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겨울의 끝. 향기로운 습관
그렇게 오랫동안 유자차를 마셔 왔지만, 열매가 달린 나무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흡사 열매가 레몬이라고 해도 믿을 것 처럼 이국적으로 생긴 유자나무는 제법 늦게까지 열매를 잘 매달고 있었다. 초겨울 매서운 바람에도 여전히 푸르른 제주. 넘실대는 잎사귀 사이사이로 향긋하고 청량한 향기가 가득 뿜어 나오던 순간. 유자처럼 있는 것만으로 존재감이 뚜렷한 과일은 드문 편이다. 커다란 방 안에 한 개만 놓아 둬도 향기 하나만으로 어디에 있는지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으니. 향기만큼이나 강한 신 맛은 한 번만 맛보면 그대로 먹을 수 없는 과일임을 실감케 해준다. 언제부터 마셨는지 알 수 없지만, 의례 겨울이 돌아오면 우리 집 냉장고에는 언제나 한 손으로 잡기는 조금 버거운 유자차병이 있었다. 밖에서 돌아와 목이 따끔거릴 때면 엄마는 머그컵에 뜨끈한 유자차를 질리도록 달게 가득 타 주시곤 했었다. 유자란 의레 그렇게 겨울이 끝날때까지, 목이 따끔거릴때면 달고 사는 향기로운 습관에 가까웠다.
늘 마시기만 해 온 유자를 다양하게 먹을 수 있게 된 첫 번째는 파운드케익이 아니었나 싶다. 파운드 케익 또는 머핀의 부드럽고 단단한 살결에서 풍겨나는 시트러스 계열의 향기는 한겨울에도 싱그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가장 고소한 방법인 셈이니까. 늘 뿌리던 레몬 아이싱이 지겨워 유자 마멀레이드를 넣었던 그 날. 우리는 새로운 유자 파운드를 만나고 말았다. 파운드 케익의 발견은 머핀과 스콘으로 이어졌고, 결국 겨울이면 유자마멀레이드라는 손 많이 가는 작업을 탄생시키고야 말았다. 생과를 그대로 추출해내는 청보다 싱그럽지는 않지만, 달콤하고 씁쓸한 향기를 진하게 배여 들게 하는데는 이만한 방법이 없다.
유자 마멀레이드
Yuzu Marmalade
Ingredients
유자 5~6개
설탕은 손질한 유자 껍질과 즙, 알맹이 총합의 1/2
Method
1) 유자씻기 : 껍질 채 사용하므로 표면에 베이킹소다를 문질러 식초물에 넣어둔다. 흐르는물에 잘 헹궈낸 뒤, 물기를 잘 말려주기.
2) 유자를 2등분해서 자른 뒤 수많은 씨를 빼내고, 까서 속의 알맹이와 껍질을 분리한다.
3) 껍질을 잘게 채친 후, 껍질중량과 처음 분리한 유자 속 알맹이와 즙의 중량을 합쳐 계산하고, 그 절반 분량의 설탕을 준비한다.
6) 냄비에 채친 껍질과 유자 알맹이, 즙과 분량의 설탕을 모두 넣고 잘섞은 뒤 중불로 끓여주기.
(잼처럼 더 잘 발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면 6)을 한번 믹서로 갈아서 끓이면 된다.)
7)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면, 약불에 놓고 졸여주다가 점성이 생기면 불을 끄고 소독한 용기에 담으면 완성.
* 설탕량이 절반밖에 들어가지 않아 당도가 낮고,
보존료를 넣지 않았으니 냉장보관하면서 1~2달 안에 먹는 것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