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큰 울림을 주는 영화
한 줄 요약
가장 친숙하고도 어려운 소재인 가족을 조세핀 마치의 시선을 따라 인상주의의 색을 입혀 그려낸 영화
짧은 요약
소설이 주는 여운과 감동을 퇴색시키긴커녕 더욱 증폭시켜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이다.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 일회성으로 읽히는 매대 위의 소모성 책들 여러 권보다 더 울림이 깊은 영화였다.
- 우리의 인생은 정말 모두가 한 편의 소설이다.
- 미녀와 야수에서 드레스를 입고 공주로 나왔던 엠마왓슨보다 훨씬 아름답고 어울려 보였다.
- 당시 파리에 불던 인상주의 화풍을 영화 속 여러 장면을 통해 오마주 하였다.
감상평
가족은 누구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작은 세계이다. 그렇기에 모두에게 친숙하기도 하지만 때론 진부하고 고리타분한 소재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영화에서 그려내는 가족영화는 부모의 시선으로 그려내거나(국제시장), 희생이 당연시되었던 부모를 바라보는 딸의 시선으로 안타까움을 녹여 기술하거나(82년생 김지영),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이야기를 담기보단 누군가의 손자, 손녀 혹은 아들, 딸 등의 관계를 그린 영화(집으로, 애자 등)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작은 아씨들은 누군가의 딸로서 무언가를 바라고 기대하는 바가 매우 소소하다. 자매들끼리 어떤 갈등이든지 서둘러 봉합하고 서로에게 따스한 존재가 되기만을 바라는 엄마가 그저 존재할 뿐이다. 그렇기에 자매들은 다 각자의 이상향을 스스로 그려낸다. 배우가 되고 싶은 첫째(멕 마치 역_Emma Watson), 작가를 꿈꾸는 둘째(조 마치 역_Saoirse Ronan), 몸이 아파서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이려는 셋째(베스 마치 역_Eliza Scanlen), 화가가 되고 싶은 넷째(에이미 마치 역_Florence Pugh)가 그러하다. 단지 부모와 딸들 그리고 보모라는 작은 의미의 가족을 제외하고 아버지의 큰 누나 뻘인 고모(Meryl Streep)만이 자신의 이상향을 조카들에게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말로써 늘 조언 아니 충고를 서슴지 않을 뿐이다.
첫째는 결혼과 꿈에 대한 이상은 늘 갖고 있다. 배우를 꿈꾸지만 연극은 집안의 옥탑방에서 동생이 써준 각본으로 소꿉장난 같은 연기를 할 뿐이고 큰 야망과 도전정신을 갖지 않고 그저 행복만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본인 가정의 능력으론 참여할 수도 없을 법한 사교계 파티에 발에 맞지도 않는 신발을 신고 자신의 신랑감을 물색하려 한다. 하지만 이는 뜻대로 될 리 없다. 백마 탄 왕자님을 바라기엔 경쟁자들도 많고 여린 마음을 지니고 있기에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위선적인 흉내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무나 사랑하고 아껴주지만 가난에 허덕이는 남편을 만날 뿐이다.
둘째는 꿈에 대한 이상이 결혼이라는 행위를 집어삼킨 듯하다. 자신의 여성스럽지 못한 성격 때문에 결혼은 물 건너갔다고 여기고 참전한 아버지를 대신에 가족을 기꺼이 보듬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인다. 긴 머리카락을 잘라 아버지의 병문안 길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그녀의 모습에 가족들은 웃으며 놀리기 일쑤였지만, 새벽에 계단에 걸터앉아 자신의 잃어버린 여성성에 슬퍼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웃음과 안타까움을 환기시키기 충분했다.
셋째는 그저 조용히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낸다. 엄마가 시킨 일이 옳다고 판단하면 그저 다른 이유 없이 할 뿐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조용하던 그녀도 성큼 앞장서기도 하고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받은 바에 대한 호의를 되갚을 때에도 그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방향대로 감사를 표할 뿐이다. 수동적으로 비치고 연약한 존재로써 그려질 수 있는 역할이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의 확고한 신념과 방향이 있는 캐릭터였다.
넷째는 자칫 탐욕스럽게 비칠 수 있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쟁취한다. 이 영화상에서 가장 경험을 통해 성장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남들과 비슷한 그림을 그리지만(정물화(사과그림), 풍경화(모네)) 후에 여성에게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했던 미술계를 미련 없이 떠나기도, 부잣집의 프러포즈를 거절하고 덜 경제력이 있는 남편감을 택하기도 한다.(심지어 자신의 둘째 언니를 좋아하는 과거가 있는 남자)
한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 저마다의 캐릭터를 조화스럽게 잘 녹여냈고, 밋밋할 수도 있었던 서사적 스토리를 순행적으로 구성하지 않았고 상징적 요소들(명도, 초, 계단 등)을 통해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소설이 그러하듯 보는 관객의 경험에 따라 저마다의 교훈을 내릴 듯한 요소가 다분하여서 다양한 생각을 녹여내기에 충분한 매개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