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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인장 Mar 21. 2024

28

still clueless

    나는 어렸을 때 스물 일곱 정도 되면, 자가용 세단을 타고 매일 하이힐에 H라인 스커트를 신고 다닐 줄 알았다. 결혼은 2년쯤 사귄 남자친구와 스물여덟 때쯤 하면 좋겠어. 하고 생각했다.


지금 나는 그 스물여덟이다.

자차는 무슨, 운전면허도 없으며, 하이힐은 한 켤레도 없고, 2년 사귄 남자친구는커녕 2달 사귄 남자친구도 없다.


사실 제일 중요한 부분은, 나는 이 나이쯤 되면 내 삶에 대해서 '감이 잡힐 줄' 알았다. 내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고 원하는지, 그것을 위해서는 어떻게 내 삶을 설계해야 하는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어떤 남자와 같이 살고 싶은지. 어떤 거주환경에서 살고 싶은지.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돈인지 명예인지, 자아실현인지, 그것도 아니면 무엇인지.

사실 난 아직도 모르겠다. 생각할 시간도 없이 달려왔다,라고 볼 수 있지만, 내게 충분한 여유와 시간이 있다면 알 수 있었을까? 나태에 빠지지 않고 자아탐구를 과연 했었을까?

(나는 위 계획이 망가진 것에 대해 6년제 대학을 탓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문득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삼십 대가 되어서도 똑같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들 다 이렇게 사는 게 아닐까. 시간이라는 말의 고삐를 잡고 끌려가는 사람처럼, 그렇게 평생 살다가 죽음에 다다라서야, '아 이렇게 살았어야 하는데' 하고, 다 그렇게 사는 거 아닐까.

자아탐구고 뭐고, 결국 그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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