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열 배 즐거워지는 그림 보는 법
매 년 이탈리아의 베니스 리도 섬에서 열리는 베니스 영화제는 베를린 영화제, 칸 영화제와 더불어 가장 권위 있는 3대 국제 영화제 중 하나다. 최우수 필름으로 뽑힌 작품엔 '황금사자상'이 수여된다. 우리가 흔히 비엔날레라고 부르는 국제미술전의 원조인(비엔날레라는 말도 여기서 부터 시작되었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그랑프리도 '황금사자상'이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왜 베니스는 하고 많은 것들 중 사자 그것도 날개 달린 사자를 '최고'의 상징으로 만들었을까?
AC 68년 예수님의 제자 중 한 명인 마르코(영어로 Mark, 한국에서는 마가라고도 한다)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전도활동을 하다가 순교하였다. 그리고 수백 년이 지난 9세기경 베니스의 상인 2명이 당시 무슬림의 지배하에 있던 알렉산드리아에서 마르코의 유골을 훔쳐왔다. 예수님의 제자이자 성경의 저자인 마르코의 유골을(유품도 아닌) 이교도의 땅으로부터 찾아왔으니 베니스 사람들은 난리가 났고, 이미 베니스의 수호성인이던 산 테오도르를 밀어내고 산 마르코가 베니스의 수호성인 자리에 오르게 된다. 당시 산마르코의 유골을 모시기 위해 지어진 성당이 현재 베니스의 산마르코 대성당이다.
그런데 산 마르코와 사자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먼저 신약성경의 복음사가부터 이야기해보자. 복음 사가란 복음서를 집필한 저자. 그리고 복음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일컫는 말로 마테오, 마르코, 루가, 요한 이렇게 4명의 사도들에 의해 집필되었다. 각각의 사도들에겐 상징이 있는데, 마테오는 사람, 마르코는 사자, 루카는 황소, 요한은 독수리로 상징된다. 특히 이 복음들은 기독교가 전파하고자 했던 핵심이라 4대 복음사가 들은 하늘나라의 특별한 역할을 맡은 기독교의 수호자로 인식되어 모두 날개가 달린 존재로 기호화되었다.
마르코 사도가 사자로 형상화되는 이유는 '왕으로서의 예수님'을 강조하는 그의 복음 서두에 세례 요한이 예수님을 영접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장면에서 기인한다. 그 소리가 마치 사자의 으르렁거림과 같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루카 복음은 예수님이 우리의 죄를 구원하기 위해 희생한 것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되었기에 제물로 쓰이는 황소로, 요한복음은 예수님은 하늘로부터 왔다는 신성을 강조하여 쓰였기에 독수리로, 인간으로서의 예수에 초점을 맞추어 집필한 마태오는 사람으로 형상화되었다.
바로크 화가 루벤스가 그린 그림에도 복음사가의 상징들이 잘 나타나있다. 맨 왼쪽 등을 보이고 있는 루카 사도의 엉덩이 아래로 소가 보인다. 그 옆으로 감은 옷을 입은 마태오 사도와 루카 사이에 마태오의 상징인 천사가 있고, 발 밑에 사자를 둔 마르코 사도와 맨 오른쪽 요한 사도의 위쪽으로 그의 상징인 독수리가 보인다.
베니스의 산 마르코 성당 뿐 아니라 많은 교회 건축물의 안 팎에서 우리는 이런 상징들을 만날 수 있다.
이쯤 되면 얼른 가서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엉덩이가 들썩거릴지도 모르겠다. 벌써 스카이스캐너를 열고 있을지도...
빨리-많이-대충 에서 천천히-깊게-대화하는 여행을 만들어주는... 그림 보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