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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헌 작가 Apr 18. 2023

대화를 통해 침묵을 깰 수 있다

침묵은 금이라는 금언도 있지만,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있어야 할 때가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주제로 대화가 오고 갈 때 조용히 듣고만 있게 된다. 상대방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과시성 멘트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지식을 잘 알고 있기에 대화를 주도하는 것이다. 말에는 힘이 있고, 침묵에도 힘이 있는데, 지식이 없으면 입은 닫게 된다.     

평소에 조용한 편이라 말을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하였다. 침묵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 먼저 다가가기 힘들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철벽치고 앉아 있으면 누가 먼저 다가오겠는가? 학창 시절 내가 먼저 다가가는 편이었다.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친했던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친구가 생긴 것 같은데, 나는 이 반에서 대화할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1주일 동안 혼잣말밖에 할 수 없었다. 쉬는 시간이 되면 숨이 막힐 것 같았는데,  다른 친구들이 하는 말을 듣는 게 전부였고 점심시간이 되면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남자아이들은 보통 게임으로 친해진다. 1주일 동안 다른 친구들의 대화를 들으며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을 찾았다. 긴 침묵을 깰 수 있는 방법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대화를 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침묵은 필요할 때만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여자친구가 아무런  말 없이 앉아있다는 건 ‘나 지금 굉장히 기분이 좋지 않아’라는 시그널인데, 머릿속으로 오만 가지 생각이 났다. 알아서 나의 기분을 맞추라는 것이지만, 말을 하지 않게 되면 상대방은 전혀 모른다. “침묵은 말보다 강력한 힘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죄를 지은 사람이 취조실에서 침묵으로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겠지만, 허를 찌르는 질문에 입을 열게 된다. ‘긴 침묵을 깰 수 있는 건 말이다.’      

티스토리에 전념하다 보니 글쓰기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다. 책을 읽게 되면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직접 경험하고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라, 잘되지 않더라도 시도해본다. 4개월 동안 원고를 쓰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경험이 부족하면 종이에 글을 채우는 게 어려운 것 같다.      


독서 모임에 매주 참여하는 건 아니지만, 경험을 공유하고 싶을 때 참여하곤 한다. 새로운 경험을 쌓는 방법의 하나였는데,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하루였다. 그동안 태블릿 기기에 핵심 내용을 적어 말하였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발표였다. 매번 발음이 꼬이고 긴장 탓에 어디를 읽고 있는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이날은 태블릿 기기를 집에 두고 나왔다. 이미 머릿속에 충분한 데이터가 쌓였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쳐났다. 티스토리에 대한 전자책을 발행하였기에 책을 덮어둔 상태에서도 자신있게 발표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의 태도가 거슬리기 시작했는데, 불필요할 정도로 몸을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가 재미없게 들릴 수 있겠지만, 본인이 발표하는 시간을 앞두고 산만한 태도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기대되는 부분도 있었다. 얼마나 말을 잘하는 사람일까? 기대하게 했다. 이미 선입견이 생겨버린 상태에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게 되었는데,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이 말을 불필요할 정도로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캐치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화법으로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은 발표를 이어 가던 중 끼어드는 사람이 있었다. 질문이 아닌 전혀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는 게 느껴졌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목탁을 치는 상상을 했다. 상황에 따라 말을 아껴야 할 필요가 있다.                    

긴 침묵을 깨고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4개월 동안 긴 침묵을 깰 수 있었던 건 새로운 일을 찾아 직접 해보는 것이었다. 어느 여가수는 “이성과 헤어지면 노래를 작곡한다”고 말했다. 이별 노래의 가사를 보면 누구나 겪었던 아펐던 지난 추억들. 대중들에게 공감되는 가사를 쓰는 것이었다.     


본인이 직접 해보지 않은 일을 상대방에게 권유하는 건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이다. 피드백을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어머니는 티스토리와 V컬러링을 해보라는 권유를 했다. 티스토리는 정말 내게 잘 맞았다. 글을 쓰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V컬러링은 조금 달랐다. V컬러링이란 본인에게 전화를 건 상대방에게 통화가 연결될 때까지 미리 설정한 영상을 보여주는 서비스이다. 


영상을 만들어서 저작권 수입료를 받는 것인데, 문제는 사업자 등록증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사업을 해본 사람은 만들어 본 경험이 있겠지만, 일반 직장인이 사업자 등록증을 만들 일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어머니에게 말만 하지 말고 먼저 만들어 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끝까지 만들지 않았고, 세무서에 가면 만들 수 있다는 답변만 했다. 사업자 등록증은 세무서에 직접 가지 않아도 발급받을 수 있었는데,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방문했다. 신청서를 보는 순간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굉장히 복잡했기 때문이었다. 국세청 홈택스에서 발급하는 방법을 알았더라면 직접 세무서에 방문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모든 글은 말과 행동에서 시작되는데, 긴 침묵에서 깨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경험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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