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키쉬
Sweet potato quiche with spring herbs
"First day of spring or last of winter" - by Ron Padgett
봄의 첫 날, 혹은 겨울의 마지막 날. 시인의 말처럼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아직 겨울이 다 지나간 것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입맛이 제일 먼저 달라지기 시작한다. 공기 속에 미세하게 떠돌기 시작한 새로운 계절의 기운을 놓칠세라 코끝부터 온 몸의 감각들이 예민해지고. 부드럽던 밀크티가 조금은 텁텁하게 느껴질만큼 까끌해진 입안 속에서 이미 시작된 첫 날의 봄. 향긋한 봄내음 생각이 슬슬 나기 시작한다면 달걀을 사러 가야겠다. 입 안 가득 부드럽게 부스러지는 계란 속에 향기 가득한 봄나물을 맛볼 수 있도록, 봄날의 키쉬를 구워야 겠다.
처음 마르쉐에서 이 키쉬를 선보일 때 했던 설명은 '프랑스식 달걀찜'이었다. 프랑스 로렌지방의 키쉬인 키쉬 로렌(quiche lorraine)이 제일 많이 알려져 있는데, 타르트 판에 치즈와 베이컨을 올리고 달걀과 생크림을 섞은 물을 부어 오븐에서 구워내는, 일종의 속이 들어있는 에그 타르트로 보면 된다. 프랑스에는 지역별로 다양한 키쉬 레시피가 있고, 기본이 되는 달걀과 생크림에 취향에 따라 어울리는 재료를 추가해서 즐길 수 있다. 막 구워내 따뜻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즐길 수도 있고, 한 나절쯤 식혀두어 그 재료의 맛이 온전히 어우러진 상태에서 차게 먹기도 한다.
키쉬의 밑판을 꼭 타르트로 만들어야 할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 인시즌 식의 고구마 키쉬다. 바닥에 밀가루 반죽으로 판을 구워내지 않고 삷은 고구마를 3~5mm 두께로 썰어 오븐 용기 바닥에 깔아주었다. 이 고구마층이 구워지면 밀가루 판 없이도 키쉬의 전체의 틀 역할을 해 준다. 고구마 틀 위엔 시금치 혹은 봄나물을 올린다. 요즘엔 냉이부터 달래, 취나물, 참나물, 깻순 등등 갖은 봄나물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취향에 맞는 봄나물을 골라 깨끗이 씻어 잠깐 물에 데친 뒤 꼭 짜서 잘게 썰고, 키쉬의 틀 안에 넉넉하게 펴서 올려준다. 그 위에 양파와 베이컨 볶음을 올리고, 윗면 장식용으로 가지나 양송이 슬라이스를 올려주면 완성. 차례로 속재료가 다 들어가면 달걀과 생크림 그리고 우유를 섞은 달걀물로 해당 키쉬 용기를 채워주면 된다. 원래 프랑스식은 달걀에 생크림만 넣는데, 느끼하다면 생크림 양을 줄이고 달걀 비린내를 잡아 줄 약간의 허브(파슬리, 오레가노 등)와 우유를 섞어주면 된다. 이제 오븐 앞에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봄날의 키쉬
Sweet potato quiche with spring herbs
Ingredients
밑판 : 고구마 2-3개
야채 : 데친 취나물 1단 (시금치 및 각종 봄나물_냉이, 달래, 참나물, 깻순 등으로 대체 가능)
키쉬의 속 : 베이컨 4장, 양파 1개, 느타리버섯 1팩
아파레이유 (키쉬를 채워주는 계란물)
계란 4개 + 생크림 125ml + 우유 150ml 비율로 섞어 그릇에 따라 크기를 맞춤
장식 : 가지, 양송이, 치즈, 방울토마토 중 있는 대로 올려 줌
Method
1) 일반 키쉬와 달리 타르트 쉘부분을 삶은 고구마가 대신하는 키쉬이다. 밀가루 대신 고구마를 삶아, 껍질을 벗기고 적당한 두께의 슬라이스로썰어 오븐 용기의 바닥을 고르게 메꿔준다.
2) 데친 취나물 혹은 시금치를 잘게 썰어 물을 꼭 짠 뒤, 고구마 위에 고르게 펴서 올린다.
3) 프라이팬에 베이컨을 구워낸 뒤 그 기름에 분량의 양파와 느타리버섯을 간단한 소금, 후추간으로 볶아준다. 그리고 미리 구워 둔, 베이컨을 잘게 다져다시 양파와 느타리 볶음에 섞어주고, 야채에서 빠지는 수분을 체에 걸러준다.
4) 2)에서 올려준 시금치 위에 3)의 볶음재료들을 고르게잘 올린다.
5) 그 위에 가지나 양송이, 방울토마토, 치즈 등 올려 키쉬의 윗면을 장식한다.
6) 5)에 준비해 둔 계란 물을 부어 채워준다.
7) 170도로 예열된 오븐에 넣고 40-50분간 잘 구워준다.
(표면이 너무 타지 않도록,처음 30분은 호일을 덮어 굽고, 그 후에 벗겨내면된다.)
8) 잘 구워 낸 키쉬는 실온까지 식힌 뒤 맛있게 먹으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