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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훈보 Dec 30. 2020

퀸스 갬빗 : 가장 성공적인 배트맨

배트맨을 보면 높은 확률로 등장하는 씬이 하나 있다. 


배트맨의 부모님이 살해당하는 장면 그리고 우물에 떨어져 박쥐를 만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배트맨 시리즈 외에도 배트맨이 참여하고 있는 DC 히어로 물에서도 등장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나올 때마다. 


"이제 그만! 너희가 배트맨을 사랑하고 그 배트맨에게 어떤 아픔이 있는지는 알고 있으니까! 이제 정말 그만!"이라고 마음속 깊숙이 외치곤 한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감독부터 작가까지 배트맨과 관련된 모두는 배트맨의 이 사연을 작품 안에 어떻게든 보여주려고 애를 쓴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적어도 몇 초씩을 할애하고 그 안에 자신만의 연출을 녹여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데 힘쓴다. 몇 편의 배트맨과 몇 편의 DC 히어로물을 보면서 모두의 끈끈한 배트맨 사랑을 소스라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이 글이 퀸스 갬빗에 대한 글이 아니냐고? 맞다 이 글은 퀸스 갬빗에 대한 글이다.'


나는 <퀸스 갬빗>을 이야기 함에 있어 배트맨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퀸스 갬빗이 가장 성공적으로 배트맨의 그 트라우마를 차용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들이 주인공의 감정에 동조해야 하는 1부 초반에 퀸스 갬빗은 이러한 요소들을 성공적으로 차용한다. 


어두운 밤, 아이, 침대. 자신이 포함된 사고 그리고 검은 하늘을 가로질러 쏘아지는 그림자의 일렁임 나중에는 홀연히 (마치 배트맨처럼) 귀신처럼 등장하는  체스 말들 여기에 더해 마치 배트맨이 등장해 달려갈 것만 같은 음울한 음악까지 배트맨에서 본 것 같은 요소들이 이 시리즈의 초반부를 완벽하게 제압한다. 이후는 그냥 안정적이고 완성도 높은 캐릭터와 주연배우의 찰떡 연기로 드라마는 굴러간다.


비슷하지는 않지만 같은 보드게임인 바둑을 다루는 <신의 한 수>와 <퀸스 갬빗>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게임의 룰과 승패를 각각 '딱' '딱' 거리는 돌의 소리와 미끄러지는 듯한 말의 움직임 소리와 잔상으로 흥미를 유발하고 <신의 한 수>가 바둑판의 자리 이름을 외치며 밀어붙일 때 <퀸스 갬빗>은 전략의 복기와 계획으로 손 없이 말이 움직이는 모습으로 긴장감을 더한다. 


<퀸스 갬빗>은 참 잘 만든 작품이다. 캐릭터 대사 각각의 사연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모난데 없이 빼어난 곳만 있다. 여기에 더해 넷플릭스의 함정이라 할 수 있는 시리즈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이렇다 할 떡밥 없이 마무리 지은 덕분에 더욱 성공적인 시리즈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안봤다면 봐야하고 봤다면 당신의 선택을 칭찬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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