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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훈보 Jan 24. 2022

그냥 다르고 그건 내 잘못이었다.

책의 주변 52화

나는 글을 조금 짧게 쓰는 편이다. 아마 이 브런치를 보는 분들은 충분히 느끼고 계실듯하다. 


이 사실을 학부생 시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전자전기 공학부에서 국문과로 전과했던 나는 과제를 제출할 때가 되면 같은 수업의 누구보다 적은 분량의 과제를 제출하곤 했다. 


남들이 4장이면 나는 한 장. 그것도 반장을 쓰고 싶었는데 너무한 것 같아서 억지로 늘여 써야 했다. 아무리 준비해도 분량이 다른 사람의 1/3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발표 시간에 사람들이 쓴 글을 볼 때면 그 끝도 없는 내용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그게 나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뻔뻔하게 사람들은 왜 저렇게 글을 길게 쓸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다 얼마 전 우연히 내가 다른 사람보다 상상을 많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게 상상이란 건 어디가 아프지만 않으면 <인셉션>에서 월드를 구성하는 사람의 그것처럼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자동화되어 마구 펼쳐지는 것이어서 나는 글을 쓸 때 많은 설명과 묘사를 삭제하곤 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미 있는 그것들을 글자로 옮겨 적어 누군가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게는 너무 당연하게 넘치는 것이어서 모두가 그러리라 생각했다. 왜냐면 사람들은 늘 대화를 하고 언제나 충분한 의견을 내놓고 나보다 그림도 잘 그리고 했으니 나는 당연히 모두가 머릿속에서 생각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모두의 머릿속 생각이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그것은 인간의 잘남과 못남도 아니고 그냥 차이였던 것이다. 이렇게 미친놈처럼 상상이 멈춤 없이 계속되는 사람이 더 적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순간. 


나는 '내가 글을 몹시 잘 못쓰고 있구나.'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나의 글에 묘사나 설명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고 나는 글을 불필요하게 늘여 쓰는 것을 고통스러워했던지라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모두의 기준으로 보면 아주 부족하게 쓰면서도 내 기준으로 보면 과하게 넘치게 쓴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건 나의 잘못이었다.


마치 내가 정리정돈에 아주 잼병이고 정리정돈만 하려고 들면 왼쪽의 물건을 오른쪽에 놓고 오른쪽의 물건을 왼쪽에 놓는 정도의 행동을 하는 것처럼 그건 그냥 별 것 아닌 차이다.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되어 괜히 글을 써본다. 오랫동안 브런치에 글을 안 올린 것도 있고 앞으로 새로운 시리즈를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해서 말이다. 


아마 나는 앞으로 종교에 대한 글을 쓸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좀 두렵다.


결심한 것은 사 년 정도 되었으니 충분히 뜸은 들인 것 같지만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다. 나의 기질을 아는 지인들은 그건 너무 이상하고 위험한 내용이 될 것이라 이야기하곤 했고 스스로도 공격받을 일이 무서워 입맛만 다시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내가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그런 일이 있을까 싶어서 써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또 아주 살살 쓴다면 재미있다고 느낄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뭐 그렇다 내가 아주 깊이나 권위가 있는 사람은 아니니까 큰 일은 없겠지...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벼락을 맞는 것처럼 아찔한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음흉한 마음을 품고 몰래몰래 써보려고 한다. 그 글에 나의 기질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어가면 너무 구차하고 수다스러울 것 같아서 미리 이쪽에서 김을 한번 빼고 시작하기로 했다. 


제목이 떠올랐다.


제목은 '추락하는 별에서..' 


거창하게 이야기 했지만 아마 별 내용은 없을 것이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끝.


PS. 혹시 뭔가를 이야기 해 줬으면 하는 분이 있으시면 언제나 리플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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