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꼬박 집

미 세 뭔 지

by 이훈보

하루를 거의 꼬박 집에 있었다.


집에 있으면 생각이 꽉 막힐 때가 있어서 글을 쓸 때는가능하면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요즘은 공기가 좋지 않아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까지 4일 내리 로스팅을 하고 시음을 하고 토요일까지 시음을 해서 카페에 가서 앉아있는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았다.


공모전 마감이 이제 1주일 남았는데 새로운걸 내려면 정말 오늘부터는 써야 하는 상황이라 일단 집에 앉아서 썼다. 하지만 밖에 나가지 않아 잠은 쏟아지고 효율은 떨어지고...


그래도 어찌저찌 꾸역꾸역 1화를 마무리 하고 쓰레기를 내놓을겸 밖으로 나섰다. 어느새 공기가 맑아지고 또 차가워져 있었다.


짜파게티와 후추를 사야 했다. 후추는 거의 1년 만인가. 2년만인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만에 사러 간다.


중간에 다시 카페에 들러 커피 회의를 하고 시음을 하고 또 알듯 모를듯한 의견들을 듣고 걷는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 오늘 하루 종일 붙잡고 있던 글의 단점이 지도처럼 훤히 떠오른다.


배가 고파서 괜히 24시간 순댓국 체인점 앞을 어슬렁 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들어가서 한그릇 할까? 불꺼진 돈까스 집 도 괜히 들여다 본다.


생전 첨보는 동네 사람이 횟집 앞에서 수조안의 물고기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조금 이끼가 낀 수조 안의 물고기는 족히 40센치는 되 보인다.


저사람도 오늘 도시어부 재방송을 봤을까. 나는 봤는데 말이다. 어쩌면 그보다 내가 더 이상한 산책가 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돌아가자마자 수정을 해야지. 돌아가자마자 브런치에 산책 이야기를 써야지. 그렇게 되뇌이며 돌아와 너구리를 끓여먹고 TV를 보다가 원고를 수정하고 글을 쓴다.


내가 이번주만 로스팅을 1.5킬로를 한 것 같은데 집에서 다 식은 캡슐커피를 마시고 있다.


세상 편한게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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