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의 맛
한 줄 요약
드라마는 재미있습니다. 아래는 잡담이고요.
(스포일러)
보기 전에 흔히 'xx이'라고 하면 친근한 이름을 부를 때 쓰는 붙임 말이어서 처음에는 주인공의 이름이 '구경'이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호기심 많은 참견자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성이 구 씨에 이름은 경이롭다의 경이로 결정된 것 같았다. 작중 상대역으로 나오는 송이경은 구경이의 거울상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경이 : 이경으로 정리된다.
재미 삼아 정리하자면 만약 흔한 표현처럼 주인공의 이름이 '구경'이었다면 작중 상대역인 K의 이름이 '경구'로 할 수도 없어 무척 곤란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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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가 재미있냐 없냐를 정해야 한다면 이 드라마는 재미있다. 편집도 좋고 스토리도 큰 문제가 없다. 비유하자면 아무 식당에 가서 시키는 비빔밥의 맛은 항상 큰 문제가 없기에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구경이는 '성초이'라는 복수의 작가팀이 작업한 작품으로 이것도 웬일인지 비빔밥의 요소를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 나는 아마 구경이를 이렇게 기억하지 않을까?
제목이 너무 좋은, 그래서 결국 제목에 발목이 잡힌 어떤 작품으로 말이다.
나에게 구경이는 구경한 것들을 모아놓은 작품으로 남았다.
그만큼 그동안 보아온 여러 작품의 기시감이 무척 선명하다. 여러 드라마를 보았지만 이 정도로 여러 요소들이 선명한 작품이 드물정도였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데스노트' '킬링 이브' '다크 나이트 라이즈' 'SPEC 2' '덱스터' '셜록' 이 모든 것들이 아주 잘 섞여 있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것이고 자꾸만 기시감이 든다는 것뿐이다. 오히려 작가 집단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시감이 드는 여러 작품이 아주 많은 것이 이해가 될 정도였다.
비빔밥도 그렇지 않은가 안에 들어가는 몇 개의 나물이 아주 뻔하게 보인다. 시금치가 들었니 무나물이 들었니 하면서 딱히 반감을 가질 필요도 없고 개별 나물을 본다고 해서 개별 나물의 맛이 조금 떨어진다고 해서 먹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우리에게는 고추장이 있고 구경이에는 이영애가 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누군가 구경이가 유니크함을 갖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전혀 동의할 수 없을 것 같다. 구경이의 정체성은 비빔이지 유일한 무엇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뼈대의 너무 많은 부분이 지나치게 여러 작품들과 얽혀있어 그 책임을 나눠야 할 정도다.
그리고 앞으로 이영애를 작가들이 어떻게 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게임하는 연기는 안 시켰으면 좋겠다.
볼만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