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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Dec 19. 2018

My cheese diary

기억 속 그 치즈.  


치즈란 언제나 주황색 정사각형이었다.



국민 보급형 '서울우유 체다치즈'. 첫인상이란 생각보다 강렬하고, 오래가는 편이다. 특히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 후로 아무리 하얀 치즈들이 나와도 첫 번째 주황색 치즈만을 찾았던 것은 처음 맛본 치즈에 대한 작은 의리 같은 것이었다. 당시엔 '체다'가 치즈의 한 종류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학창 시절, 영원히 풀리지 않았던 미스터리는 맥도널드 치즈버거의 치즈 맛. 슈퍼에서 파는 치즈보다 훨씬 더 짭짤하고 고소한데, 당시 학생의 바운더리에서는 구할 길이 없었다. 두 번째 미스터리는 피자치즈. 피자 위에 올라가 고무줄처럼 죽죽 늘어지는 이것도 치즈라는데, 아무리 먹어봐도 오랫동안 먹어온 주황색 치즈와의 공통점을 찾을 길이 없다. 마지막 미스터리는 피자에 뿌리는 치즈가루, 파마산이다. 누군가 한 명이 뿌리기 시작하면 괜히 따라서 열심히 뿌려보지만, 기대했던 주황색 치즈의 풍미는 기대할 수 없다. 애써 뿌렸으니, 이게 더 맛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던가.



결국 당시 치즈라는 관념을 지배했던 것은, 서울우유 슬라이스 치즈 하나뿐. 유일한 치즈 맛의 기준이었다.



처음 모짜렐라 치즈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대학 시절, 우리나라에 스파게띠아라는 파스타 전문점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세숫대야 냉면의 컨셉을 파스타로 치환한 획기적인 레스토랑이랄까. 커다란 볼에 거진 2인분 파스타를 넣고 2인분 가격에 팔았다. 여자 둘이 오면 그 파스타 하나만을 시킬 수 없어 샐러드를 하나 더 시켰는데 이때 처음 만난 샐러드가 카프레제다. 



제목은 샐러드인데, 풀은 없고 토마토랑 하얀 두부 같은 치즈가 덩어리째 접시에 담겨 나오는 비주얼이 충격적이었다. 처음부터 모짜렐라 치즈 맛을 알았다기보다는 파스타가 너무 배부르니, 샐러드는 양이 제일 적어 보이는 메뉴를 선택한 상황. 토마토와 모짜렐라가 겹쳐진 위를 가로지르는 검은색의 발사믹 글레이즈의 조합은 처음 먹기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무렵부터 외국식 패밀리 레스토랑의 샐러드에서, 그리고 피자의 가장자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모짜렐라 치즈가 서서히 테이블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유 맛이 강한 후레쉬 치즈와의 첫 만남인 셈이었다.



딱히 치즈로 요리를 한다는 개념이 없었다. 너무 좋아하다 보니, 요리를 할 겨를이 없다. 샐러드나 샌드위치에 넣기 전에 보이는 대로 다 먹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만들기 전에 그냥 집어먹기 쉽지 않은 것이 모짜렐라 치즈 정도였다. 스트링 치즈가 나오기 전, 모짜렐라 치즈는 작고 단단한 토막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이 치즈의 진면목은 불을 올려야 시작된다.



단단한 사각형이 액체처럼 녹아내리는 그 지점부터 기막힌 늘어짐이 시작되고, 팬에 눌어붙은 갈색 누룽지는 고소하기 짝이 없다. 치아바타 사이에 바질 페스토를 바르고 토마토를 끼우고 모차렐라를 얹어 무쇠 그릴에 올리면 조금씩 하얗게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빵 표면에 갈색 그릴 자국이 선명하게 찍힐 쯤이면, 빵 속의 바질, 토마토는 이미 형태를 잃은 치즈의 맛으로 묶여버린다.



카프레제 파니니, 인시즌의 첫 번째 샌드위치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Basil Caprese Panini 

바질 카프레제 파니니



파니니는 이탈리아식 샌드위치를 뜻하는 말이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샌드위치의 속이 들어가고 주로 모짜렐라 등의 치즈를 얹어 그릴에 구워주는 핫 샌드위치로 알려져 있다는 것. 갓 데워진 따근 따끈한 샌드위치 가운데를 잘라주면, 그 사이로 쭉 늘어지는 멜팅 치즈가 매력적이다. 여러 파니니 중에서도 바질 카프레제 파니니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맛이다. 토마토와 바질 그리고 모짜렐라 치즈는 샐러드로 즐겨도, 샌드위치로 즐겨도 좋을 만큼 환상의 조합이다.

 

Ingredients 

파니니용 치아바타 1개

바질 페스토 2 tbsp

생 바질 잎 5~6 개

토마토 슬라이스 3쪽

모짜렐라 치즈 적당량 (빵 크기에 들어갈 만큼)

 

Method

1. 치아바타를 반으로 가른 다음 파니니 그릴에서 안쪽 면을 구워준다. 

2. 밑쪽 치아바타에 분량의 바질페스토를 넉넉히 바른다.

3. 이어서 토마토 슬라이스, 생 바질 잎, 모짜렐라를 차례대로 올린다.

4. 위쪽 치아바타를 올리고 모짜렐라 치즈가 충분히 녹을 때까지(약 2~3분가량) 파니니 그릴에서 굽는다.

5. 다 구우면 종이 호일로 감싼 다음 반으로 잘라 도시락 통에 넣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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