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둥지를 떠났다.
나는 이 집에 이사 온 중학교 시절 이후로 한 번도, 오빠 책상에 앉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오늘, 정말 우연히, 오빠 책상에 앉아서 노트북을 열게 되었다. 그리고 오빠가 이 자리에서 보았을 풍경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전에 내가 놓쳤던 것들을 보았다. 엄마가 느꼈을 오빠의 부재, 그 쓸쓸함. 그리고 오빠가 남기고 간 오빠의 흔적들.
나는 오빠와 친한 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난 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라고 방금 생각했다. 오빠가 중학생부터 고등학생, 대학생 시절까지 거쳐간 이 방에서, 그가 남기고 간 흔적들을 보며. 우리 오빠, 이땐 이런 생각을 했구나, 맞아, 오빠 글씨가 이랬었지. 하며 떠나간 시간을 돌아보고 있다.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들. 오빠와 9년 전 갔던 록 페스티벌의 입장 밴드. 맞다. 그때 내가 좋아하는 락밴드가 한국에 내한했다고 꼭 가야 한다고. 내가 조르고 졸라서 엄마와 오빠를 데리고 갔었지. 제일 신난 내가 앞줄에서 떼창을 하고, 엄마랑 오빠는 뒤쪽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오빠는 고등학생도, 중학생도, 대학생도 아니고.
회사원이 되어 이제 다른 곳에 둥지를 틀었다.
대학생 때부터 사랑하던 여자와 이제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우리 가족이기도, 아니기도 한 존재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우리 오빠를 사랑한다. 내 인생에서 이런 가족을 만나서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준 사람이다. 참 다정한 사람. 내가 힘들 때 위로해주고, 빗나갈 때 바로잡아주는 내 인생의 그런 사람. 재수 때 울면서 전화하면 집에 내가 좋아하는 생크림 케이크를 사두던 그런 따뜻한 사람. 엄마에게 거짓말을 해서 말다툼을 하면, 본인 얘기를 기꺼이 해주며 나에게 가르침을 주던 사람. 반듯한 모습이 부러웠고 또 대단하게 보였던 사람.
이제는 한 발자국 멀어졌다는 생각도 들어서 속상하다는 것이 내 솔직한 마음이다.
책상에 충전기는 두고 갔더라. 이 방이 오빠에게는 충전기처럼 가끔씩 와서 쉬다 가는,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