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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러리 Mar 27. 2020

구름 위의 산책

마이크로소프트 MSFT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152.6달러에 2주 매수했다. 지난 3주 동안의 폭락장세 속에서 내내 주목해온 주식이었다. 솔직히 FAANG의 주가는 코로나 위기 직전에만 해도 다소 과도하게 오른 측면이 있었다. 물론 거품은 터져봐야 거품인지 안다. 지난 1년 동안 미국 주식을 매달 아주 조금씩 꾸준히 매수해왔다. 그러다 2월 14일에 애플과 페이스북과 아마존을 약간 더 소수점 매수했다. 약간만 욕심을 부려봤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네덜란드의 튤립처럼 미국의 FAANG도 언제까지나 오를 것만 같았다. 덕분에 코로나 폭락장 이후 포트폴리오에 파란불이 켜진건 물론이다. 

FAANG의 주가가 모조리 폭락했을 때 일부는 저가매수를 했다. 그래도 최대한 자제했다. 자기 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FAANG이라니까 무조건 믿고 샀던건 아닐까. 투자는 실패할 수 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투자는 자기 분석이 없이 타인의 말에 휩쓸리는 경우다. 나름의 논리와 근거를 갖고 투자했지만 실패하면 그래도 손실을 견딜 수 있다. 내 탓을 하면 무엇이 틀렸는지 복기하게 된다. 그렇게 조금이나마 성장할 수 있다. 남의 말을 믿고 투자하면 남탓만 하게 된다. 돈도 잃고 성장도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는 FAANG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선 1990년대를 풍미했던 테크기업이다. 2000년대 이후는 누가 뭐래도 1990년대 MS와 빌 게이츠의 라이벌이었던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시대였다. 그런 마이크로소프트를 다시 봐야겠구나 싶었던건 지난해에 애플에 이어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하면서였다. 지난해 연말에 사티아 나델라의 <히트 리프레시>를 읽으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정말 책 제목처럼 완벽하게 새로고침됐다고 느꼈다. 사내정치의 온상에서 교류소통의 조직으로 바뀌었다는걸 알 수 있었다. 개미 투자를 시작하면서 맨 먼저 손에 넣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술주도 마이크로소프트였다. 갑작스런 폭락장이 오면서 황급하게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부했다. 아무리 주가가 싸도 나름 공부하지 않고는 절대 주식을 사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솔직히 레이 달리오처럼 원칙을 철칙으로 지켜낼 인간은 못된다. 그래도 투자에는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 정도는 안다.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 주가가 코로나 폭락 사태로 135달러까지 내려갔을 때 놓쳤다. 적어도 150달러대마저 벗어나기 전엔 사고 싶었다. 솔직히 FAANG은 코로나 폭락장 이후에도 주가 반등이 안될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예컨대 애플은 중국에 제조공장이 있다. 전세계 애플스토어의 영업을 중단했다. 생산과 판매 모두에서 차질을 빚고 있단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력 상품인 클라우드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 클라우드 시장의 절대 강자는 아마존의 AWS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Azure 가 맹추격을 해왔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격차는 점차 좁아지는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사티아 나델라의 리더쉽이 큰 역할을 했다. 마이크로스포트의 애저는 쉽고 편리하다. 클라우드 중에서도 전문가와 기업을 위한 IaaS를 정말 정말 쉽고 간단하게 재설계해냈다. 스티브 발머 시절의 일반 소비자용 MS 윈도우가 어떻게 업데이트할때마다 개악됐는지 기억한다면 놀라운 변화다. 회사의 제품은 회사의 구조와 닮는다. 회사의 의사결정구조가 꼬여있으면 제품도 산만하게 나온다. 

무엇보다 비즈니스는 추세가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이후에도 말이다. 5G 수요와 함께 서버 수요도 늘어날 일만 남았다. 단지 증가속도가 관건일 뿐이다. 그래서 삼성전자의 SK하이닉스 매수와 마이크로소프트 매수는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주식투자는 기업이나 브랜드의 대중적 이미지가 아니라 철저하게 매출과 순익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놓고 판단해야 한다는걸 배워가는 중이다. 그것이야말로 머니마켓이 사고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FAANG도 색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잣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달리 보이게 된 것도 그래서다. 요즘 스포츠TV에선 1990년대 NBA 결승전을 재방송해주고 있다. 코로나 탓에 NBA경기가 없는 탓이다. 마이클 조던이 찰스 바클리와 자웅을 겨루던 시절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1990년대의 FAANG이던 시절이다. 한참 사과밭에서만 놀다가 실로 오랜만에 MS의 윈도우를 다시 열었다. 클라우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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