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갈-'을 읽다.

가래 vs 갈다

by 이훈보

솔직히 말하면 글을 쓰다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아 처음으로 돌아와 수정을 시작했다.

대충 쓰는 것 같지만 그렇게 대충 쓰는 시리즈는 아니라는 것 정도는 독자 여러분들이 측은한 마음으로 알아주셨으면...

오늘은 '갈-'이다. '갈-' 이 들어가는 항목은 너무 많아서 전부를 적을 수는 없을 것 같고 몇 단어를 잡아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다.

'갈가리'로 시작하는 '갈-' 은 갈고리 갈고랑이 갈기 갈기갈기 갈다3 갈대 갈라서다 갈라지다 갈래 갈래갈래 갈피 갈비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항목의 대표 의미라고 볼 수 있는 것은 '갈래'이다.

"갈래 : 둘 이상으로 갈라져 나간 부분이나 가닥"

갈래의 의 옛 표현은 '가래'로 가래의 축약형이 '갈-'이라고 하면 얼추 그림이 들어맞는다. 가래의 의미 중에는 밭을 가는 농기구 가래도 있고 실제 농기구 가래의 역할도 땅을 뒤엎고 선을 그으며 가르는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갈래의 의미도 가래의 이미지 안에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 조금 더 나간다면 '갈래'의 옛 형태 '가래' 자체가 '갈다'에서 왔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갈다'는 '가다'에서 왔을 수도 있고 말이다.

밭을 갈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밭을 가는 것이 가래라는 것을 생각하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영역으로 조금 발을 들이는 것도 같지만 얼추 큰 의미의 연상이 된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갈-'의 여러 항목 중 '갈기'는 재미 삼아 보기 좋은 항목으로 갈+깃 : 갈라진 깃털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여기서 쓰인 '깃'은 의미는 아직까지 떠올리지 못했다. 깃 우(羽)라는 한자어가 있지만 이것은 '우' 음으로 깃이라는 음이 한자에서 왔다고 우기기에는 무리가 있는 듯하다. 어쩌면 깃은 자연 발생한 우리말 일지도 모르겠다. 생성과 별개로 과거에는 '깃'을 '짖'으로 표기했다고 한다.

'깃'이나 '기' 항목을 이야기하기 전까지 뭔가 이와 관련해서 떠올리거나 발견하는 것이 있다면 자세한 내용은 그때 정리하도록 하겠다.

이외에도 재미로 볼 만한 것이라면 '갈퀴' 가 있는데 갈퀴는 어쩌면 갈+키 가 아닐까. 콩껍질을 벗기거나 오줌싸개의 머리에 씌우던 키의 모양을 생각해보면 갈라진 키라는 해석도 일리가 있지 않은가. '갈피'는 갈라진 껍질을 떠올리면 좋다 "갈피: 겹치거나 포갠 물건의 한 겹 한 겹의 사이"

앞에서 '갈래'를 이야기하면서 쉽게 '갈다'를 이야기했었지만 갈다의 의미를 살펴보면 마냥 '갈-'과 가래 만으로 이어 붙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같다.

"갈다 : 이미 있는 것을 다른 것으로 바꾸다 /어떤 물체를 다른 물체에 대고 문지르다, 연장의 날이 서게 하다."를 담고 있어서 분리하거나 갈아 새롭게 한다는 갈래와도 연관이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문지르고 지나간다는 면으로 보면 '가다'의 변형 형태의 의미로 보는 게 더 설득력을 지닌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만나는 '갈수록' 은 흥미롭다.

"갈수록 : 점점 다, 더욱더" 은 깊어진다는 의미인데, 이것은 연마의 느낌의 연장선에 있다.

이후 갉다 와 갉아먹다가 나오는 것은 재미있는 부분이다.

갈다의 연마의 이미지가 비좁고 날카롭고 깊게 이어진다. 그리고 단어의 모양도 비좁아져서 '갉-'이 되어버렸다.

11화 예고 '감'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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