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주변 53화
선거가 끝났다.
여기저기서 자신을 다지고 단단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소확행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이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써두고 싶어졌다.
사람들이 기억할지 모르지만 과거 한국에는 소확행이라는 표현이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나는 그때 그 말을 참 슬프다고 생각했다. 삶에서 즐겁게 반길일은 자신의 피부에 와닿는 것이어야 하고 또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게 사회의 상식처럼 변하는 것에 안타까움이 있었다.
이유는 별 것 아니다. 소확행을 추구하다 보면 서로가 세상을 공유한다는 감각이 조금은 옅어지기 때문이다. 나의 행복의 폭을 좁히고 먼 사람들의 안위나 마음을 돌보지 않는 것이 상식처럼 돼 버리면 더 큰 범위에서 사회의 변화가 일어날 여지가 너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표현을 사회적으로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소확행이 실은 아주 확실하고 명확한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단어를 깰 방법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소확행이라는 표현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모두가 동시 다발적으로 피해를 본다는 위기감이 있어야 하고 그때 비로소 사람들은 나의 한 팔 바깥에 있는 공유의 영역에 대해 고민하게 되기 때문에 이 정도 경험을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사회적 충격을 모두가 겪어야 한다는 슬픈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한국은 이 흐름을 세월호 사고를 통해 겪었다. 생각만해도 아프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공동체를 고민해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다시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언급되는 것을 보며 조금은 슬퍼졌다.
이대로 소확행이 모두의 마음속에 강하게 자리 잡으면 그것을 깨기 위해 크게 아픈 일이 일어나야 하고 크게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아마 모두는 알게 모르게 병들어갈 확률이 크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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