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_노점상(露店商)

따뜻한 추억을 파는 '거리의 가게'

by 인사이트뱅크
우리말 속에 섞여있는 한자어는 단순한 어휘가 아니라 오랫동안 쌓이고 다듬어진 생각의 구조이자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단어의 뿌리를 이해하는 순간, 사고는 정제되고 말은 가벼워지지 않는다.


노점상에 대한 추억 한두 가지 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떡볶이와 순대, 튀김과 같은 분식은 모두가 사랑하는 우리나라 길거리 음식의 대표 주자들이지요. 겨울철에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어묵 국물과 밀가루가 익어가는 고소한 냄새에 이미 포만감이 느껴지는 호떡과 붕어빵, 계란빵이 제격입니다. 학원가의 주머니가 가벼운 고시생들은 노점상에서 김밥이나 컵밥, 토스트 등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지요.

지금은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음악도 어느 시절에는 노점상을 통해 유통되었습니다. 저작권 개념이 희박하던 때, 불법으로 복제된 카세트테이프를 늘어놓고 인기곡을 요란하게 틀어대는 노점상 덕분에 사람이 붐비는 거리는 늘 음악으로 넘쳐났지요. 이런 이유로 ‘길보드 차트’라는 웃지 못할 신조어가 인기의 가늠자가 되기도 했답니다.

단돈 몇백 원짜리 머리 장식부터 흔한 과일과 채소는 물론 핸드폰과 같은 고가의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노점상의 품목은 너무나 다채로왔습니다. 도로법이니 거리 환경 개선이니 하는 이유로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노상점은 여전히 우리에게 상품이 아니라 추억을 팔고 있습니다.

노점상(露店商)은 ‘거리[路]의 가게’로 오해하기 쉽지만, 한자를 그대로 풀면 ‘이슬[露]을 맞는 가게’라는 뜻이 됩니다. 그런데 보통 이슬을 뜻하는 露가 동사로 쓰이면 드러내다, 노출하다는 의미로도 활용이 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노골적(露骨的)’이라는 단어입니다. 뼈를 드러낼 정도로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을 말하지요. 이렇게 보면 노점상은 작고 허름한 가게의 모양새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어느 쪽이 되었건 이슬을 맞으며 한데에서 자는 ‘노숙(露宿)’과 같이, 노점상은 이름 속에 이미 애처로운 기운이 깊게 배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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