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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Feb 24. 2018

Roasted Strawberries

딸기가 넘치는 날이면

맛있는 딸기는 언제나 부족해. 결국 빨간 대야에 파는 딸기를 사게 된다. 올 봄에는 마음껏 딸기를 먹겠다고 생각하는 날이면 작은 팩에 든 딸기는 보기에도 한참 모자라기 마련이다. 눈 앞에서 잘라 주는 시식용 딸기는 한 없이 달콤하고 시원하기 짝이 없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하루종일 미세먼지에 치이고 건조했던 피부에 이 정도 과일과 비타민은 먹어줘야 한다는 합리화가 절정에 다다를 쯤이면 커다란 박스나 대야에 담긴 딸기에 손이 가고, 두 손 가득 딸기만 사들고 오는 만행(?)을 종종 저지르게 된다. 



집에 와서 포장을 열고 맨 윗층의 커다란 딸기를 정신없이 흡입할 때까지만 해도 이 행복은 유지되는 편이다. 그런데 한층의 딸기가 걷어지고 나면 때로는 조금 덜 익은 푸른 딸기나, 흰 옷입은 딸기들 그리고 생각보다 덜자란 작은 녀석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혹은 정신을 차려보면 밍밍할 정도로 단맛보다 시원한 맛만 가득한 딸기를 만나기도 한다. 비극은 이제부터인 걸까.



언제나 제철 과일은 넘친다. 특히 과수원집 딸은 그 넘친다는 의미를 온 몸으로 알고 있다. 아무리 팔고, 먹어도 남고, 아무리 나눠줘도 어지간히 남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버리지 않으려면 가공을 할 수 밖에 없다. 잼도 만들고 식초도 담고 시럽도 만들고. 



남은 과일에 이렇게 품을 많이 들여 가공하기 어렵고, 그냥 생으로 먹기도 힘들 때 쓰는 비법이 하나 있다면 바로 '굽는 것'이다. 오븐에서 잘 구워 표면이 자연스럽게 갈색으로 캬라멜라이즈 된 과일의 맛이란!  한번만 구워보면 군고구마와 군밤만 맛있는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오븐에 구워 적당히 그슬리면 달콤함은 더욱 농축되고, 구수한 맛이 더해져 과일 본연의 맛이 진해진다. 다행인 것은 생과일의 당도가 조금 떨어져도 이렇게 구우면 맛있어진다는 점이랄까. 그냥 먹기 너무 심심한 딸기처럼 구워 제대로 맛을 올릴 수 있는 과일도 드물다는 말일 수도 있다. 그래도 너무 딸기의 맛이 약하다면 굽기 전에 표면에 설탕을 약간씩만 뿌려주자.  



이 많은 딸기를 구워서 다 어디에 쓸 것인가. 구운 딸기는 설탕량을 맞춰 냄비에 넣고 졸이면 기존의 딸기잼과는 향과 맛, 색이 다른 잼이 된다. 굳이 잼까지 만들고 졸이기 귀찮을 땐, 토스트로 얹어 먹어도 좋다. 이탈리아에서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이런 구운 딸기와 견과류를 올려 함께 즐기는 편이고, 더 쉽게는 요거트 볼에 올리기 좋다. 대표적 브런치 메뉴인 와플이나 팬케익, 크레페에 올려 주면 예뻐서 좋고 맛은 더욱 잘 어울린다.  



Ingredients (4인분) 

구운 딸기 : 딸기 450g, 설탕 2큰술 

토스트 : 2cm 두께로 자른 빵 4장, 무염버터 약간, 소금 약간 


Method (시간 30~40) 

1) 분량의 딸기를 꼭지 제거하고 반으로 잘라 준비합니다. 

2) 손질된 1)의 딸기를 볼에 넣은 뒤, 설탕 2큰술을 넣고 살살 뒤적여 줍니다. 

3)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 잘린 단면이 위로 올라가도록 설탕에 굴린 딸기를 올려 20분 정도 구워줍니다. 

4) 토스트할 빵 한 면에 무염버터를 살짝 바르고 가볍게 소금을 뿌려 오븐 그릴에 노릇하게 구워줍니다. 

5) 구워낸 빵을 살짝 식힌 뒤, 구운 딸기를 올려줍니다.

* 딸기만 올리기 섭섭할 땐, 슬라이스 치즈나 크림치즈를 발라주면 든든한 딸기 치즈 토스트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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