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동
가봐야겠다는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어제 다녀왔다.
위치는 상수나 홍대보다 합정에 가깝고 홍대 일대에서 오래 어슬렁 거린 사람이라면 뭐라고 설명하기보다. 벼레별씨 카페자리라고 하면 알 것이다. 적당한 넓이의 도로에 맨들맨들한 유리를 드러내고 심심하게 서 있던 카페였다.
벼레별씨 카페는 큰 테이블이 있었고 한적해서 한 두 번 정도 간 일이 있었는데 내가 자주 가는 카페가 그곳보다는 집에서 가까워 즐겨 가는 곳은 아니었지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때면 한 번씩 그 자리에 잘 있나 지나가 보곤 하던 곳이었다. 정을 붙이지는 못했지만 그 자리에 희멀겋게 붙어있던 간판과 심심한 가게 분위기 그리고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카페의 사진을 보고 위치를 확인해 보니 그곳은 벼레별씨 카페 자리가 아닌가. 벼레별씨 카페는 2009.01.01부터 9년간 영업을 하고 문을 닫았다고 한다. (스트리트H가 남겨둔 기록이 왠지 고맙다.)
새로 문을 연 카페는 쇼핑몰을 겸하고 있는지 물건이 전시되어 있었고 한쪽에는 옷걸이와 판매 중으로 보이는 옷이 걸려 있었다. 자리는 9개에 큰 테이블 1개 정도. 컴퓨터를 들고 가 앉아 있을 만한 자리는 큰 테이블뿐으로 짐을 풀어놓고 일을 하기보다 잠시 쉬었다 가기에는 무리 없는 카페였다.
싱글 원두로 만들어주는 커피. 상대적으로 좀 더 진한 맛이라고 설명하는 커피를 골라 마시고 약속 상대와 대화를 하다 나왔다. 대화 내내 두리번거리면서 산만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커피는 나쁘지 않았다. 적당히 잘 볶았고 깔끔했다. 가게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커피맛이었다.
커피보다 유명한 음료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음료와 함께 사진 촬영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름조차 낯설었던 벼레별씨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