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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Jan 02. 2020

겨울 감기

매 년 찾아오는 피하고 싶은 손님.

유독 감기는 겨울바람처럼 약한 틈새를 타고 스며 들어온다. 문 밖을 나서며 목도리라도 깜빡하는 날엔, 어김없이 목덜미부터 옷깃으로 스며드는 찬 공기에 아무리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걸어도 소용이 없다.



스며드는 겨울바람을 제대로 맞았다 싶은 날은, 어김없이 감기에 걸리고 만다. 목이 따갑고, 화끈거린다 싶은 하룻밤이 지나면 콧물이 줄줄 흐르기도 하고, 바람맞은 쪽 머리가 깨지도록 아파오기도 하고, 모든 증상이 한꺼번에 덮친다 해도 별로 놀랄 일은 아니다. 물론, 추위 때문만은 아니다. 추위가 조금 덜한 날들엔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삼한사미'라고들 하던데 그 뜻이 3일 추운 뒤엔 4일의 미세먼지라고. 매년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겨울 감기지만 그 원인과 증상만큼은 매번 달라지기 마련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다 앓아야만 지나갈 것인가 문득 답답해진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목이 컬컬해지면 머릿속에 모과 향기가 언뜻 스치는 날이 있다. 대체로 계절에 맞는 과실이란 머리보다 몸이 먼저 기억하는 편이다. 목 언저리가 서늘한 아침엔, 감기 걱정과 함께 자연스럽게 모과 향기가 떠오르고, 따끈한 차 한잔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막상 한 모금 넘기고 보면, 향기와는 동떨어진 시고 떫고 다디단 모과차의 맛은 사실 어떠한 맛이었다고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과일로 먹을 수 없기 때문일까. 모과라는 맛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 향기가 지배하고 있다.


도라지 역시 맛을 기억하기엔 어려운 식재료 중 하나다. 오히려 밥반찬으로 먹었던 씁쓸한 나물의 맛이 거의 지배적일까, 그 외에는 약으로 눈을 질끈 감고 삼켜내는 경우가 더 많았다. 대신 특히 목감기에 두루 좋고, 가래를 없애주며 미세먼지 등 여러 가지로 건강에 좋다고들 했던가. 어쨌든 그러니 무조건 챙겨 먹으라는 잔소리로 끝나던 그런 식품 중 하나였다.



이미 지난 환절기부터 엄마는 무엇을 먹으라는 잔소리를 계속해 오셨다. 주로 그 재료들은 배와 도라지, 모과나 생강 등 겨울철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좋은 식품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먹는 방법의 어려움에 있다. 한약처럼 내린 배즙도 딱히 챙겨 마시기가 어렵다 보니, 도라지나 모과 같은 것들은 아예 일상에서 접근권 밖에 있어 온 것도 사실이다. 막상 마트에서 모과 열매나 도라지 뿌리를 본다 한들, 사다 놓고 창가에서 방향제처럼 말려버릴 것이 뻔했다. 아무리 건강이 최고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싶어도, 계속 먹을 수 있으려면 분명 맛이 있거나 최소한 먹는 방법이라도 편해야 가능한 일이다.



누구보다 겨울 감기를 떨치고 싶은 스스로를 위해서 맛있게, 건강하게 먹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지난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 씨름한 결과 도라지와 모과를 배 속에 우려내, 차로 마실 수 있도록 시럽으로 완성했다. 이제는 간단하다. 아침에 출근해서, 오후에 점심을 먹고 나서 마시는 한 잔의 차로 모과와 도라지를 마실수 있게 되었으니.



모과가 나오는 계절이 겨울이다 보니, 유난히 모과차는 겨울에 따뜻하게 마시는 차로만 인식되어 있는 편이다. 물론, 추운 날일수록 모과 배 시럽이나 도라지 시럽에 따뜻한 물을 부어 마시는 따끈한 차가 최고다. 그런데 매일 먹자니 조금 질리거나 단 맛을 줄이고 싶다면, 녹차 티백을 우린 뒤 모과 배 시럽을 평소의 반만 넣어 따뜻한 녹차로 즐겨도 맛이 잘 어울린다. 그리고, 봄이나 여름까지 시럽들이 남아 있거나, 한 겨울에도 시원한 음료를 즐기는 당신에게는 속 시원한 모과 배 라임에이드나 도라지 라임에이드도 추천해 본다.



의외로 차갑게 마시는 모과 향기는 달콤한 배와 어우러져 시원한 호흡을 선물해 주니까.




모과 배차

Quince and pear Tea

 

재료(300ml 1잔 분량)

뜨거운 물 250ml (녹차에 넣어 마셔도 좋습니다.)

모과 배 시럽 3~4 큰술

 

만드는 방법

1. 물을 100℃로 끓여준다. 

2. 컵에 모과 배 시럽을 넣고, 끓인 물을 붓는다.

3. 취향에 따라 모과 배 시럽 양을 조절하여, 가장 좋아하는 맛을 찾는다.    

*뜨거운 물 대신 뜨거운 녹차에 시럽을 넣고 마셔도 잘 어울립니다.



도라지 배차

Doraji and pear Tea

 

재료(300ml 1잔 분량)

뜨거운 물 250ml

도라지 시럽 3~4 큰술

 

만드는 방법

1. 물을 100℃로 끓여준다. 

2. 컵에 도라지 시럽을 넣고, 끓인 물을 붓는다.

3. 취향에 따라 도라지 시럽 양을 조절하여, 가장 좋아하는 맛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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