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봄날을 맞이하면 좋을까.
삼월이 시작되고 보니, 오늘 같은 오후의 공기는 봄날의 기운으로 충만해지기 시작한다.
포근해지는 바람에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마스크 없이 나가자니 부담스러운 상황에 산책 따윈 고이 접고, 주저앉아 버렸다.
어딘가 모르게 답답한 요즘,
이미 와 버린 봄기운을 창 너머로 흘깃대는 마음이란 미묘하기 짝이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두려움의 정체가 무엇인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는 돌고, 우리 집 마당엔 이미 봄이 들이닥칠 기세다.
겨울부터 먹기 시작한 딸기는 이제 과일로만 먹기엔 조금 지루한 감이 있다. 비싼 딸기가 아니라면, 과일의 당도 역시 보장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문득 싱그러운 딸기 내음이 코 끝에 스치면 슈퍼로 뛰어가 한 팩을 집어 퇴근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절반은 맛있게 먹고 결국 반은 남는다. 하룻밤이면 쉬이 물러지는 탓에 며칠씩 보관도 어려우니, 결국 맛있게 먹어치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야채 바구니를 뒤적이니 운 좋게도 루꼴라에 시금치, 생파슬리까지 제법 구색이 맞는다. 숨 죽은 야채들은 얼음처럼 찬 물에 담가 인공호흡을 시키고. 언제나 치즈 한 두 조각은 사다 두는 스스로를 칭찬하며 냉장고에서 브리치즈를 꺼내 냉기를 빼 준다. 푸른 야채 위에 붉은 딸기와 하얀 치즈라니. 햇빛 부서지는 봄날의 풀밭 같은 샐러드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제 완벽한 그림 같은 접시에 달큼한 봄 향기를 불어넣는 일만 남았다.
유독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엔 새콤한 맛이 당기기 시작한다. 추운 겨우내 묵직하고 부드러운 맛 속에 파묻혀 지내왔는데, 그 맛이 무거워지고 가볍고 새콤한 향기가 코 끝에 돌기 시작하는 때가 있다. 이 계절의 새콤은 식초처럼 강렬한 신 맛은 아니다.
곧 시작될 봄날의 상큼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새콤달콤, 딸기에 올려 먹을 수 있는 맛 정도라면 제주 하귤청이면 충분하다. 잘 알려진 드레싱의 공식에는 반드시 식초(또는 이에 준하는 신맛)가 필요하겠지만, 집에서 편하게 먹는 드레싱으로는 너무 달지 않은 과일청으로 충분하다. 특히 하귤청의 경우는 새콤 달콤이 전부 담겨 있으니, 기름을 두르기 전에 소금 후추로 간만 잘 잡아주면 그대로 드레싱이 된다. 이 드레싱의 맛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좋은 기름을 더하는 것.
선물 받은 지리산표 생들기름으로 드레싱을 두르는 날엔 샐러드의 품격이 달라지고 만다. 물론 풋내가 느껴지는 진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도 좋은 선택 중 하나다. 한 접시 안에 야채와 딸기, 치즈를 봄 향기를 둘러 하나로 묶어주면, 올봄 첫 샐러드 완성이다. 한 입 입 속에 상큼한 하귤 향이 도는 순간, 아주 조금은 답답함이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하귤 드레싱을 곁들인 봄 딸기 샐러드
Summer Citrus Strawberry Salad
Ingredients
딸기 반 팩, 브리치즈 반개, 루꼴라, 시금치 각 한 줌, 생 파슬리 약간
하귤 드레싱 : 하귤청 2~3큰술, 소금 후추 약간, 생들기름(또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2~3큰술
Method
1) 루꼴라, 시금치, 파슬리 등 채소류는 얼음처럼 찬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해 줍니다.
2) 샐러드에 함께 넣을 딸기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한 입 크기로 잘라 주고, 브리 치즈 역시 먹기 좋은 크기로 적당히 잘라 줍니다.
3) 하귤 드레싱 : 분량의 하귤청에 먼저 소금과 후추를 넣고 잘 저어 녹여 줍니다. 소금이 다 녹아 드레싱에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의 균형이 잡히면 분량의 들기름을 넣고 잘 섞어 줍니다.
4) 접시에 시금치와 루꼴라를 적절히 찢어 올리고 딸기와 브리 치즈를 보기 좋게 올려줍니다. 생파 슬리 다진 것을 살짝 뿌려준 뒤, 먹기 직전에 드레싱을 올려 상큼하게 즐기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