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길
평소라면 동네
기껏해야 지하철 한두 코스 정도 돌아다니는 게 수요일의 산책이었지만 오늘은 아주 멀리 떠나왔다. 지하철을 타고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탔다.
남아있는 동전을 쓰겠다고 시간이 빠듯한 상황에서 지하철 표를 끊다가 매표기가 고장이 나 역무원을 부르는 사이 지하철을 놓치고 그 때문에 기차까지 놓칠 상황이 되어 탑승 역을 용산에서 서울역으로 바꾸고 기차표를 다시 사 조치원에 왔더니 이번에는 기차의 연착으로 하루에 몇 대 없는 버스를 1분 차이로 놓쳐 두 시간을 시내에서 배회했다. 어찌 보면 정말 산책이란 것을 제대로 한 셈이다.
조치원 시장에 가서 계란을 사고 할머니가 좋아할 만한 앙금빵을 사고 삼촌이 지나가다가 맛있다고 했던 국숫집에 가서 밥을 먹고 세종시 취업센터 1층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버스에서 내려 우산을 쓰고 계란 한 판을 들고 신발을 적셔가며 할머니 댁으로 향한다. 그렇게 버스에서 내려 10분은 걸어가야 할머니 댁에 도착할 수 있다. 버스정류장 근처에 마을 회관이 있으니 걷는 것이 힘든 할머니에게 전기 스쿠터 운전연습은 정말로 중요하다.
할머니는 처음에는 쓸데없는 돈을 썼다고 역정을 내셨지만 그 흔한 핸드폰도 없는 사람이 처음 자기 차를 가졌다는 뿌듯함에 운전 중에는 은근 웃음을 짓는다. 그 표정을 보고 있으면 운전 연습을 돕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 스쿠터가 할머니 곁에 착 붙어서 아주 편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운전 연습을 거치는 동안 가만 보니 전기스쿠터는 할머니의 신경망보다 아주 조금 빠르다. 시간으로 따지면 0.3초에서 0.5초 정도의 차이가 난다. 그 정도 속도야 시골에서야 문제 될 것이 없지만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멈추는 법 천천히 방향을 트는 법 그리고 운전을 마치고 헛간에서 기둥을 피해 주차하는 법 등을 연습해야 한다.
할머니의 판단과 스쿠터의 속도 차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피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아깝다고 안 타고 낯설다고 멀리하다 보면 사용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단순히 물건을 사용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고립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 올까 싶어 내려와야 했다.
결국 그칠 것만 같았던 비가 그치지 않아 운전연습은 하지 못하고 괜히 계란말이만 말아 할머니와 밥을 먹는다.
준비하는 공모전은 마칠 수 있을까? 시는 그래도 얼추 되었는데 소설이 좀 멀다.
그래도 잘 쓰시기만 하면 그걸로 된다. 지금은 그게 제일 중요하다.
내일은 꼭 날이 맑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