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칼럼
나는 영어든 중국어든 언어를 배우는데 언어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이 접근의 출발은 “아기들은 어떻게 언어를 배울까?”부터 시작한다.
언어 사용에서 보이는 표현의 다양성(expressive variety)은 언어 사용자 머릿속에 무의식적인 문법의 원칙이 들어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의사소통을 조금만 분석해 보면 사실은 굉장히 복잡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단어를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결합함으로써 여러 가지 다른 뜻을 표현할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대부분의 문장 전체를 놓고 볼 때, 이 문장들은 우리가 전에 들어보거나 말해 본 적이 없는 그런 문장이다. 그러나 우리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 문장들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문장의 수는 너무 많아서 그것들을 하나하나 저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의 뇌가 이렇게 표현의 다양성을 발휘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의 머릿속에 Mental Grammar가 있기 때문이다. Mental Grammar는 우리로 하여금 단어들을 결합하여 문장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언어 능력이다. Mental Grammar는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문법보다 훨씬 기초적인 형식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비문법적인 문장인 "We ain't got no bananas"를 "ain't nowe got bananas"라든지 "no got ain't bananas we"와 같이 말하지 않는다. 비문법적인 문장조차 정해진 순서에 따라 단어가 배열된다. 이렇게 잘못된 영어에도 나름대로의 원칙이 존재한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그들의 말의 형식을 지배하는 Mental Grammar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언어의 규칙은 무의식적이다.
어린아이들이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유전자적으로 결정된 언어를 위한 특수 장치가 인간의 머릿속에 들어 있음을 시사한다. 모든 정상적인 아이들은 그들이 자라는 주위에 사람들이 말하는 언어를 배운다. 예를 들어 한국 아이가 미국에서 자란다면 영어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이 언어를 가르쳐준다고 생각하지만 부모님은 단어들을 가르칠 뿐 "에서"와 같은 기능어를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또 앞서 말한 한국 가정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을 때 부모님이 할 수 없는 영어를 아이는 유창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아이들은 부모님들로부터 단어를 배울 수 있더라도 문법적인 형식은 이러한 방식으로는 배울 수 없다. 부모님한테 배우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스스로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설령 부모님이 아이의 문법적인 오류를 교정하려고 하더라도 문법 교육은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예를 들어 2살짜리 아이가 "Nobody don't like me"라는 문장을 부모님이 "Nobody likes me"라고 이중부정을 지적하여 알려줘 봤자 대부분 교정하지 못한다. 문법적으로 설명을 해줘도 아이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어린아이는 자기 스스로 자신의 Mental Grammar를 구축해 나간다.
10~20개월 아기들은 단어들을 말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a', 'is'. 'to' 와같은 기능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2살이 되면 일정한 어순으로 단순화된 말을 한다. 주로 주어와 동사나, 동사나 주어를 말한다.
예를 들어 "Mommy throw ball"을 "Mommy throw"나 'throw ball"로 말한다. 하지만 "throw Mommy'라든가 "ball throw"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5살이 될 무렵에는 성인의 문법에 상당히 근접하는 말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언어를 단순히 모방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무의식적인 규칙을 사용하고 있다. 1년 6개월 된 아이는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를 놀랄 만큼 많은 부분을 이해한다. 한국어를 보면 어떤 아이는 미란이라는 이름을 미나리로 발음을 한다. 어른들은 이것을 보며 단지 웃기고 귀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미나리로 발음하는 것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다. 미란이는 모음이 3음절로 형성되어있고 마찬가지로 미나리도 3음절로 형성되어있다.
마찬가지로 미국 아이들의 발음을 보면 Spoon이라는 단어는 poon으로 자음이 겹칠 때 자음을 탈락시켜 단순화하여 발음하고 bus를 buh로 종성 자음을 탈락시킨다. 이런 단순화는 발성기관에 대한 운동적 통제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기가 어떻게 발음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언어 습득의 초기단계에 성인 언어의 음운 구조를 무척 많이 파악하는 것 같다.
아이들의 Mental Grammar을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부분은 아이들이 이야기를 할 때 체계적인 오류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ed라는 규척어미인 과거를 만드는데, came, went와 같은 불규칙 동사들을 보면, 아이들은
처음 1단계에는 came, went라고 맞게 사용하지만,
2단계에서 comed, goed
3단계에선 camed, wented라고 한 뒤에 마지막에 제대로 된 came, went를 쓴다.
이는 과거형이 무조건 현재형에다 -ed를 붙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에서 언어는 모방이 아닌 자신만의 Mental Grammar의 규칙에 따라 형태를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아이들처럼 언어를 습득하면 참 좋겠지만 언어학자 레너버그는 언어 습득에는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가 있어서 인간의 두뇌가 Innate Knowledge을 구성할 수 있는 특정한 시기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이 시기는 2세경부터 12세경까지라고 주장한다.
첫 번째 증거로 이민자 자녀들이 대게 부모로부터의 입력은 전혀 완벽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새로운 언어를 흠 없이 습득한다. 하지만 어린아이와 같은 방식으로 언어를 배우는 능력은 십 대 초기에 사라지고 제 2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유창하게 배우지 못한다.
많은 매체에서 영어 스피킹을 공부하는데 아이들이 언어를 익히는 방법으로 접근한다. 이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지만 성인은 아기들이 언어를 습득하는 것처럼 할 수 없어서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그 이유는 우리는 이미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언어 능력이 닫혀있기 때문이다. 한국 성인이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이 언어능력은 굉장히 중요한데 한국어와 영어는 어순이 다를 뿐만 아니라 소리의 구성 또한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어순이 주어 목적어 동사 S O V 순이지만 영어는 주어 동사 목적이 S V O 순이다. 그리고 한국어는 영어처럼 P와 B같이 무성음과 유성음(성대를 사용하는 소리)을 뚜렷하게 구분할 필요가 없다. 즉, 사용하는 소리도 달라서 입근육이 발달되지 않아서 영어를 말하기 쉽지 않은 구조이다. 우리는 빠른 속도의 한국어를 듣고 똑같은 속도로 따라 하긴 쉽지만, 영어를 똑같은 속도로 따라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성인은 이미 한국어라는 모국어로 언어 능력이 굳어 있다. 그 이유 때문에 영어 발음을 사용하는 입 근육을 만들어줘야 하고 소리와 어순도 익숙해져야 한다.
즉, 성인에게 있어 영어 회화는 아이들이 배우듯 자연스럽게 늘기가 힘들다. 회화에 단기 완성이란 없다.
영어에 최대한 노출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인은 어느 정도 이해를 돕기 위한 문법이 필요하고, 또 개인에게 알맞은 방법으로 체계적인 자기 공부가 가장 중요하다.
- Reference
Ray, S. Jackendoff. Patterns In The Mind: Language And Human Nature.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