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초콜릿.
초콜릿을 싫어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특히 2월 누구나 초콜릿으로 마음을 전하는 시기라면, 좋아하지 않아도 기분 좋게 받아 들기 마련이다.
이 시기의 초콜릿이란, 언어를 대신하는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라는 말 대신 건네는 초콜릿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일상의 작은 부분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사랑하는 아빠에게, 친한 친구들에게 건네는 작은 한 알의 초콜릿으로 그 순간 만큼은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수 있으니까. 예전에 덴마크 코펜하겐의 백화점에서 만난 'Simply chocolate'이라는 초콜릿 브랜드는 자신의 초콜릿 포장지에 제품의 이름보다 메시지를 적어 포장했다. 예를 들어 초코 바 겉 포장에 "You can buy your love." 초콜릿으로 당신의 사랑을 살 수 있다는 카피 덕분에 살 수밖에 없었다면 좀 과한 걸까.
초콜릿을 받아 기분이 좋은 것과 초콜릿의 맛을 좋아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다. 누군가가 카카오 함량이 높은 것을 먹어야 건강에 좋다고 해서 극단적으로 99% 초콜릿을 먹어본 적도 있다. 카카오는 달지 않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최소한 7~80% 정도의 카카오 함량이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초콜릿 맛의 마지노선이 아닐까 싶다.
씁쓸하고 짙은 맛의 다크부터 부드럽고 풍부한 우유 맛의 화이트까지 농도에 따라 다양한 맛의 범위를 가진 초콜릿이지만, 다른 재료와 특별한 레시피로 섞이기 시작하면 더더욱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조합은 아무래도 이탈리아 브랜드 누텔라 이겠지만. 원래 잔두야라고 부르는 이 헤이즐넛 초코 크림은 초콜릿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 사이에 헤이즐넛의 고소함이 절묘하게 매치되어,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제품이다. 식빵이나 와플에 누텔라와 생크림, 또는 누텔라와 바나나 등 모두에게 익숙한 여러 레시피들이 존재할 정도로 대중에게 친숙한 맛이기도 하다.
초콜릿이 온도에 따라 잘 녹는다는 건, 가방 속에 넣어 두었던 초콜릿이 녹아 낭패를 봤던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초콜릿에 다른 맛을 섞어 녹여내는 것 역시 쉽다는 것은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다. 한 번 녹인 초콜릿을 다시 굳혀 포장해서 판매하는 제품으로 만드는 것은 탬퍼링 등 여러 번의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빵이나 크래커에 발라 먹을 수 있는 초콜릿 페이스트는 굳이 다시 형태를 가진 조각으로 굳히지 않아도 되니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초콜릿을 부드럽게 녹이는 데 필요한 생크림을 데우고, 초콜릿을 녹이고, 원하는 맛의 잼이나 마멀레이드를 넣고 섞어 주면 끝. 주로 향이 진하고 맛이 강한 향신료의 경우 갈색 초콜릿에 녹이고, 부드러운 과일이나 우유에 잘 어울리는 잼들은 화이트 초콜릿에 녹이면 새로운 초콜릿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녹차 초콜릿 역시 녹차가루를 화이트 초콜릿에 녹여 만드는 셈이다.
조금은 상큼한 봄 느낌을 넣어 초콜릿 페이스트를 만들기 위해 하귤 마멀레이드를 조렸다. 조금 더 맛에 욕심을 내다보니, 생크림에는 얼그레이 홍차를 우려 내고, 거기에 감귤계 특유의 향기가 가득한 하귤 마멀레이드와 제스트를 화이트 초콜릿에 섞어 녹여낸다.
구운 바게트나 식빵 한 조각에 넉넉히 발라주면, 아침에 제법 든든한 한 끼로도 손색이 없다. 같은 방식으로 생강 잼을 녹여내니 진저 밀크 초콜릿 스프레드 완성. 초콜릿 커버춰(녹여서 초콜릿을 만들어내는 원료가 되는 초콜릿)만 넉넉하다면, 본인이 선호하는 다양한 맛을 발라먹는 초콜릿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발라먹는 초콜릿 페이스트를 뜨거운 우유에 녹이면, 음료로 마시는 핫초콜릿도 쉽게 완성된다. 이번 2월에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발라먹는 초콜릿을 병에 담아 나누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Summer Citrus Marmalade
하귤 마멀레이드
낯선 토끼를 쫓다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는 선반 위에서 오렌지 마멀레이드라고 쓰여 있는 빈 병을 꺼낸다. 이상한 나라였기 때문일까? 잼이 아닌 마멀레이드라니. 그 무렵의 나는 잼과 마멀레이드의 차이를 몰랐다. 알게 된 것은 더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 정확히는 하귤로 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날이었다.
감귤계 과일은 유난히 그 향기가 껍질에 응축되어 껍질을 과육과 함께 조려 잼을 만들고 이를 마멀레이드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가장 많이 먹는 잼이 딸기잼이지만 미국식 아침 토스트의 정석은 살구잼 혹은 오렌지 마멀레이드다. 그러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오렌지 마멀레이드가 나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만약 앨리스가 제주에 살았다면, 오렌지와 가장 흡사한 하귤 마멀레이드 병을 꺼내지 않았을까? 직접 발라 먹어도 좋지만 파운드케이크 등 다양한 베이킹에 넣을 수 있는 하귤 마멀레이드. 하귤이 가진 알싸하고 화사한 향기를 그대로 녹여낼 수 있다.
500~600g 분량
Ingredients
하귤 2개(약 700g)
설탕 300g
Method
1.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린 하귤(--쪽 1 참고)은 껍질을 벗겨내고 씨앗과 속살을 제거해 속살만 남긴다.
2. 벗겨낸 껍질은 물과 함께 냄비에 넣어 8~10분간 끓인다.
3. 말랑하게 데쳐진 껍질을 노란 부분만 남기고 흰 부분은 잘라낸다.
4. 냄비에 노란 껍질, 속살, 하귤즙, 설탕을 넣고 섞어준다.
5. 중불에서 끓이다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면 약불로 줄여 졸인다.
6. 점성이 생기면 불을 끄고 준비한 병에 담는다.
*마멀레이드가 뜨거울 때 뚜껑을 닫은 상태로 거꾸로 뒤집어 놓으면 병 속의 공기가 빠져나간다. 이를 탈기라고 하며, 탈기 과정을 마쳐야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완성한 하귤 마멀레이드는 냉장 보관하면 3~4주까지 먹을 수 있다.
Summer Citrus White Chocolate Spread
하귤 화이트 초콜릿 스프레드
소가 뒷걸음질 치다 파리를 잡는 것처럼 가끔 의도치 않게 새로운 레시피가 발견되기도 한다. 하귤 화이트 초콜릿이 그랬다. ‘발라 먹을 수 있는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화이트 초콜릿에 하귤 마멀레이드를 녹여낸 것뿐인데 입안에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초콜릿 식감과 그 안에 담긴 시트러스 향이 마치 눈으로 가득한 하얀 겨울에 스며 나오는 노란 봄빛 향기와 같았다. 한 스푼 입에 넣으면, 곧 찾아 올 화사한 봄이 입안에 먼저 들어선다.
300ml 1병 분량/ 2시간 이상 냉장 숙성
ingredient
화이트 커버처* 초콜릿 200g
하귤 마멀레이드 3 tbsp
생크림 100ml
하귤 제스트 1 tbsp(입맛에 따라 더 넣어도 좋다)
method
1. 분량의 생크림을 끓기 직전까지 데운다.
2. 화이트 커버처 초콜릿을 굵게 다져 볼에 넣고, 1에 생크림을 붓는다. 초콜릿이 다 녹을 때까지 고무 주걱으로 서서히 저어준다. 완전히 녹지 않으면 중탕으로 마저 녹여준다.
3. 하귤 마멀레이드는 초콜릿과 잘 섞이도록 잘게 다진다.
4. 2에 하귤 마멀레이드와 하귤 제스트를 넣어 섞은 다음 소독한 유리병에 담는다.
5. 한 김 식으면 뚜껑을 덮어 다시 냉장고에서 2시간 이상 식힌다.
*초콜릿 특성상 냉장고에서 숙성이 끝나도 부드럽게 긁히는 질감의 페이스트로 완성된다. 숙성 시간 동안 맛이 배이기 때문에 막 끓였을 때보다 훨씬 하귤 맛과 향이 진하다.
*완성된 하귤 화이트 초콜릿 스프레드는 냉장 보관 상태로 4주 동안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