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토요일 저녁 7시

by 이훈보

써야 하는 글이 있는데, 부탁받은 것은 아니고 월간 이리에 들어갈 내용들로 나의 필요에 의한 글이다.

영화 이야기를 하나 나머지는 몇 달간 드문 드문 쓰고 있는 MB에 대한 이야기이다.


글을 아주 잘 쓰지 못하는 나는 글을 쓰려면 시동 시간이 좀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이리저리 굴리고 다니며 걸어 다니거나 연습장에 두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모아야 한다.


그것은 꼭 글쓰기 만을 위해서는 아니고 삶의 방식에 가깝다. 그저 걷다 보면 문제가 풀려 있다. 일드 SPEC의 여형사가 한자를 몇 장 쓰고 종이를 찢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그런 시간을 나는 걸으면서 보낸다.


그 원리를 지금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쩌면 인디언 기우제 같다고 하는 것이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한 한 달을 빌면 한 두 꼭지 정도가 짧게 나오는 셈. 어제는 그것과 별개로 또 그것과 마찬가지로 걸어 다니다 우연히 경복궁을 보게 되었다.


야간 관람을 한 일은 있었지만 이렇게 사람이 없는 시간에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넓은 면적에 드문 드문 하니 건물의 앉음새가 좋고 분위기가 고요하다.


나보다 백 년은 더 살아서 벗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차이가 나고 윗배라고 하기에도 끔찍히 멀다. 하지만 지금은 내 곁에 있다. 평온해 보이는 것이 좋다. 한 때 그 속이 얼마나 번잡했을까.


지금에서야 슬플 일이 없고 억울할 일이 없겠지만 또 이렇게 앉아 글을 쓰고 있자니 그 안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시셈을 당했을 사람들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다.


괜히 생각 없는 건물을 보며 이런 글을 쓴다는게 과장된 일이겠지만 어쩌면 오래 된다는 것은 마냥 웃지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냥 생각이 그렇게 흘러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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