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제주 하귤 저장하기
제주만큼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이제 겨우 꽃잎 날리는 봄날이 시작된 서울과 달리, 일찌감치 꽃핀지 오래.
한 겨울에도 푸르른 섬 답게 거리의 가지마다 자몽만한 크기로 귤이 달린다. 그래서인지 자몽감귤로도 불리는 하귤이 한창인 4월. 이름은 '여름'을 담고 있지만 봄의 한 복판에서 수확이 시작된다. 지난 겨울은 제주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추웠던걸까. 농부님께 올 봄엔 냉해를 입어 수확량이 많지 않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왠지 이대로 그냥 앉아 있을 때가 아니라고, 이런 저런 핑계로 냉큼 제주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나무 가지마다 그득하게 달려있는 하귤을 두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있으랴. 단 한가지 간절한 기도가 있다면 그 날의 날씨뿐이다. 제발 맑은 하늘 아래 하귤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주세요. 바람도 조금만 덜 불면 좋겠다까지 바란다면 지나친 걸까.
1박2일이라 해도 당일치기에 가까운 단촐한 제주 일정. 그 하루를 빼기 위해 뭐가 그리 분주하던지. 비행기 시간을 1시간 10분 남겨두고 연남동 사무실을 나섰다. 아무리 출장이라 해도 봄날 제주로 가는 길만큼은 콧노래가 절로나는 것을 막기 어렵다.
다음날 아침, 서귀포 근교 하귤농원으로 가기 위해 농부님과 '엉또폭포' 주차장에서 만났다. 트럭 짐칸에 실려 지나온 길을 바라보며 좁은 산길을 달리는 기분만큼 자유로움을 만끽할 기회도 드물다.
농원에 내리면 저 멀리 보이는 하귤 나무들. 어릴적 라임오렌지나무 삽화에서 보았던 딱 그 나무다. 그런데 인형처럼 나무의 가지 대비 커다란 열매들을 가지마다 가득 얹고 이고, 보기에도 무거워 보인다. 얼른 저 열매들을 내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의외로 이 열매들은 태풍이 오지 않는 한 8월까지도 끄떡없이 매달려 있다는 말씀. 그런데 문제는 지난 겨울의 추위였던 모양이다. 밭 한 쪽 구석에는 겨우내 다 크기 전에 추위를 못이기고 떨어진 열매들이 작은 동산을 이루며 노랗게 쌓여 있었다.
과일을 저장하는 가장 클래식한 방법은 당장법이다. 달콤하게 제철 과실의 향기와 맛을 병 속에 가두어 들인다. 과일의 맛을 살리자고 덜 달게 만들수록 보관기간이 줄어들고, 오래 두자면 제대로 달아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겨울에 먹을 잼들은 단단히 달게 만들지만, 한 두 달안에 먹을 여름과실잼에는 과일양의 절반도 안되게 설탕을 넣곤 한다.
과일 중에는 살구처럼 유난히 설탕과 만나면 과일의 맛과 향이 뚜렷이 살아나는 과일이 있다. 제주의 유자나 영귤도 비슷한 경우. 하귤 역시 일반적인 감귤과 비교해서는 과육자체만의 당도는 떨어지는 편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껍질의 향기를 살려 마멀레이드나 음료베이스로 가공하면 달라진다. 평범한 감귤주스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매력과 향기를 맛볼 수 있다면 믿어질까. 맛을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
이상한 나라여서 였을까? 앨리스는 찬장에서 오렌지 잼이 아닌 오렌지 마멀레이드 병을 꺼낸다. 잼과 마멀레이드의 실질적인 차이를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정확히는 하귤로 마멀레이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그 날부터니까. 감귤계 과실들은 유난히 그 향기가 껍질에 농축되어 있어 껍질을 과육과 함께 조려 잼을 만들고, 이를 부르는 이름이 마멀레이드란다. 만약에 앨리스가 제주에 살았다면, 오렌지와 가장 흡사한 하귤 마멀레이드 병을 꺼내지 않았을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도 가장 많이 먹는 잼이 딸기잼이지만, 미국식 아침 토스트의 정석은 살구잼 혹은 오렌지 마멀레이드다. 직접 발라 먹어도 좋지만, 파운드 케익 등 다양한 베이킹에 그대로 넣으면 하귤의 알싸하고 화사한 향기를 그대로 녹여낼 수 있다.
하귤 마멀레이드
Summer Citrus Marmalade
Ingredients( 500~600g 분량)
하귤 2개 (약 700g)
설탕 300g
Method
1) 하귤씻기 : 껍질 채 사용하므로 표면에 베이킹소다를 문질러 식초물에 넣어둔다. 흐르는 물에 잘 헹궈낸 뒤, 물기를 잘 말린다.
2) 하귤을 4등분해서 자른 뒤, 까서 속의 알맹이와 껍질을 분리한다.
3) 4등분한 하귤 껍질을 냄비에 물과 함께 넣고 8~10분간 끓여 데쳐낸다.
4) 말랑하게 데쳐진 껍질을 겉 3mm만 남기고 안쪽 흰 부분을 잘라낸다.
5) 냄비에 껍질과 하귤알맹이, 하귤즙과 분량의 설탕을 모두 넣고 잘섞은 뒤 중불로 끓인다.
6)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면, 약불에 놓고 졸여주다가 점성이 생기면 불을 끄고 소독한 용기에 담으면 완성. 마멀레이드가 뜨거울 때 뚜껑을 닫고 거꾸로 놓아 병 속의 공기를 빼준다.
7)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4주까지 맛있게 먹는다.
하귤 스콘
Summer Citrus Scone
Ingredients (총 개 분량)
박력분 250g, 버터 55g, 설탕 2Tbs, 베이킹파우더 1ts, 소금 1/2ts, 하귤 제스트 20g,
우유 100ml, 하귤 즙 50ml 생크림, 설탕 적당량
장식용 하귤 제스트 약간
덧가루용 박력분 약간
Method
1) 하귤의 껍질로는 제스트를 준비하고, 과육부분은 즙을 내어 준비한다.
2) 볼에 분량의 박력분, 버터, 설탕, 베이킹파우더, 소금, 하귤 제스트를 넣고 버터를 콩알 사이즈가 될 때까지 스크래퍼로 다져준다.
(푸드 프로세서나 믹서기에 넣고 버터가 보이지 않게 갈아도 됨.)
3) 2)에 우유와 하귤즙을 넣고 포크로 날가루가 없어질 때까지 반죽한다.
4) 약간의 박력분이 뿌려진 도마 위에 반죽을 길다란 김밥 모양으로 만든 후 지그재그로 잘라 작은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어준다.(기호에 따라 동그란 틀이나 네모난 틀로 모양을 만들어도 됨)
5) 반죽 윗면에 생크림을 바르고 설탕을 뿌린 뒤, 175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18~20분정도 구워 따끈할 때 하귤 제스트를 올려 완성.
* 스콘 레시피 속의 하귤은 한라봉이나, 오렌지로도 대체 가능합니다.
[4월의 테이스팅 / Saturday market]
Where are you going this Satur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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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토요일엔, 어디 가세요?
나날이 따스해지는 봄 바람에 흐드러지는 꽃잎들을 보노라면, 주말엔 어디라도 떠나야 하는 계절입니다. 너무 멀지 않아도, 나무 그늘 아래 푸른 바람만 거닐어도 좋은 그런 날.
이번 주 토요일, 마지막 벚꽃잎이 남아있는 연남동은 어떨까요? 공원길부터 벚꽃길까지, 그리고 그 길 모퉁이에 자리잡은 인시즌 스몰키친에 들러 티한잔 즐기는 시간.
4월의 주제는 하귤, 그리고 티 입니다-
하귤과 하귤시럽, 그리고 하귤 마멀레이드와 하귤 스콘까지.
인시즌 레시피의 맛의 기준을 보여드립니다.
4/14(토요일) 11:00-6:00
연남동 240-54 1층 모퉁이 인시즌 스몰키친
주차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