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과 경고 사이
우리말 속에 섞여있는 한자어는 단순한 어휘가 아니라 오랫동안 쌓이고 다듬어진 생각의 구조이자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단어의 뿌리를 이해하는 순간, 사고는 정제되고 말은 가벼워지지 않는다.
일상에서 감탄사처럼 내뱉는 ‘근사하다’라는 표현은 보통 긍정적인 의미의 수식어로 쓰일 때가 많습니다. ‘근사한 저녁 식사’와 ‘근사한 선물’, ‘근사한 데이트’, 심지어는 ‘근사한 남편’이나 ‘근사한 아내’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근사하다’의 어간과 근사치(近似値)의 ‘근사(近似)’는 같은 한자어입니다.
보통 ‘그럴듯하게 괜찮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근사하다’는 ‘실전에 근사한 군사 훈련’이나 ‘계산이 예상과 근사하게 맞아떨어졌다’ 등의 쓰임과 같이 ‘거의 같다’는 의미가 우선이지요.
‘근사치’ 역시 특히 수학에서 ‘참값에 가까운 값’을 뜻합니다. 그래서 근사치는 결코 참값이 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근사의 사(似)는 ‘겉으로는 비슷하나 속은 완전히 다름’의 뜻을 지닌 ‘사이비(似而非)’에서처럼 ‘닮다’, ‘비슷하다’는 훈(訓)을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사이비뿐만 아니라 비몽사몽(非夢似夢), 유사상표(類似商標), 유사종교(類似宗敎)처럼 ‘사(似)’자가 들어가면 보통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가 됩니다.
연예인의 경우 데뷔 초반에는 ‘스타의 닮은 꼴’이라는 수식어가 대중의 이목을 끌며 화제가 되기도 하지만, 진정한 스타로 성장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되는 경우도 있지요. ‘비슷하다는 건 진짜가 아니다’라는 광고 문구가 말해주듯, 끝내 자신만의 빛을 만들어 내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결국 ‘근사하다’는 말은 진짜에 가깝다는 칭찬과 결코 진짜가 아니라는 분명한 경고를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이 말의 참뜻에 주목한다면, 앞으로는 아무 데나 ‘근사하다’는 표현을 붙이기가 어려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근사한 삶’을 꿈꾸는 당신은 그저 근사치에 만족할 것입니까, 아니면 끝내 참값이 될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