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ckholm Furniture & Light Fair”
스톡홀름이다. 북유럽. 스웨덴. 내가 몇 년 전부터 가보고 싶은 여행지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었던 바로 그곳!
이 곳에 드디어 왔다. 역시나 갑작스러운 마음의 결정과 함께 교통편과 숙소를 결제하고 나니, 이 곳에 내가 오게 된 것이다. 때론 많은 준비보단 일단 실행에 옮기는 게 (소소하지만) 꿈을 이루는 몇몇 방법 중 내가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과정이야 어떻든 이 곳에 오게 되었는데, 이 곳에 와서 내가 가지 않을 것 같은 장소를 가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Stockholm Furniture & Light Fair" (이하 SFLF)였다.
나는 음악가다. 그래서 내가 이 곳에 간다고 했을 때 몇몇은 나에게 거길 왜 가냐며 물었고, 몇몇은 음악가가 그런 곳도 가냐며 종합 예술인(?!) 같다며 이야기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이 곳에 오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위에 얘기했듯이 단순히 북유럽 여행을 꿈꿨을 뿐이며, 정보를 찾아보던 중 일정 안에 이번 행사가 우연히 있었을 뿐이다. 우연은 때론 너무 감사하다.
스톡홀름에 둘째날. 페어가 열리는 Stockholmsmässan에 도착했다. 나는 관계자도 아니었고, 관련 학생도 아니기에 갈 수 있는 날은 단 하루. 일반 사람들에게도 오픈되는 페어 마지막 날. SFLF를 오기 전 날 만난 나의 사랑스러운 (네덜란드에서 만난) 옛 제자와 그녀의 지인(SFLF를 보러 오신 이 분도 우연히 만난 거임)에게 들은 이야기를 통해 이 행사는 매우 크고 볼 것이 매우 많으며, 아침 일찍부터 가야 다 볼 수 있을 거란 정보를 얻었기에, 일찍부터 일어나 오픈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다. 미리 예약한 티켓은 이메일로 전달되어져 왔고, 바코드를 찍고 바로 입장!
건물의 겉보기는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었는데, 들어가서 보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간. 살짝 과거 얘기를 하자면 네덜란드 유학 시절 동안 Amsterdam RAI에서 전자제품 관련 페어가 있을 때마다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주로 S전자 부스에서 일했는데, 모니터를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옮겼던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수입도 짭짤했다는... 어쨌든 이미 덴마크에서 보낸 3일간의 시간과 스웨덴에서의 하루 일정을 통해 느끼고 있던 북유럽 사람들의 미적 감각과 센스에 대해서 감탄을 하고 있었지만, 그곳에서 둘러본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내가 느낀 건... "이쁘다"였다.
우리 생활에 주로 쓰이는 물건들. 예를 들면 조명이나 의자들이 디자이너들을 통해 다양한 모습과 기능들로 완성된 제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 즐거운 일이었다. "디자인"이라는 익숙하고 주변에서 흔히 쓰였던 단어가 이런 곳에서 쓰이는 것이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싸고 간단한 것만 찾던 나에게는 정말 또 다른 세상이랄까.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건 탄성이 나올 정도의 제품들을 보면 디자이너의 이름들이 적혀 있던 경우가 많았는데, 그 사람들을 검색해 보면 우리가 어디선가 보았던 제품들이 많이 나온다. 물론 대부분 이미테이션 제품들이겠지만, 그 제품의 최초 디자이너를 알아간다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그리고 페어에 가면 또 하나의 재미는 각 회사가 나누어 주는 책자와 홍보 상품을 모으는 재미도 있다. 가장 많은 건 에코백이었던 것 같은데, 왠지 이걸 가져다 파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그리고 한쪽 섹션에 마련된 학생들과 신인 디자이너의 제품들도 꽤 흥미로웠다. 회사들의 제품처럼 딱딱 들어맞는 느낌은 없지만, 투박하지만 조금 더 모험적인 느낌들의 제품들이 설치되어져 있었다.
처음에 말한 대로 하루에 모든 것을 다 볼 순 있어도, 아쉬움이 남을 정도의 공간과 시간들이었다. 그들이 나눠준 물과 초콜릿들도 버텨가면서 보긴 했지만, 조금 더 구석구석, 그리고 천천히 둘러보며 더 많이 얘기해보고픈 제품들이 많았으니...
혹자는 요즘 디자인은 "예쁜 쓰레기"를 생산한다 라고도 얘기하는 걸 들었다. 기능이 우선이었던 시기가 있으면, 기능에 아름다움까지 더해진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그것들이 주위에 많아지면서 생긴 이야기이기도 하겠지만 북유럽 사람들의 감성과 작품들에 내 주머니를 털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 같다. 그 제품들을 위해 수없이 스케치하고, 프로토 타입들을 제작하고 보완하고 다시 만들어보고 또 보완하고... 사실 음악과도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수없이 많은 곡들을 썼지만, 세상에 내놓은 곡보다 공책 속에 또는 녹음기 속에만 간직된 곡들이 훨씬 많으니까.
관심이 늘었다. 한국에 돌아가서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다시 꾸미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실 한국에 돌아가는 것보다 여기 머물고 싶은 생각이 훨씬 간절하지만, 내 방은 가고 싶다. 물론 여기에선 집에 모든 것을 잠시 빌리는 것이기에 더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공간을 어떻게 꾸미는지에 따라 내 삶이 변할 것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달라짐에 따라 내 삶의 방식과 질이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경치가 너무 아름다운 스톡홀름에 짧은 기간 머물면서 온전히 하루를 큰 실내에서 보내긴 했지만, 아쉬움은 전혀 없다. 여기에 매년 올 수 있게 된다면, 변화를 지켜보는 것, 그리고 앞으로의 트렌드를 예상해 보고 지켜보는 재미도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
photo by Soomi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