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인> 리뷰
자석에 이끌리듯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사람이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그녀의 무엇 때문에 나의 끌림이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그녀의 흔적이 아른거린다.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서인지, 어떤 상황에서도 조금은 슬프다던 말 때문인지, 외로워 보이는 뒷모습 때문인지, 앙다문 입술, 슬쩍 치켜든 눈빛에서 두려움을 보았기 때문인진 모르겠다. 나열된 이유에서 내 모습이 언뜻 스쳐 지나가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그녀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두 번의 계절을 지나 영화 <연인>을 만나게 됐다. <연인>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노년기에 접어든 소녀가 파리에서 자서전을 집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영화에 대한 줄거리랄지 배우의 연기, 연출과 음악에 대해 묘사하면 좋겠지만 나는 늘 비밀스러운 글을 쓰게 된다. 마치 암호가 새겨진 결계를 깰 누군가의 방문을 기다리는 것처럼.
영화의 어떤 장면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고 있던 영화를 멈추고 섬광처럼 스쳐 지나간 언어들을 그러모아 아래의 문장을 썼다.
“삶은 왜 고통스러운 걸까?
고통을 느껴야만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어서일까?
살아있다는 자각이 없이 살아있다면
그건 죽은 것과 다름이 없는 걸까?
답은 항상 천천히 온다.
그래서 우린 슬퍼할 기회를 놓친다.“
미처 슬퍼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과거의 순간이 영화를 본 이후 감각되기 시작했다. 아리듯 저며오는 고통의 순간. 무엇 때문인지 어떤 상황에서 비롯된 건지 알 수 없는 상처 난 기억. 절절하게 되풀이되는 쓰라린 찰나가 삶을 이끌어 가고 그 힘으로 주인공인 중국인 남성도(이름도 모르네. 그 남자)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겠지.
지나친 고통, 익숙해진 통증, 지속될 슬픔에 취해 사랑하고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