들은 졸업식 참가는 못하지만 그전에 미리 와서 아이들을 축하해주고 사진을 찍고 돌아가는 것으로 대신했다. 하지만 나는 학생 회장 아들을 둔 덕분에 티켓 걱정도 좌석 걱정도 할 필요가 없이 학교 측에서 이미 무대가 잘 보이는 중요 자리를 내주었다.



졸업식 시작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라는 안내 방송에 맞춰 모든 사람들이 공연장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 뒤를 돌아보니 3층까지 빈자리 없이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었고 자리를 미처 구하지 못한 어린아이들은 복도까지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7시가 되자 공연이 시작되면서 공연장 안의 불이 꺼지고 무대에 불이 밝혀지며 스쿨 캡틴 아들의 인사말로 졸업식 행사가 시작되었다.


졸업식 행사는 시작부터 한마디로 감동의 쓰나미를 계속 몰고 왔다. 밀려오고 밀려만 오는 큰 감동으로 마음이 쉽게 졸업생들과 융화되어 웃고 울었다. 졸업생들이 모두 함께 졸업식을 멋지게 이뤄낸 것부터 감동이었고 자신들의 숨은 실력을 많은 사람들 앞에 발표함으로써 앞으로 미래에 대한 힘찬 의지와 도약을 보여주어 감동적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공연 예술이 4시간 동안 진행이 되면서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졸업생 이름을 부르며 졸업장을 나눠줄 때 큰 무대 화면에 고등학교를 처음 입학한 8학년 때 모습과 12학년 졸업 사진을 함께 보여주었다. 8학년 때 어린 모습과 비교되는 12학년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아이들 이름이 불러질 때마다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그중 나의 아들 사진도 8학년 때와 12학년 때가 완전히 달라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의 웃음을 주었다.


졸업생 대표 스피치


제일 마지막 순서로 아들의 스피치가 있었다. 아들은 졸업생을 대표하여 마지막 스피치를 하면서 나뿐만 아니라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은 감사함을 그리고 미래로 향하는 친구들에게 힘찬 응원의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모두를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그날은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한 뜻으로 마침표를 찍었고 새로운 시작에 환호성을 질렀다. 스피치를 마침으로 노래가 흘러나왔고 그 노래에 맞춰 모든 졸업생들이 일어나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러면서 그 노래와 춤에 맞춰 서로 얼싸안고 즐기는 모습에 관중도 모두 일어나 졸업생들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내며 그들의 앞날에 힘찬 응원을 보냈다. 행사로 보낸 총 5시간동안 모든 것이 너무 자유롭고 완벽하고 아름답기까지 했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고등학교 졸업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소름이 돋았다. 졸업식의 의미를, 고등학교를 마치고 성인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의미를 아주 잘 전달해주는 아름다운 끝맺음이었고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한여름의 멋진 졸업식 밤이었다.






졸업식을 마치고


밤 12시가 거의 다 된 시간에 모든 행사가 끝이 나서 밖으로 나온 아이들은 서로 다시 한번 인사하고 껴안으며 눈물을 흘리며 작별을 했다. 지켜보며 사진 찍어주다 나까지 눈물이 나서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이 보낸 12학년이 최고의 한해였다고, 멋진 졸업식이었다고, 서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미래를 응원해주는 웃음과 작별의 울음을 함께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그 날밤 아이들을 지켜보며 덩달아 울고 웃었던 풍요로운 감성적인 밤이었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고등학교 친구들 (부록)


아들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다양하다. 초등학교부터 같이 다닌 친구들부터, 악기를 다루는 친구들 그리고 공부로 대학을 가겠다는 친구들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특히 11학년 때부터 대학을 가고자 하는 친구들에게 아들은 수학 C와 물리를 수업 전후로 보충 설명을 해주며 경쟁하지 않고 그들을 모두 끌어주며 함께 공부했다.


위의 사진에 있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테이런은 가장 오래된 아들의 친구 중 한 명이다. 어릴 적부터 드라마 퀸 기질이 다분해서 나는 이 아이는 커서 연기 쪽으로 진로를 정할 줄 알았다. 그렇게 초등학교부터 쭉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니고 졸업해서 지금 테이런은 프로페셔널 사진작가로 활동을 하고 있고 나의 아들은 의사로 일하고 있다.


아들은 공부의 양이 많은 의대로 가면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다 만날 수는 없었지만 지금까지 한결같이 좋은 만남을 가지며 똘똘 뭉친 친구 7명이 있다. 이들 모두 다양한 분야 약사, 박사 과정, 변호사, 세일즈맨, 피아니스트, 호텔리어, 의대 2학년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 학생 부회장이었고 지금 변호사로 일하는 제럴드가 고등학교 졸업 4년 후, 아들의 21살 생일 파티에 참석해 그때 모인 모든 사람들 앞에서 한 스피치가 생각이 난다. 자신의 마음속에 오직 스쿨 캡틴은 나의 아들이며 모든 면에서 넘볼 수 없는 인격과 재능과 리더십을 가진 캡틴으로 자신의 마음속에 영원한 캡틴으로 사라지지 않고 있을 거라는 말을 했다.


이들 말고 그해 졸업한 아들의 친구들은 더욱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살고 있다. 카지노 딜러인 친구, 작은 가게를 직접 운영하는 친구, 우체국에 다니는 친구, 건축일을 하는 친구, 전기 기술자, 타일러, 에어컨 기술자, 치과의사, 부동산 중개인, 기획자, 웨이트리스, 카페 운영, 바리스타, 물리치료사, 간호사, 가정주부 등 다양한 분야로 퍼져나가 활동하며 모두 멋지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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