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난 8명의 퇴사자
팟캐스트를 하고 있다.
북크박스(BookeBox)
책을 좋아했고, 음악을 좋아했으며, 여행을 즐겨하는 동안 사람들 만나는 걸 점점 더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하고 싶었던 일중에 하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 물론 아직까지도 어설프고 서투른 것 투성이지만 지금은 마냥 좋기만 하다. 방송을 시작하고 나서 10번이 조금 넘는 이야기들을 녹음해서 업로드하였는데, 그중에 기억에 남는 순간을 글로 적어보고자 한다. 사실 이 글은 이미 팟캐스트에 업로드되어있는 이야기를 글로 풀어본 거다. 목소리로 들을 때와 글로 읽을 때의 느낌은 다르지 않을까 싶어서.
2018년 2월 어느 날 베를린.
한 사람의 새로운 공간에서의 시작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 자리에 모인 다양한 사람들과 신기하게도 퇴사를 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발견되었다. 오래전부터 퇴사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고민을 하던 중이었는데, 하늘이 나에게 준 또 하나의 기회랄까. 나는 컴퓨터와 마이크를 포함한 녹음장비들을 꺼내서 세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우리는 "퇴사"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 나갔다. 왜 그들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지, 그 결정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이 하고 싶은지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었다. 퇴사를 한지 조금은 오래된 사람도 있었고, 정말 몇 주 전에 퇴사한 사람까지.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녹음을 했고, 나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 글로 써본다.
2018년 2월 어느 날
독일 베를린, Preuzlauer allee 어딘가
늦은 저녁 식사 후 다과 도중 모두가 퇴사자임을 깨닫고 방송 녹음 시작.
등장인물
숨 : 베를린에 온 지 2달이 되어가고 있음.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체류 중이며 어학을 병행하고 있다. 하우스 워밍 파티 모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뽀리 : 숨과 주니, 삼각형의 친구. 얼마 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학업을 마치고 취업 인터뷰 차 독일 방문. 이전에는 런던 근교에 한 달간 머물렸으며 이 곳에서도 약 한 달 반 정도 머무를 계획.
주니 : 숨, 뽀리의 친구. 가장 최근에 퇴사를 하고 유럽으로 여행을 왔고, 뽀리와 이야기하던 중 베를린 오기로 결정. yb5963@naver.com 브랜딩 관련 일 있으면 연락 달라고 함. 2017년 12월 말에 퇴사.
오일리 : 2017년 가을에 서울에서 독일로 양조 기술을 가르쳐주는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어학 공부중. 사진 찍는 걸 좋아하며 매우 섬세함. 2016년 12월 퇴사
프라우 허 : 오일리와 함께 독일로 왔음.(둘은 부부) 한국에서는 언론 일을 했으며, 정부 기관에서도 잠시 몸담고 있었음. 현재 어학연수 중.
삼각형 : 숨과 뽀리와 주니의 고등학교 동창. 미대 졸업 후에 독일로 돌아와서 살고 있음. 미술을 전공했으며, 작가 생활을 하고 있음.
탱크 : 삼각형의 독일 남편. 한국에서 살던 적도 있으며, 뮌스터에서 살다가 녹음 일주일 전 삼각형과 함께 베를린에 이사 와서 살고 있음.
송 : 책, 음악, 여행 그리고 사람 이야기 송인섭의 북크박스 독일 편 시작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퇴사를 원하는 자. 퇴사를 한 자. 퇴사를 할 자. "퇴사자"입니다. 다들 퇴사를 하신 후에 잘 쉬고 계시나요? 쉼이란 무엇일까요?
뽀리 : 제가 잘 못 쉬고 있는 거 알고 물으시는 거죠. 쉬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숨 : 얼마 전에 뽀리랑 밤새 이야기하면서 보냈는데, 오랜만에 일을 벗어난 기분이 들어서 쉼은 벗어나는 게 아닌가.라고 아침에 나가면서 얘길 나눴어요.
뽀리 : 그래서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현실에서의 Logout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오일리 : 저는 휴면계정이에요.
삼각형 : 탱크는 퇴사한 지 2달 정도 되었는데요, 한 달 정도 쉬고 있어요. 탱크는 퇴사한 기분은 어때요?
탱크 : 괜찮아요.
뽀리 : 불안하지 않나요?
탱크 : 아니에요. 하고 있던 일의 반은 하고 있고, 나머지 반을 찾고 있는 중이라서 불안하거나 그러지 않아요.
삼각형 : 독일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보다는 잘 쉬는 것 같아요. 휴가도 잘 쓰고 여행 가기 위해서 일을 하는 기분이랄까.
탱크 : 쉼이 창조적이기 위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 그것에 대해서 많이 고민 중이에요.
프라우 허 : 불안한 마음이 크진 않았고, 잘 쉬었던 것 같아요. 지금 쉬는 건 앞으로 하는 일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해요.
오일리 : 말씀을 정말 잘하시네요.
송 : 저는 불안했거든요. 사람들이 보는 이미지, 또는 쉬는 동안 나를 잊을 것 같기도 하고요.
주니 : 불안했는데 지금 주위에 퇴사자가 많아서 힘을 얻고 있는 것 같아요.
송 : 왜 이렇게 불안해하세요.?
주니 : 쉬는 것이 너무 좋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무언가 열심히 해야 할 것 같고... 하지만 지금 열심히 쉬고 있으니 괜찮겠죠?
숨 : 뽀리는 퇴사 이후에 다시 공부를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뽀리 : 퇴사 이후에 개인적으로 일을 하다 벽에 부딪힌 느낌이 들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졸업 후에는 새롭게 얻은 지식들과 정보들을 활용하고 싶은 마음도 커요. 앞으로 퇴직 안 하고 싶은 회사에 취직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회사를 구하는 5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어요.
일동 : 궁금해요.
뽀리 : 1. 회사가 제가 원하는 것이 바뀌더라도 맞춰줄 수 있는 조직의 크기와 유연함이 있으면 좋겠어요. 2. 제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회사. 직함이 맞아야 돼요. 3. 같이 일하는 사람들, 조직 문화 4. 언어가 잘 통하는... 해외에서 직업을 구하고 있다 보니... 5. 회사를 다니고 난 이후에 내 스펙트럼이 넓혀질 수 있는 회사.
송 : 이 조건을 가지고 있는 회사 있으시면 저에게 연락 주세요.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 공부하러 오신 오일리 님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오일리 : 한국에서 연구소에서 식중독을 연구하면서 학문적으로 진행을 하려고 했으나, 지금은 독일에서 술을 제조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 왔습니다.
송 : 이 분 덕분에 저는 베를린에 맛 좋은 맥주집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게 결심을 하게 된 계기?
오일리 : 학문을 계속해서 진행하면서 일을 해야 했는데, 미래를 생각해보니 앞으로 계속해서 바빠야 할 것 같고, 건강도 신경 쓰기 힘든 구조이다 보니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게 되었습니다.
프라우 허 : 제가 알기론 퇴근하기 어렵진 않았다고 알고 있는데요.
오일리 : (당황)아... 그건 맞는데요. 저희가 일을 하면서도 논문을 계속해서 내야 하는 상황이라 자료를 모으고 논문을 쓰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퇴사 이후에 베를린에 배우고 싶은 게 있어서 오게 되었어요.
프라우 허 : 사실 퇴사 이후엔 불안한 이유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부모님이나 주위의 시선이나 관심, 걱정들이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삼각형 : 저는 8년 정도 독일에서 떨어져 살다 보니 부모님과의 이런 관계들이 조금은 잊혀 가기도 하는데, 가끔은 이게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래서 짧게 있을 때 잘해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숨 : 독일에서의 퇴사도 궁금해요.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것처럼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라든가 주위의 시선이라든가.
탱크 : 한편으로는 자유를 느꼈고, 한편으로는 친했던 동료들과 못 보는 게 아쉽고, 부모님과의 문제는 프로페셔널하게 일에 관해서는 분리되어있는 것이라 상관없어요.
숨 : 진짜 다른 것 같아요. 동료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하는 것들이 한국에서는 잘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서요. 독일에 회식 있나요?
탱크 : 많이 안 해요. 독일에서는 한국처럼 의무적으로 하진 않고, 밖에서 만나더라도 취미나 직업적인 관심이 겹쳐져서 만나는 것 같아요. 같이 축구를 한다든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자유롭게 만나서 한잔 한다던가.
송 : 이제 마지막 질문 하나씩 하나 할게요.
뽀리 : 설마 오일리에겐 퇴사란? 이런 건가요?
송 : 맞아요. 하하 오일리에게 맥주란?
오일리 : 저에게 맥주란 새로운 브랜드입니다. 나중에 제가 맥주를 만들 때에는 프라우 허의 별명(애칭)을 가지고 할 거예요.
송 : 저는 얼른 양조 기술 배우셔서 한국 오시면 좋겠어요.
프라우 허 : 아마 안 갈 건데.... 그럼 한국 지점장을 하시는 걸로...
송 : 주니에게 yb5963@naver.com 이란?
주니 : 반전입니다. 베를린에 와보니 겉으로 보기에는 별 것 없는데, 안에 들어가 보니 새로운 것들이 많이 펼쳐지는 걸 봤어요. 그래서 이번 퇴사도 저에게 반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송 : 뽀리에게 꿈이란?
뽀리 : 꿈은 두 개가 있잖아요. 하고 싶은 꿈이랑 잘 때 꾸는 꿈. 둘 다 꿈은 깨라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꿈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아요. 왜 하고 싶은 일을 자꾸 멀리 두고 싶은 건지. 너무 먼 미래에만 일어날 일인 것처럼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송 : 프라우 허에게 코알라란?
프라우 허 : 아이덴티티?! 사실 오일리가 별명을 지어준 건데, 그 별명을 지어준 후에 이름보다도 더 많이 불리게 되고, 그러다 보니 관심이 더 많이 가고 애착이 가는... 그래서 마음에 들기도 해요. 그리고 사실 저는 법을 전공했지만, 실제 일은 언론 쪽에서 일을 했는데, 이곳에서도 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지금은 언론인이라고 할 수 없지만, 나중에 할 수 있길 바라요.
송 : 한국에서 독일의 리포터 또는 특파원이 필요하시면 연락 주세요! 숨에게 새집이란?
숨 : next chapter 같은 느낌. 새로운 공간이 생긴 게 기쁘고, 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 기존에 알고 있던 사람들 만나는 게 즐겁고 앞으로 이곳에서 지내게 될 시간도 기대되고 좋아요. 공간이 주는 사람한테 주는 힘이 큰 것 같아요.
송 : 그렇다면 급 책 소개해드릴게요. 진심의 공간. 김현진 건축가님이 쓰신 거예요. 진짜 너무 좋아요. 그리고 전에 얘기 들을 때 책 고를 때 머리말 읽어보라고 했는데, 아직 다 읽지도 않았는데, 벌써 너무 좋아요. 삼각형에게 베를린이란?
삼각형 : 새로운 시작! 처음에 독일 와서 시작할 때 생각해 보면 아무 생각도 없고 두려움이 있기도 하고... 그런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새로운 환경과 직업적으로도 그렇고 귀찮기도 하고 그랬지만, 기대도 되고 알쏭달쏭하고 그래요.
송 : 탱크에게 한국에서의 3개월이란?
탱크 : 일상! 처음으로 느껴보는 일상!
오일리 : 송인섭에게 입국이란?
송 : 사실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올 한 해 계획한 것도 많고 두 달간 휴식기를 가진 이유도 이전처럼 살지 않기 위하여서예요. 이번 여행을 하면서 유럽 사람들의 라이프, 그 사람들의 공간과 자유스러움이 부럽기도 하고 영감이 되었어요. 그래서 이번 입국이 이전보다 더 자유롭게 되길 바라요.
숨 : 마지막으로 송인섭에게 북크박스란?
송 : 인기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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