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막는 것
나는 일부러 동전을 모아 뒀다가 가끔 은행에 바꾸러 다니곤 하는데.
금액이 크지는 않아도 저금통의 동전을 은행에 들고 가 4만 원 남짓 되는 돈을 받아 들 때면 알뜰히 모았다는 생각이 들어 즐겁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카드를 사용하는 일이 많아서 그나마 그 재미를 한동안 못 누리고 있다가 오래간만에 동전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섰다. 오백 원짜리가 70개 나머지는 백 원짜리로 150개 해서 4만 원.
제법 묵직한 동전을 비닐봉지에 둘둘 담아 가방에 넣고 혹시 카페에 들를지도 모르니 읽을 책과 노트북도 챙긴다.
인근에는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있는데 우리은행은 동전을 가져가면 직원이 동전을 세는 일을 도와주거나 때로는 시간이 맞지 않는다고 거부하는 통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국민은행으로 향했다. 이번에 국민은행이 이사를 해 지도를 보고 미리 위치를 확인해야 했다.
은행에 도착해 주섬 주섬 비닐을 꺼냈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자동화 기기는 없어지고 동전을 받는 시간이 생겼다고 하였다. 9시-11시 그 시간 외에는 동전을 지폐로 바꿀 수가 없단다.
왜일까?
돈이 되는 손님들이 오는 시간에 달그락 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거나 동전을 지폐로 바꾸러 오는 사람들의 차림새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나라에 동전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닌데, 은행에서 동전을 지폐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
어쩌면 누군가는 시간에 맞춰서 가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일을 도와주는 사람은 멀뚱멀뚱 서 있고 나도 멀뚱멀뚱 서 있는데 멀쩡한 기계를 두고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 일단 안된다고 하니 다시 가방에 동전을 담아 도서관으로 떠났다.
은행을 가는 길과 다르게 가방의 무게가 버겁다.
도서관에서 커피를 마시고 사진을 찍고 책을 빌리고 돌아와 잠시 쉬다가 또 글을 어디론가 보내고 밥을 먹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