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보다' , '읽다' , '말하다'로 이루어진 3부작 중 1부 '보다'의 소주제를 읽고 착안하여 쓴 글임을 밝힙니다.
언제부터인가 YOLO(You live only once)라는 용어와 여행을 동일하게 여기는 풍토에 익숙해진 듯하다. '인생은 한번뿐, 떠나라'라는 말도 그럴듯하게 들리니 말이다. 심지어 나도 그랬다. 예전에는 건전하게 소비하고 저축했던 소비패턴 자체를 깨부수고 사고 싶은 것을 사고, 즐기고 싶은 것을 즐기는 행위를 일탈이라고 여겼다. 또한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차 3년 동안 12회의 해외여행을 다녀보니 뭔가 크게 엇나감을 깨달았다. 여행을 다니면서 깨달은 사진을 SNS에 올려 추억하는 행위는 건전할 수 있으나 깨달음이 적절히 농익지 않고 떠나기만 하다 보니 이는 마치 SNS에 올리기 위해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변질됐다. 또한 여행 후 남은 것은 빚과 몇 장의 사진이 전부이고 미리 경험을 해보았다고 으스댈 수 있는 오만함 딱 그 정도가 교훈의 전부가 되어갈 때 깨달았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물리적인 거리가 아니라 마음의 적절한 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런 일도 있었다.
이번 여름에 다른 사람과 대화 중에 휴가를 다녀왔냐는 말로 안부인사를 대신하곤 했는데 집 앞 계곡에 갔다 왔다는 답변을 듣고 괌에 다녀온 나 자신이 우쭐해진 모습을 발견했다. 그 후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직도 나는 미성숙하고 하찮고 모자란 것 같다.)
김영하 작가의 책을 읽으며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속 전개 방식의 독특함은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이러한 시각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의 소설을 읽을 땐 하나의 현상에 다양한 궤를 씌우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는 다양한 시각을 설정함은 물론 소설 속 화자의 감정을 더욱 다층적으로 구성시켰다.
그중 이번 산문집 속 소주제 '여행이 싫다고 말할 용기'를 보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여행의 본질에 대해서 말이다. 호화 크루즈를 타고 대서양을 가로질러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것이 풍족함과 안녕을 상징하도록 몇백 년 동안 수없이 광고하고 우리의 사고를 점차 물들이면서 우리는 본질을 잃어버렸다. ~~~~ 에서 꼭 가봐야 하는 100가지 맛집, 꼭 해봐야 하는 100가지 액티비티 등으로 행동반경을 규정당하며 다시 한번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흐릿하게 가려졌다.
아직 가장 바람직한 여행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만족할만한 답을 구하지 못했다.
성찰의 깊이가 점점 깊어질 때쯤 그 답을 내리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