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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May 13. 2018

루브르에선 뒤를 돌아보세요

베로네세 <가나의 혼인잔치>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그림 중 가치에 비해 가장 소외당하고 있는 작품이 뭘까?


아마도  <가나의 혼인잔치 The wedding at cana>가 아닐까?

베네치아 베네닉토회 수도원인 산 조르지오 마조레의 식당을 장식하기 위해 그려진 <가나의 혼인잔치>는 크기가 무려 9.9mX6.66m로 루브르가 소장한 그림 중 가장 큰 그림이다. 크기 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해 버리는 작품. 티치아노, 틴토레토와 함께 후기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위대한 베네치아 화가인 파올로 베로네세(본명은 파올로 칼리아리 Paolo Cagliari, 이탈리아 베로네에서 태어나 베로네세 라 불린다.)가 1563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그림출처 : wikiart.org

130여 명의 등장인물은 저마다의 표정과 동작으로 그림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실제 그림 앞에 섰을 땐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내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목격하고 있다는 착각을 할 만큼 생동감이 넘쳤다.


베로네세는 예수의 첫 번째 기적인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순간을 그 시대가 아닌 16세기 베네치아를 무대로 그렸고, 등장인물들 또한 당대의 유명인사인 카를 5세, 프랑수아 1세, 그리고 베네치아의 화가들을 모델로 해서 그렸다. 정확한 좌우 대칭의 원근법으로 그려진 고딕 양식의 건물과 뒤로 보이는 하늘이 공간감을 더한다. 해박한 건축 지식은 물론 완벽한 인체 묘사위에 당시 베네치아풍의 의상을 화려한 색채로 표현하여 환상적이고 매혹적인 공간을 연출해냈다. 색채의 응용을 즐겼던 그는 가장 위대한 색채 화가로의 면모를 발휘하여 당시 베네치아 공화국의 번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좌: 물항아리에서 포도주가 흘러나오자 오른편에 앉은 사람이 놀라 바라본다.   우: 예수보다 더 눈에 띄는 네 명의 악사들


그림의 가장 중앙엔 후광이 비치는 예수가 앉아있고, 그 옆으로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 좌우로 예수의 12제자가 보인다. 그런데 베로네세는 예수의 앞쪽에 악기를 연주하는 4명의 악사를 배치했는데 이는 성경에 없는 내용이다. 특히 이 네 명의 악사는 화가들을 모델로 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흰옷의 비올라 연주자는 베로네세 자신이고 그 옆으로 야고보 바사도, 틴토레토, 티치아노 등의 화가들을 등장시켰다. 그의 재치와 유머러스함이 보인다. 이는 당시 베네치아 공화국이 예술가들이 종교재판의 검열 없이 최대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재기 발랄한 베로네세지만 악사들의 사이에 있는 탁자 위엔 모래시계를 배치함으로 ‘'잔치는 끝날 것이며, 물질적인 쾌락은 순간’임'을 암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완벽해 보이는 이 작품이 가진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바로 모나리자의 맞은편에 걸려있다는 것이다. 이 그림이 붙어있는 방에 들어가면 일단 맨 먼저 모나리자를 보게 되고, 특별히 <가나의 혼인>을 보려 마음먹지 않았다면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관람객들 때문에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밀려서 질려서 다른 방으로 이동하게 된다.


만약 루브르에 가서 모나리자를 만나게 된다면 꼭 뒤를 돌아보자. 그리고 이 그림을 보게 된다면 먼저 이 그림의 제목이 <가나의 혼인>이니 그 혼인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를 찾아보자. 또 예수의 뒤쪽 난간에 서있는 세 명의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으며 그 들의 행위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생각해보자. 그리고 베로네세와 3명의 악사(화가)의 연주에 귀를 기울여보자.




빨리-많이-대충 에서 천천히-깊게-대화하는 여행을 만들어주는... 그림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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