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을 받았다.
사실 그렇게 맘에 들지는 않았다. 근데 나쁘지도 않았다.
직업이 좋았다. 직업이 좋은 남자들은 외모가 내 취향이기는 어려우니까, 저 정도도 감사하자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소개팅에 나가려니 별로 기대가 안 됐다.
남자가 빨리 만나자고 했다. 스케줄을 어찌어찌 끼워 넣다 보니 피부과 예약을 취소했다.
내심 아까웠다. 나갔는데 남자가 별로면 아휴, 그냥 피부과나 갈걸, 싶을까 봐.
그 남자랑은 카톡 몇 줄 해본 게 다인데,
걱정부터 늘어졌다.
나 소개팅 안 해본 지 한참 됐는데, 남자한테 '여자'로 보이려면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다 까먹었는데, 어떡하지. 이런 걱정을 하고 있으니 친한 언니가 ' 또 닥치면 잘하게 되어있어. 기억이 나게 되어있어.' 그런 건가, 연애는 자전거 타기 같은 건가.
그 남자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간신히 쌓아놓은 위태로운 탑 같은 내 자신감이 무너질까 봐.
또 그 남자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해서 연애를 하게 된다면? 내가 제일 잘 아는 나의 감정적 미성숙함을 속속들이 다 들켜 버릴까 봐,
미래가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무서웠다.
그래서 그런가 나도 모르게 '에이 그래도 거리가 멀어서.. 나는 자주 보는 걸 좋아하는데.'
'나는 수련 중이니까 그것도 이해 못 하면 힘들고...'
'카톡에서 슬쩍 영어 쓰는 것도 재수 없어....',
만나보지도 않은 남자의 단점을 찾고 있었다.
나, 혼자 살아야 되나 봐,
아니,
혼자 살고 싶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