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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 May 05. 2017

창업, 긴 여정의 기로에 서있는 사람들을 위한 글

스타트업 다이어리 (1) 나는 왜 창업을 했나

2016년 2월,

긴 직장생활을 마치고 창업을 했다.


나의 스타트업 열망이 시작된 것은 2009년 최초의 아이폰이 탄생할 당시였다. 

삼성전자 모바일 UX 디자이너이면서도 애플빠(?)였던 나는 iPhone의 UX에 매료되었고 혼자 잡다한 아이디어를 UX프로토타입으로 이것저것 만들어보곤 했다.


처음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아이디어 하나가 실제로 개발되어서 시장에 나가는 일련의 과정에서의 희열 때문이었다.  그런 열정은 커다란 덩치의 조직 속에서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사이에서 숨죽여야 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더 큰 갈증이 생겼다.


몇 년간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현실에 발맞춰 살다가.. 이대로 가다가는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어느 순간 미팅을 할 때마다 답답함에 숨이 막혔다. (대기업에 다니는 분들 중 나와 비슷한 분들이 분명 있을 것 같다)


환경과 프로세스의 문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열정은 넘쳤지만 나 스스로 실력은 늘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업무가 아닌 나 스스로 독자적인 프로젝트로 나를 완성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내가 꿈꾸던 것은 사실 사업가가 아닌 창작자였다.


그 부분에서 가장 고민이 컸다. 내가 수년 동안 봐오던 대기업 임원의 모습, 그리고 중소기업 대표님들의 모습과 나를 비교했을 때, 나는 그들과 전혀 다른 유전자 같았다.

나는 돈키호테 스타일도 아니고, 카리스마 리더십이 있는 유형도 아니다. 4살짜리 딸을 키우면서 유독 더 눈물도 많고 마음도 여린 사람이 되었다.


 꼭 창작의 욕구를 창업으로 해소할 필요는 없는 것이 었기에(취미 활동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사업을 할지 말지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퇴사하기 전, 마음의 결심을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시중에 나온 책은 거의 모두 읽었다. 

기사, 블로그 닥치는 대로 읽고 모았다. 조금 웃픈 이야기이지만 ‘당신은 사업가입니까?라는 책을 읽으며, 나의 성향이 사업가와 맞는지를 체크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거의 맞지 않아 굉장히 실망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그 뒤로 읽은 ‘오리지널스’라는 책에서는 나 같이 백업플랜을 두고 리스크를 헷지 하는 유형의 기업가가 30% 정도의 더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는 통계를 보고 안도했다. (아마 과감한 분들은 이런 책 따위도 읽지 않을 테지만..ㅋㅋ)


내게 창업이란.. 시원하게 결정하기 정말 어려운 인생 대 이슈였다.


아이템을 고르는데도 신중에 신중을 더했다. 회사에서 기획을 하던 열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ㅎㅎ

운 좋게도 회사에서 맡은 일이 신규 BM과 기획일이라 수없이 다양한 카테고리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경험할 수 있었고, 내 인생을 건 아이템에 대해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BM을 선택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직장 생활 중 쌓아둔 다양한 아이템들 중 나의 선택 기준은 우선적으로 내 인생에 얼마나 의미를 줄 수 있는가 였다. 물론 돈을 벌 수 없는 아이템은 생존을 위해 제외했지만..


그래서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며 가장 고충을 느꼈던 영어 공부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항상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하려면 교육분야를 혁신해야 한다는 생각도 보탬이 되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2016년 ‘튜터링’이 탄생했다.


2011년, 무려 6년 전 사내에서 제안했다가 삼성전자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탈락한 아이템이지만, 늘 아쉬움이 있었는데.. 결국 5년 이지나 서야 사업화를 선택한 것이다.

(창업 아이템 선택과 BM 관련 의사결정론은 다음 편에..)


나와 같이 오랜 고민을 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꼭 아래 세 가지를 먼저 체크해봤으면 한다. 


1.    지금 창업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나요?

2.    그 분야와 아이템을 정말 좋아하나요? 365일 24시간 고민해도 좋을 만큼?

3.    돈을 많이 번다 vs 자아실현을 한다. 이 둘 중 당신의 선택은?


1년 갓 넘게 스타트업 운영을 해오면서, 창업이라는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10여 년의 직장생활보다 1년의 창업활동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치가 훨씬 컸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과 이슈에 대한 의사결정 능력이다. 


정말 웃기는 일이지만, 창업 후 1년 동안 나는 더욱 이타주의 사고를 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대표라는 직업에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이 결국 ‘사람’이다. 생존을 위해 나 자신에 대한 생각보다 공동창업자, 직원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착하진 않지만 어쨌든 이타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ㅎㅎ


스트레스 측면에서는 물론 직장생활에서 보다 10배 이상으로 큰 것 같다. 창업 후에 그동안 얼마나 내가 온실 속 화초처럼 편하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보며 반성이 절로 될 만큼… 하지만 성취감과 희열은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스트레스가 닥쳤을 때 스스로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위로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과정들을 통해 내가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매 순간 느끼기 때문이었다.


또한 내가 해보고 싶었던 기획과 디자인을 내 의지대로 마음껏?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개발자 출신이라면 원하는 개발을 정말 미친 듯이 마음껏 해볼 수 있다 ㅋㅋ) 그리고 내가 만든 서비스로 조금이나마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나름의 자부심이 나를 지탱했다.


만약 돈을 벌기 위해서, 또는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서 창업을 한다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적으로 말리고 싶다. 돈이 이유가 된다면 창업 후에 겪게 되는 수많은 고난을 견뎌내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초기에는 계속 직장에서 벌던 월급의 10%도 벌지 못했다. 자금이 생기면 좋은 직원을 먼저 채용할 수 있는 자금이라 생각하니 도저히 스스로 월급을 받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튜터링은 창업 초부터 무난하게 초기 투자에 성공하여 속도를 낼 수 있는 엔진을 얻었다. 하지만, 이 또한 내가 부자가 된다는 신호탄은 절대 아니다. 다만,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마음껏 도전을 할 수 있는 발판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할까 고민 중이거나, 직장경험이 적거나, 생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하는 창업은 절대적으로 말리고 싶다. 적은 경험치와 자금난이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옳은 결정을 방해할 것이라고 본다. 또 사업을 할수록 스스로의 성장보다는 돈에 포커스 맞춰질 수 있어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들 수 도 있다. 


1편에서는 가볍게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공유해 본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예비 창업가들의 선택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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