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일본이다.
이 이야기를 하자니 뭔가 조심스러워진다.
나는 일본 문화에 대단히 깊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
일본이라는 나라에 특별한 호감을 갖고 있지도 않다.
사실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하지만 지금처럼 녹음이 깔리기 시작하는 여름날 한적한 거리를 걸을 때면
나도 모르게 또 일본을 상상하고 일본을 여행했던 여름날을 떠올리게 된다.
그 시작은 언젠가 다녀온 도쿄 출장이었다.
말이 출장이지 4박 5일간 별다른 업무일정이 없는 외유성(?) 출장이었고
운이 좋게도 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낼 수 있었다.
시부야의 인파를 바라보며 교차로도 건너고, 스카이타워의 풍경에 넋을 놓기도 했다.
발 닿는 대로 걸어 다녔고, 대학, 공원, 서점 등 가고 싶은 곳은 그게 어디든 향했다.
낯선 캠퍼스를 걷기도, 카페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기도 했다.
결혼 이후에 처음으로 경험하는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이었기에 그 경험이 더욱 특별했다.
그 누구와 어떤 대화도 없이 오롯이 의식대로 흘러가는 여행이었다.
동해바다를 건넜을 뿐인데, 미세먼지도 없고 구름도 없는 쾌청한 날씨가 지속된 덕분에
90년대 시티팝을 들으며 내 오감을 총동원해 도쿄에 푹 절여 보낼 수 있었다.
어딜 둘러봐도 선명한 도쿄였고, 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같은 비행기로 (외유성) 출장을 온 회사 사람들만 피해 다니면 그만이었다.
다음 주에 난 교토로 간다. 사촌동생과 둘이.
첫 아이 탄생 전 와이프의 컨펌을 받아 3박 4일의 기회를 얻었고
난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일본을 선택했다.
아마 앞으로 몇 년 간은 이런 기회가 없을 것임을 잘 안다.
그래서 지난번 일본의 무엇이 그리 행복했는지 돌아보기 위해 사진을 찾으며 글을 적기 시작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을 기억해 냈다.
교토는 느림의 도시라던데.
난 이번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이번의 여행이
향후 몇 년을 책임지는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