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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eok Jul 16. 2024

파혼할 뻔했습니다(13)‘어른 리스크’

3장: 상한선이 없는, 신부를 위한 게임

"우리 부모님이 이건 이렇게 했으면 좋겠대."

먼저 결혼을 준비했던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둘 사이엔 문제가 없으나 부모님들 때문에 삐걱거리는 경우가 꽤 많았다. 다행히 나와 아내(당시 여자친구) 모두 결혼준비부터 지금까지 양가 부모님이 크게 개입하지 않아 ‘어른 리스크’는 없었지만 지인들 중에는 ‘어른 리스크’로 마음고생을 하다 헤어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종교

친구 A는 3년 정도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 이야기가 오갔으나 끝내 헤어졌다. A와 그의 부모님은 모두 무교였으나 여자친구 집안은 종교가 있었다. A의 여자친구도 신앙심은 그리 깊지 않았기에 3년간 연애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다툼이 없었지만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상황은 달라졌다. A의 여자친구 부모님은 사위가 자신들과 함께 예배에 참석하길 바랐다. A의 부모님이 무교라는 사실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백번 양보해 A가 종교를 가진다면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A 역시 결혼을 위해 노력했다. 종종 여자친구와 예배에 참석하고 여자친구 부모님과도 종교적 테두리 내에서 시간을 가졌다. 그렇드고 단기간에 신앙심이 깊어질 스 있으랴. 특히 여자친구 부모님은 결혼식을 종교적으로 치르고 싶다고 했다. 자신들의 영적 지도자에게 주례를 맡기고 싶었지만 이번엔 A의 부모님이 난색을 보였다. 문제가 없었던 A와 여자친구의 애정전선은 “같은 종교를 가진 남자와 결혼하라”는 여자친구 부모님의 의견에 끝내 균열이 생겼다.


◆지나친 기대

B는 예비 시어머니의 잦은 연락에 스트레스를 적지 않게 받았다. 예비 시어머니는 결혼 전부터 B를 며느리로 생각하며 시도 때도 없이 카카오톡을 보내고 전화를 걸었다. 당시 일이 많았던 B는 결혼준비와 일을 병행하느라 자신의 부모님에게도 연락하기 어려웠다. 예비 시어머니는 B와 함께 쇼핑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B가 만나자고 말하지 않고 연락도 먼저 하지 않는다며 서운한 기색을 내비쳤다고 한다.  


결혼 준비 과정을 예비 시어머니가 꿰고 있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한 번은 예비 시어머니가 “OO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고 하던데 비용이 덜 드는 곳으로 알아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남자친구과 나눴던 대화까지도 예비 시어머니가 알고 있을 정도.

  

B는 이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말해 중재를 요청했으나 이내 다툼으로 번졌다. B의 남자친구는 “엄마가 그 정도는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서운해하시는 것 같으면 네가 조금 신경 써주면 되지 않느냐"고 답했다고 했다.

 

◆미신

C는 부모님이 찍어준 날짜에 결혼하기 위해 여러 식장을 알아봤다. 7, 8월에 결혼해야 잘 살 수 있다는 역술인(또는 점쟁이)의 말. 더운 날 누가 오고싶겠느냐는 여자친구를 달래가며 부모님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지정해준 날짜로 식장을 잡았다. 여기까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자신이 날과 식장을 지정하면 다른 결혼식을 못 간다는 미신이 더 큰 문제였다.     

 

C의 부모님 말은 이렇다. 결혼식 날짜를 정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결혼식을 가게 되면 자신의 복이 다른 사람에게 빠져나가므로 절대 다른 결혼식을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굳이 가게 되면 절대 신부를 봐선 안 된다는 게 C의 부모님이 당부였다. 결혼식 날짜를 받은 사람이 남의 제사를 가선 안 된다는 말과 비슷한 맥락. 자식이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이겠지만 이를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터다.     


결국 C는 부모님 성화에 못 이겨 5월에 있었던 친구 결혼식에 불참했다. 당초 결혼식 사회를 보기로 했던 C가 결혼식에 불참하면서 C와 친구는 사이가 데면데면해졌다.      


◆예물·예단

결혼 준비 중인 D는 예비 시어머니 마음에 드는 이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예비 시어머니가 이불을 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 이미 예단을 보냈는데 추가로 이불을 요구해 인터넷을 비롯해 괜찮은 이불집을 방문하고 있다.      


비단 D만의 사례가 아니다. 누구는 남자 쪽에서, 누구는 여자 쪽에서 예물·예단을 요구한다. 식기류를 새것으로 해오라거나 형제·자매의 옷을 맞춰달라는 말까지. 옆집 사위(며느리)는 결혼하면서 뭘 해오고, 여행을 보내주는데 왜 우리는 아무 것도 없느냐는 말은 예비 신혼부부의 숨을 턱, 막히게 한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인 예비 신혼부부는 하나같이 언쟁을 벌이며 얼굴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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