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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훈보 Dec 28. 2020

옥자 이후 넷플릭스의 주가는 얼마나 올랐을까?

'옥자' 그리고 '넷플릭스'


2020년 한국에서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킹덤', '스위트홈', '퀸스 갬빗'과 같이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독점작들이 적당하겠지만 나는 그것보다 2017년의 <옥자> 이야기를 하고 싶다. 넷플릭스와 봉준호 지금은 모두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둘을 2017년 즈음으로 돌아가 이야기해보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넷플릭스가 600억을 투자해 제작한 넷플릭스 최초의 칸영화제 경쟁작 '옥자'.


그동안 넷플릭스에 드라마가 아닌 영화 독점작들도 많아지고 2019년 아카데미 감독상의 '로마' 2020년 작품상 후보인 '아이리시맨'과 '결혼 이야기'도 있었지만 2017년 '옥자'가 세상에 나오던 그때는 그렇지 않았다. 


오직 '옥자'만이 있었고 당시 '겨우' 스트리밍 업체로 불리던 넷플릭스가 투자한 영화가 칸 영화제 경쟁작에 올라간다는 것이 꽤 화제였다. 그리고 한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스트리밍 만으로 개봉하는 '옥자'를 영화로 봐야 하느냐 하는 문제도 꽤 진지하게 다뤄지고 있었다. 


그런 시절에 '옥자'가 개봉했다. 나는 이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봐야 하나 극장에서 봐야 하나 하는 문제를 두고 고민했었지만 지금과 같이 대형 화면의 TV가 보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극장에서 보는 선택을 했었고 이 글을 쓰기 위해 최근 다시 TV와 컴퓨터 그리고 휴대전화를 번갈아가며 '옥자'를 봤다. 


'옥자'는 매우 아이러니 한 영화다.


우선 극장에 최적화된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만들었다는 점이 그렇다.


봉준호 감독이 빌딩만 한 큰 돼지를 상상했던 것에서 시작한 영화인만큼 '옥자'는 크기에 대한 감각이 무척 중요한데 '옥자'의 상영 장소는 크지 않은 TV로 한정되고 그 안에서 나오는 거의 첫 장면은 어마어마하게 큰 스케일을 다룬다.


이뿐만 아니라 산을 뛰어다니고 온몸으로 부딪히는 등 여러 액션의 단위가 '옥자'의 몸집만큼 크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옥자'를 작은 TV에서 봐야 했다. 2017년 신제품 TV를 사서 바로 '옥자'를 감상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옥자'를 집에서 본 사람들의 대부분은 TV 크기는 38-42 혹은 그보다 작은 사이즈였을 것이다. 지금은 과거보다 TV 화면의 크기도 커지고 4K 디스플레이가 흔한 만큼 처음 '옥자'가 개봉했을 당시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감상이 가능하다. 나도 이번에 '옥자'를 다시 보면서 극장으로 봤을 때 보다 더 선명한 생감에 놀랐다. 들리지 않는 발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한글 자막과 적당한 볼륨과 스피커에서 디테일하게 나오는 공간감도 꽤 훌륭했다. 


영화 안으로 들어가면 이제는 너무 흔해 새삼스럽지 않은 고해상도 화면을 자랑하는 PPL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웃음이 난다. 나중에 사과를 잔뜩 보여주고 바닥에 패대기치는 장면이 있다는 것도 놓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옥자'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회사에 찾아가 미자가 유리에 몸통 박치기를 하는 장면인데, 이 또한 큰 것에 온몸으로 부딪히는 상대적인 이미지를 구현한다. 그 장면의 사운드와 벌떡 일어나는 장면의 리듬감이 정말 좋다.


'옥자'가 다이소에서 구른 것도 재미있었다. 나는 늘 다이소가 大小 (크고 작은 것이 다 있음)로 생각했기 때문에 큰 것과 작은 것이 어우러져 망가지는 모습 또한 아이러니하고 재미있는 포인트 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영화가 끝나고 엔딩 롤을 보면 '옥자'는 2017 미란도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것으로 나온다.바깥 사정은 바깥 사정이고 우리는 미란도에서 만들었음으로 모든 논란을 마무리 합니다. 알아서 이야기 나누세요 하는 격 아닌가.


어려운 지점이 없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이유 그리고 동물복지나 넷플릭스와 영화산업 등과 같이 영화 바깥의 주제로 논의가 확장되는 바람에 당시에는 꽤 저평가당한 측면도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을 통해 칸과 아카데미를 석권한 것은 알려져 있으니 2017년 한국 옥자 개봉일(6월 29일)과 가장 최근의 넷플릭스 주가를 적고 글을 마친다.


NFLX 주가 


2017 6월 30일 149 달러 

2020 12월 24일 513 달러 


344프로 상승


2017년의 그 길고 긴 논란이 우습게 봉준호 감독도 넷플릭스도 모두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증명하고 말았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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