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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Mar 10. 2020

Daily meals

하루 세끼, 전부 만들어 먹으려면.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보면 당연하게 집에서 세끼의 식사를 전부 만들어 먹던 시대도 있었다.

밥과 물을 슈퍼에서 사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말에 모두가 농담처럼 웃던 시절의 이야기다.


아침에 학교를 가기 전, 모두가 식탁에 앉아 밥을 한술 뜨고 도시락을 들고 집을 나섰다. 다행히도 도시락을 먹는 시간은 다양한 집안의 반찬들이 총출동하기에 그나마 아침과는 다른 식사가 될 수 있었다. 하굣길에 몰래 먹는 약간의 분식을 제외하면, 세끼를 엄마 밥으로만 먹는 탓에 외식은 유독 설렘을 간직한 이벤트가 되지 않았을까. 아버지의 퇴근 시간에 맞춰진 저녁식사는 늘 엄마의 반찬 걱정을 부르는 편이었다. 어제는 불고기, 그제는 오징어 볶음인데 오늘은 또 무얼 해 먹어야 하는지. 막상 닥치면 뭐든 해 먹을 테지만, 그럼에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담은 오롯이 엄마의 몫이었다.



가끔은 하루에 한 번이면 충분하던 반찬 고민이 극에 달하는 때가 오기도 하는데, 연휴 또는 천재지변 같은 특수상황이 그렇다. 여러 해에 한 번씩 비가 아주 많이 오거나 태풍이 심하게 올라오면, 아빠도 출근하지 않고 학교도 안 가는 날이 있었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만난 재난일엔 온 가족이 티브이 앞에 앉아 하루 종일 특별방송을 봐야 했다. 폭풍우가 쏟아지는 창 밖을 바라보며 집 속에 갇힌 채 세 끼를 챙겨 먹는 것이 가장 큰 일. 두 번 정도 냉장고를 털어 밥상을 차리고 나면, 마지막 한 끼는 대체로 밥이 물리기 마련. 깐깐한 엄마조차도 라면을 허락해 주는 것은 이런 날만의 비상조치인 셈이었다.



현재 우리에게 닥친 전염성이라는 특별한 위험은 단순히 이동을 제한하는 것을 넘어선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가장 치명적이다 보니, 외부에서 일정 시간 타인과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외식, 카페 방문 등이 가장 꺼리는 일이 되어버렸다. 정체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스스로의 이동 경로 안에서 자신조차도 누구와 스치고 있는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뚜렷한 백신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나뿐 아니라 나와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대체로 가족)의 건강도 모두 연계되어 있다 보니 스스로의 건강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는 만큼 두려움도 배가되고 말았다.



결국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선은 자신을 지키면서, 내 손으로 직접 가족을 먹이는 것이 되고 말았다. 하루에 한 끼 해 먹는 일도 쉽지 않던 일상에서 갑자기 세 끼의 식사를 해 먹는 숙제가 시작된 것이다. 거기에 일부 회사의 재택근무까지 시작되면서 불과 며칠 사이에 우리의 하루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동안 우리의 식사를 결정하는데 무의식적으로 우선순위를 차지했던 것은 시간이었다. 지각하지 않으려면 아침을 먹고 나가기가 어려웠고, 점심시간 안에 밥 먹고 커피까지 마시려면 직장 근처에서 무엇이든 먹어야 했다. 집에 돌아와 식탁을 차리는 저녁 한 끼 역시 시간이 모자라면, 무엇을 시키거나 사다 먹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갑자기 개학이 연기되고, 재택근무가 시작되고, 늘 비어 있던 집 안에 하루 종일 가족들이 머무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간보다 더 우선하는 위협이 등장하자, 모든 우선순위가 뒤집혔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비상사태가 예상보다는 길어지고 있다는 점. 온 가족이 큰 움직임 없이 하루에 세 번이나 먹어야 하는 식사를 전부 집에서 준비하려면, 결국은 강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세끼 안에 간단하게 먹는 식사와 건강을 생각해 챙겨 먹는 식사가 모두 필요해진다.



매번 한식으로 밥, 국, 메인 반찬까지 세끼를 다 채우자면 그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간간이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빵이나 양식도 섞어가며 식단을 구성하면 좀 덜 질릴 수 있다. 다행히도 택배시스템은 살아 있어서 특수 지역 외에는 재료를 배송받기는 어렵지 않고, 다시금 '오늘은 뭘 해 먹어야 하나'라는 고전적인 고민이 다시 우리에게 넘어온 셈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라는 고민 역시 안전과 직결된다. 현재 푸드 카테고리를 지배하는 검색어는 '면역력'이다. 어떤 바이러스도 우리 몸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더욱 튼튼해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음식, 식재료들을 소개하는 기사들이 연일 쏟아진다. 감기와 폐렴에 준하는 증상들에 좋은 식재료부터,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면역력을 올려주는 재료들까지. 우리의 일상 식사 속에 평범히 묻혀 있던 다양한 재료들이 두드러지게 소개되고 있다.



건강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지금껏 매일의 식사를 고르는 기준은 다소 편리함에 기울어져 있었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자신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 가족과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가장 뚜렷한 방법인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란 별 것이 없다. 시간을 내서 안전한 식재료를 잘 골라 다양한 레시피로 챙겨 먹이고, 온 가족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뿐이다. 여전히 '뭘 해 먹어야 하나'라는 고민으로 매일이 힘들다면, 인터넷에 넘쳐나는 쉬운 레시피부터 읽어보자. 이왕 준비하는 세 끼를 즐겁게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새로운 레시피를 시도해 보는 것을 권한다.



요즘 해 볼 만한 인시즌의 면역 레시피를 찾다 보니, 체온을 올려주는 생강과 면역에 좋다는 돼지고기를 활용한 레시피를 발견했다. 생강 잼에 된장을 섞어 두툼한 삼겹살에 발라구우면, 달콤 짭짤 향긋한 새로운 맛의 삼겹살을 즐길 수 있다.




생강 된장 

생강이라는 식재료의 특성 중 하나는 오래 끓여주면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쇼가올이라는 성분이 2~3배로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생강을 갈아 끓여서 만든 잼에 된장을 섞으면 고기 양념으로 그만이다. 생강의 강한 맛이 고기 잡내를 잡아주며 향기를 더해준다.


ingredient

생강 잼 150g

된장 4 큰술

맛술(혹은 청주), 간장 각 2큰술

 

method

1. 냄비에 준비한 재료를 모두 담고 섞은 뒤 센 불에서 한 소금 끓인다. 

2. 한 번 끓어오르면 불을 줄여 약불에서 되직해질 때까지 조린다.



Ginger Pork-chop

생강 된장 삼겹살 구이


2~3인분


ingredient

삼겹살 400g

생강 된장 9큰술

대파 한줄기

후추 약간


method

1. 스텐 바트에 분량의 생강 된장 절반을 펴 바른다. 

2. 1에 분량의 삼겹상을 올리고 그 위에 남은 생강 된장 페이스트를 펴 바른다.

3. 랩으로 싸서 2시간가량 재워둔다.

4. 대파는 흰 부분을 4~5cm 길이로 자른 뒤 얇게 채 썰어 물에 씻어 놓는다. 

5.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3의 재워둔 삼겹살을 올리고 양면을 굽는다. 

6. 그릇에 담은 뒤 채 썬 대파와 후추를 뿌려 장식한다. 


*삼겹살은 4~5mm 정도로 썰면 먹기 좋다. 프라이팬 대신 그릴에 구워도 괜찮다.






생강 잼 살펴보기 https://smartstore.naver.com/inseason/products/574495785

인시즌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inseason_today/

인시즌 홈페이지 http://inseason.co.kr/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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