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side Den Feb 27. 2017

캐나다 맥도날드에서 일하기

Part2 Den으로 살아가기

맥도날드에서 일을 시작하고 생각보다 금방 적응했다. 일을 한지 일주일이 안됐는데 모든 일을 금방 배우고 숙지해서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 물어보는 코워커들마다 놀랬다. 그만큼 내가 영어를 잘 알아들었다는게 아니고 거의 다 눈치로 배우고 그만큼 노력도 했다. 예를 들어 메뉴 조리법을 사진 찍어 공부하며 외운다던가 그런 노력 말이다.  트레이닝 동안 정말 놀라웠던 부분은 매니저들이 단 한 번도 짜증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공부하려고 사진 찍었둔 맥도날드 메뉴 조리법


내가 일했던 맥도날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스케줄을 받는데 매니저급이 아니고선 고정된 스케줄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나 내 자유시간이 많이 줄었고 친구들과 미리 약속을 잡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전화로 시프트를 커버해달라는 요구가 너무 많았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거절하기 눈치가 보여서 다 커버를 해줬다. 그러다 보니 전화로 요구하는 수가 더 많아졌다. 내가 일했던 맥도날드는 24시간이라 새벽에까지도 전화가 왔었다. 정말 하기 싫었어도 열심히 했다. 이게 바로 한국인의 근성인가 싶었다. 그런데 주가 지날수록 일정하지 않은 스케줄에 지치기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내 사적인 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풀타임이라 하면 보통 일주일에 5번, 하루 8시간씩 35시간이나 40시간 정도 일하는데 그 시간 조차 받지 못할 때가 많았다. 왜냐하면 그만큼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직원이 많았고 그 직원들에게 시간을 나눠주다 보니 일정한 시간을 똑같이 줄 수는 없었다. 어느 정도 바쁜 매장이었냐면 매니저만 해도 7명이 넘고 직원이 30명 넘었다.


맨 처음으로 받았던 내 Shift


그렇게 3주가량 일을 하고 안 되겠다 싶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다른 일을 알아보러 다녔다. 나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조건은 고정된 스케줄로 일하고 일이 끝난 후에는 내 여가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처음 일구 할 때와 다르게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인터뷰 기회는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투잡을 하는 것에 대해 꺼려하는 곳이 많았다. 맥도날드는 정말 일하기 좋은 곳이었다. 직원 혜택도 굉장히 많았다. 전 제품 50% 할인받을 수 있고 그 밖에 애플, 신발 매장 등 직원 카드를 보여주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단지 계속 바뀌는 시간표 때문에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맥도날드 직원 카드 혜택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마침 학생들이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갈 때가 왔다. 맥도날드에선 학생들도 많이 고용하기 때문에 그때쯤이면 Available form이라고 자신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체크해서 제출해야 했다. 난 사실 학생도 아니고 풀타임으로 지원을 했기 때문에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뭔가 기회다 싶어 평일 아침 시간에만 가능하다고 작성해서 제출했다. 그리고 며칠 후 매니저 중 한 명이 스토어 매니저 폴이 내가 작성한 폼을 받아 줄 수 없다고 전했다. 사실 폴이 하는 말이 맞는 말이고 당연한 결정인데 난 마냥 순응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이 일을 하면 투잡도, 친구를 만나는 것도 힘들고 게다가 풀타임이지만 완전 꽉 채워서 일하는 게 아니기에 캐나다에서 생활을 해나가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난 스토어 매니저에게 내 상황을 전달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내 생각을 전달을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고 영어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두려움이 컸다. 그래서 내 생각을  글로 써서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이 편지를 쓸 때는 거의 일을 그만 둘 생각으로 글을 썼었다. 난 심사숙고 끝에 편지를 작성한 후 일이 끝나고 떨리는 마음으로 매니저에게 아래와 같은 편지를 전달하고 떠났다. 


Paul에게

안녕하세요, Den이에요. 아시다시피 제가 근무 가능일을 제출했어요. 근데 Paul이 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풀타임으로 지원했지만 그래도 왜 그 서류를 제출했는지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선, 저는 제가 제출했던 시간대에 보통 근무 일정을 받아요. 그리고 그 제출한 근무 스케줄을 맞추려고 19일 근무 중 15일을 커버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 풀타임 직원으로 한 달을 일했지만 스케줄을 일주일에 이틀만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 정도는 일찍 집에 갔던 적도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살 수 있는 충분한 돈을 못 벌고 있어요. 제 스케줄 때문에 아침 무료 수업도 참석 못 할뿐더러 다른 일자리 없이는 이 도시에서 살 수가 없습니다. 매니저가 다른 직원의 근무를 도와달라고 전화로 요청 올 때마다 저는 항상 도왔고, 근무하는 동안 항상 최선을 다했습니다. 만약 제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못하시다면 저는 이곳에서 더 이상 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며칠이 지나고 Paul이 나와 면담을 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다. 난 사실 일을 그만두게 될 거라는 예상을 하고 매장을 향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Paul을 만났고, 내 예상과는 다르게 Paul은 내 편지에 공감하고 나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내 계획은 이게 아닌데..?) 폴은 내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나를 마음에 들어했고, 내 Availiable form 받아주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Paul은 나에게 새로운 Available form을 쓸 것을 부탁했다. 내심 마음속에선 이미 그만 둘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맥도날드에서 고정된 스케줄로 일하게 됐다. 이미 언급했지만 오래 일한 직원들이나 매니저조차 내가 일했던 매장에선 고정된 스케줄을 받기란 힘들다.  내 용기로 무언가 좋은 결과를 얻게 되니 해외 생활에 더 자신감이 생겼다. 고정된 스케줄을 얻었지만 난 아직도 새로운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맥도날드 근무시간을 오후로 두고 오전에 일할 수 있는 투잡을 구하기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어회화(스피킹)을 배우는 언어학적인 접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