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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러리 Mar 25. 2020

직업과 작업

넷마블 251270

그러니까 넷마블 주식을 처음 매수한게 3월 13일 금요일이었다. 미국증시가 대폭락했던 3월 12일 목요일에 이어 3월 13일엔 한국 증시가 자유낙하 중이었다. 넷마블도 떨어지는 칼이었다. 그래도 89500원에 6주를 샀다. 넷마블을 산 이유는 투자 목적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가 더 컸다. 2월에 신기주의 비즈니스맨이라는 유튜브를 실험해봤다. 직접 원고를 쓰고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해서 업로드를 하는 유튜브의 전 과정을 혼자서 해낼 수 있을까 궁금했다. 이렇다할 이미지도 없이 오직 글과 말로만 이야기하는 유튜브가 가능할까도 궁금했다. 영상에서 볼거라곤 자막 뿐이었다. 말하자면, 말이 글로 읽히는 유튜브도 가능한지 실험해보고 싶었다. 보이는 라디오인지 읽히는 비디오인지 뭐 그런 형식 실험이었다. 지난해에 신기주의라는 이름으로 유튜브를 만들어본적이 있었다. 그땐 외부 PD의 도움을 받았다. 신기주의는 잡다한 유튜브였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신기주의 무엇인지가 없었다. 신기주의 비즈니스맨은 다르게 해봤다. 비즈니스 채널이었다. 기업과 기업인을 다뤄봤다. 유의미한 샘플을 얻어보려고 3주 정도 데일리로 진행해봤다. 신기주의 시절엔 영상을 30개 정도 올렸었다. 신기주의 비즈니스맨으로 3주 동안 업로드한 영상이 15개였다. 이 정도면 충분한 샘플을 얻었다 싶었다.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일단 말이 글로 읽히는 유튜브도 가능하구나 싶었다. 화려한 영상 효과도 없는 그저 자막 뿐인 유튜브도 봐주는 분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무언가 중요한게 빠져있었다. 저널리스트로서의 관점에서만 기업과 기업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자적 관심사에만 머물러 있었다. 투자자적 관점이 필요하다는걸 깨달았다. 애널리스트적 관점에서 기업과 기업인을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 그걸 깨닫게 해준게 넷마블이었다. 넷마블과 창업자 방준혁 의장을 살펴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넷마블의 주가 흐름은 2017년 5월 12일 15만7천원에 상장한 이후부터 3년여 동안 단계적인 하락세를 보여왔다. 주가의 흐름에 넷마블의 성공과 실패가 명약관화하게 반영돼 있었다. 넷마블 같은 기업도 드물겠다 싶었다. 

결코 효율적 시장 가설의 신봉자는 아니다. 기업의 모든 가치가 주식가격에 모두 반영된다는건 불가능하다. 기자는 인간의 불합리성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목격하며 사는 직업이다. 늘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세상은 시장보다 크다.” 시장이 아무리 커도 세상을 모두 담을 수는 없다고 믿는다. 그래도 주식 시장은 흥미진진한 구석이 있었다. 기업과 기업인의 스토리를 말하고 쓰고 싶어하는 1인 기자로서 정작 기업과 기업인의 가치가 반영되는 주식 시장에는 너무 초연했구나 싶었다. 비즈니스를 이야기하려면 마켓을 말해야만 했다. 기업을 분석하려면 증시를 통찰해야만 했다.  

증시에 뛰어들기엔 마침 타이밍도 좋았다. 연쇄 폭락장이었다.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에 용인했다. 산업별 기업별로 나름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게 우선 목표였다. 한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에서도 주식을 매수했다. 그 과정에서 비즈니스 저널리스트로서 그동안 무엇이 부족했는지도 통감했다. 구경꾼으로서 기업을 분석하는건 분명 한계가 있었다. 단 한 푼이라도 직접 자기 돈을 태운 투자자로서 기업을 들여다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렇게 시장에서 돈을 벌어보기도 하고 잃어보기도 해야 시장이 원하는 진짜 분석과 정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터였다. 매번 투자 포지션을 정할 때마다 시장의 채점을 받는 기분이었다. 세상은 시장보다 크지만 시장은 세상보다 현명하다. 돈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존재라는것도 새삼 깨달았다. 시장에 뛰어들자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모른다는 것조차 몰랐던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배우기 시작했다.

넷마블은 지난 2주 동안의 글로벌 대폭락장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엔씨소프트만큼은 아니었지만 코로나 상승주로 소개될 정도였다. 신기주의 비즈니스맨에서도 넷마블을 분석해보면 좋겠다 싶었다. 이제는 그나마 투자자의 관점을 더해서 기업 분석을 해볼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기업을 분석할수록 넷마블은 적어도 8만원대에 머물러있을 주식은 아니었다. 저평가 받고 있단 얘기였다. 실제로 코로나 폭락장 와중에도 동반 하락하기는커녕 9만원대로 반등했다. 신기주의 비즈니스맨에선 넷마블이 저평가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0년 안에 애초 15만원대였던 상장 공모가를 회복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3월 25일 수요일은 오랜만에 신기주의 비즈니스맨을 업로드해볼까 점찍어둔 날이었다. 전날 미국 증시가 급등해서 한국의 수요일장도 아침부터 상승출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가 상승할 때 넷마블만 95000원대 아래에서 거꾸로 하락하고 있었다. 내심 아차 싶었다. 이제라도 유튜브 내용을 고쳐야만 하나. 그때 월가의 전설 피터 린치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시장예측을 믿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내 나름대로 믿음을 갖고 근사한 종목들, 특히 과소평가돼 있다거나 평가절하된 종목들을 사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1인 기자이면서 1인 투자자로서 스스로한테 자문해봐야 했다. 정말 내가 내 나름대로의 믿음을 갖고 있다면, 넷마블을 95000원에 추가 매수할 수 있겠는가. 

넷마블을 95000원에 2주 추가 매수했다. 정작 넷마블 주가는 오전장 내내 95000원대 아래를 맴돌았다. 시장은 신기주의 비즈니스맨의 분석이 틀렸다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원인을 분석해봤다. NH농협증권이 넷마블 매물을 쏟아냈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공매도를 금지했다. 증권사에 한해선 허용돼있다. 증권사는 시장조성자이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선 넷마블 주가는 공매도에서 자유로워졌고 시장조성자들도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거라고 분석했다. 그건 기자로서의 시각이었다. 실제 투자자로서 체감한건 현장에선 그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이었다. 기관이 매물을 쏟아내면 주가는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마켓에 직접 참여하면서 비즈니스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신기주의 비즈니스맨에서의 분석이 100% 정답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시장 앞에선 한없이 겸손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기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 맞는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직업이다. 투자는 자신이 예측한 것이 현실로 맞아떨어질지 끊임없이 검증해야 하는 작업이다. 둘 다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업들이다. 

2020년 3월 25일 수요일장에서 넷마블의 종가는 95200원이었다. 기관 매물이 쏟아졌는데도 95000원대를 회복해줬다. 시장이 가까스로 낙제점은 면하게 해준 듯한 기분이었다. 내일은 또 내일의 시장이 펼쳐지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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