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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Jun 18. 2018

유월, 산딸기 나무

태어나서 처음으로, 순창에 가면


유월의 로망, 산딸기

산딸기란, 항상 넉넉하게 먹어 본 기억이 없다. 지천으로 넘쳐 물리게 먹을 수 있는 딸기철이 조금 지날 즈음, 시장 과일가게에서 쓰는 가장 작은 됫박으로 놓고 대야에 담은 딸기와 같은 값을 받았으니까. 아무리 졸라도 과일가게에서 사주는 법은 없었다. 엄마의 외출에 따라나선 길가 리어카에서 번데기나 버찌처럼, 그렇게 한 줌씩 고깔에 담아 팔았던가. 빛깔에 홀려 쳐다보다 무심코 한 알을 건드리면 어쩔 수 없이 사야 한다. 엄마에게 등짝을 실하게 맞아도 손 안에 받아 든 산딸기 고깔은 한 대 맞을 값어치가 충분히 있었다. 그 때부터 온통 신경끝은 엄마 손에 뺏긴 그 고깔에 가 있다. 동생에게 한 알이라도 더 줄까 그렇게 신경쓰이고, 귀하게 받은 한알 한알을 입에 넣어 그 신기한 향기를 들이마셨다.



어쩜 그리 반짝반짝, 햇빛에 영롱한 빛깔이 비취면 보석같다고 생각했다. 어린 날 가장 사치스러운 과일이 산딸기였던 것도 같다.


어머님이 누구니

모두가 만드는 딸기잼을 우리까지 만들 필요가 있을까해서 만들기 시작한 것이 산딸기잼이다. 그 후로 몇 년동안 계속 산딸기를 만져왔지만 정작 나무를 보러 농원에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딸기가 나무에 달렸다는 것 부터가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왜 산딸기도 풀이라고 생각했을까? 농원 마당에 달리는 작은 딸기처럼 혹은 소풍가서 만나는 길가의 빨간 뱀딸기처럼, 그렇게 땅에서 자라나는 풀을 기대했건만. 빨간 열매들이 소복하게 가지마다 달려 제법 나무의 모양새를 갖춘 산딸기 묘목들이 가득한 농원의 풍경에 절로 웃음이 났다. 대로변의 창고에서 출발하여 산딸기 농원은 어머니의 봉고를 타고 제법 산자락 어귀까지 들어가야 한다. 비포장도로 위를 질주하는 봉고 안에서 창 밖을 바라보면 길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는 영산강의 최상류라는 말씀. 자꾸 골짜기를 따라 좁은 길에 풀을 헤치고 들어서면 아담한 나무들이 오롯이 모여있는 농지가 나타난다. 반짝이는 열매는 자꾸 손을 타고, 어머님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쉼없이 자꾸 입에 집어 넣으니, 그만 먹고 따 보라며 바구니를 내어 주셨다. 



산딸기 열매가 터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잡고 가지에서 따내면 샛노란 꼭지가 동그란 모양으로 떨어진다. 아, 무심코 또 입에 넣었나보다. 새콤달콤한 맛도 맛이지만, 산딸기에서만 맡을 수 있는 장미빛 향기가 입 안을 가득 채운다. 


라즈베리 말고, 산딸기

산딸기와 라즈베리는 먹는 순서가 중요하다. 반드시 산딸기를 먼저 먹어야만 그 향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그만큼 라즈베리는 대체로 크기도 크고, 신 맛도 그 향도 진하다. 그에 반해 산딸기는 달큰하고 포근한 맛이 나는 편이다. 그렇다보니 잼이라는 저장식품을 만들자면, 라즈베리가 더 편한 편이다. 그럼에도 산딸기 잼을 고집한 것은 라즈베리에서 기대할 수 없는 그 특유의 향기를 살리고 싶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블러드 오렌지는 시칠리아 섬 밖에서 재배하면 완벽한 붉은 빛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왠지 라즈베리잼이 미국의 맛이라면, 어릴적 기억속의 산딸기 고깔을 향기까지 욕심껏 잼 병에 담아내는 것이 우리의 숙제였다. 





산딸기 초콜릿 타르트

Raspberry Chocolate Tart 


산딸기가 마음껏 올라가 있는 진한 초콜릿 타르트는 어린 시절의 오랜 로망. 입안 가득히 산딸기와 쵸콜릿을 먹는 것은 어릴 적 젤리 속에서 헤엄치고 싶다는 생각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상상에 불과했었다. 영화 속 미국식 파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렇게 머리 속으로만 갖고 있었던 로망들이 온통 흘러 넘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올 여름, 한 번쯤은 꿈속에서 본 적도 있는 것 같은 쵸콜렛 타르트를 구워보자. 넉넉한 쵸콜릿 위에서 가득 쌓아올린 산딸기의 진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Ingredients 지름 약 23cm 1개 분량  

초콜릿 파이 반죽 :  

무가당 코코아 파우더 2큰술, 박력분 220g 슈가파우더 85g 소금 1/4작은술 무염버터 130g  달걀1개 

가나슈 파이 필링 :  

잘게 자른 다크 쵸콜릿 3/4 cup, 생크림 1/2 cup, 잘게 자른 무염버터 1큰술, 소금 1꼬집 

산딸기 토핑 :  

산딸기 4컵, 산딸기 시럽 1/2컵 

(산딸기 시럽이 없다면, 산딸기와 설탕을 1:1 비율로 믹서기에 갈아주면 됩니다.)


Method (시간 3~4시간) 


- 타르트 쉘 만들기 

1. 차가운 무염버터는 1cm*1cm로 잘라준다. 

2. 믹서에 가루류(박력분, 슈가파우더, 소금)와 1.의 버터를 넣고 곱게 갈아준다. 

3. 볼에 갈아진 2.를 넣고 달걀을 넣고 반죽 후 냉장고에서 3시간 이상 휴지한다. 

4. 휴지된 반죽에 덧 가루를 발라 0.3cm정도의 두께로 밀어준 다음 타르트 판 모양에 맞춰 올려 잘라준다. 

5. 포크로 바닥에 구멍을 낸 뒤, 반죽 위에 누름판을 올려 예열된 165도 오븐에 15분 굽는다. 

6. 누름판을 꺼낸 뒤 전체적으로 갈색이 나올 때까지 5분정도 더 구워 완성하여 식힌다. 

  

가나슈 필링 만들기 : 

내열 용기에 다크 초콜릿을 넣고, 중불에서 끓여준 생크림을 부은 뒤, 분량의 버터를 넣는다.  

5분간 그대로 두었다가 소금을 넣고 표면이 매끄러워 질 때까지 저어 주면 된다. 

8. 6.의 파이 크러스트에 7.의 가나슈 필링을 채워준 뒤 냉장고에서 1시간 이상 굳힌다. 

9. 8의 파이에 분량의 산딸기 민트시럽을 표면에 넉넉히 발라준 뒤, 산딸기를 올리고 분량의 산딸기 시럽을 적당히 뿌려주어 완성한다. 


* 먹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시럽의 양을 조절해서 파이를 즐겨줍니다. 

* 온도에 민감한 가나슈 필링 때문에 먹고 남은 파이 역시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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