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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May 15. 2018

찬란하고 쓸쓸하神 공유의 마세라티

넵투누스의 트라이던트

지난해 많은 여성들의 애간장을 살살 녹인 '찬란하고 쓸슬하神' 공유가 '도깨비'라는 드라마에서 타고 나와 인기를 끌었던 자동차가 '마세라티'다. 자동차의 뒷부분에 브랜드 로고와 엠블렘을 떼어버리면 소나타인지 아반떼인지 구별 못하는 '자동차 지식 거지'인 나도 마세라티가 지나가면 뭔지 모를 카리스마에 끌려 차의 진행방향을 따라 고개가 돌아가곤 한다. 그리고는 마세라티의 예술적인 마케팅이 떠올라 마음속으로 다시 박수를 친다.


드라마 '도깨비'의 주인공 공유 + 마세라티의 조합은 한국의 신화와 그리스-로마 신화가 만났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도깨비와 바다의 신인 넵투누스 (그리스 신화에서는 포세이돈으로 로마 신화에선 넵투누스라 부른다. 넵투누스의 영어명은 넵튠이다.)와의 만남이다. 마세라티의 엠블렘이 바로 넵투누스가 들고 있는 삼지창이라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을 텐데 왜 마세라티는 넵투누스의 삼지창을 엠블렘으로 선정했을까?


이탈리아 볼로냐의 마조레 광장엔 넵튠의 분수가 있다. 조반니 다 볼로냐 (Giovanni da Bologna 1529년 ~ 1608)가 교황 비오 4세의 명령으로 1567년에 완성했다. 넵투누스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계보로 보면 크로노스와 레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올림푸스 신들 중에서 최고의 신인 제우스, 저승의 신 하데스와 형제지간이며 헤스티아, 데메테르 및 헤라와는 남매 사이이다. 넵투누스는 바다와 강, 호수, 조그만 샘에 이르기기까지 '물'을 다스리는 신으로 거친 머리칼과 턱수염을 한 건장한 몸과 삼지창(트라이던트)을 세워든 당당한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삼지창의 세 개의 가지는 각각 구름, 비, 바람을 상징하고 그 삼지창으로 바다에 파도를 일으키거나 대지에 지진을 일으키며 하천과 샘을 솟아나게 한다.

넵튠의 분수가 유명한 것은 다소 민망한 자세의 바다의 요정들의 모습 때문이기도 하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조반니 다 볼로냐가 마조레 광장에 넵튠의 분수를 만들고 나서 약 350년이 지난 후 볼로냐엔 다시 한 번 그 도시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드는 형제들이 태어나는데 열 두살에 증기기관 자동차 장난감을 만들고 열 일곱살엔 단기통 엔진을 단 자전거를 설계한 카를로 마세라티와 그의 형제들이다. 그들은 어린 시절 도시의 광장에 위엄 있게 서있는 넵투누스와 그의 신화를 들으며 자랐고 그들이 가장 좋아했던 자동차를 직접 만들기로 의기투합 한다. 1914년의 일이다. 그리고 마세라티 형제 중 예술가로 활동하던 마리오가 1926년에 넵투누스의 삼지창을 모티브로 마세라티의 엠블렘을 완성한다.


넵투누스의 삼지창과 마세라티의 엠블렘은 마치 복사하기-붙여넣기 처럼 똑같다.

에시오도스가 쓴 '신들의 계보'에서는 넵투누스를 “굉음을 울리며 대지를 흔드는 이”라고 묘사되어있다. 또한 고대의 기록에 따르면 넵투누스는 말의 창시자 또는 말의 조련사로 불리기도 하는데 인간에게 말을 다루는 기술을 가르쳐주었다는 기록과 함께 경마의 창시자이자 기수들의 수호신이라고 전한다. 넵투누스의 여러 가지 일화로 말 외에도 황소, 돌고래, 물고기로 상징되기도 한다. 넵투누스는 올림포스 신들 중에서 제우스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그래서 유일하게 제우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신이다. 고대인들이 바다에 대해 가지고 있던 두려움과 경외심을 생각하면,  넵투누스의 힘은 강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비오 4세가 교황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조반니 다 볼로냐에게 주문을 했고 그가 만든 당당한 넵투누스 청동상은 교황을 매우 만족시켰을 것이다.

넵투누스의 말, 월터 크레인(Walter Crane), 영국,  1893년, 캔버스에 유채,  216x86cm, 뮌헨 노이에 피나코텍


월터 크레인이 그린 <넵투누스의 말>은 걷잡을 수 없는 힘으로 거칠게 달려오는 백마들을 밀려드는 파도의 흰 거품으로 절묘하게 묘사했다. 그 뒤에 팔을 벌려 말들을 몰고 있는 넵투누스의 모습은 그림의 끝에 작게 묘사되어 있지만 그림 속에서 느껴지는 원초적인 힘을 다스리는 신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바다의 신 넵투누스, 에티엔 조라(Etienne Jeaurat 1699년~1789),제작연도 17세기경, 캔버스에 유채, 루브르 박물관


에티엔 조라가 그린 <바다의 신 넵투누스는> 삼지창을 거머쥔 채 성난 파도처럼 날뛰는 말들을 조련하는 넵투누스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그렸다. 오른쪽 아래엔 소라나팔을 불고 있는 아이가 보이는데 넵투누스의 아들 트리톤이다. 상체는 인간의 모습이고 하체는 물고기의 모습을 한 반인 반어로 소라나팔을 불어 폭풍우를 잠재우는 능력을 갖고 있다.


다시 자동차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마세라티와 함께 거론되는 자동차 브랜드인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페라리의 엠블럼은 말이고 람보르기니의 엠블럼은 황소다. 재미있게도 말과 황소를 조련하는 신 넵투누스의 트라이던트를 엠블럼으로 가진 마세라티. 자동차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그저 브랜드에 대한 호불호가 있는 나이지만, 한국의 전통 신화를 모티브로 한 '찬란하고 쓸쓸한 神  도깨비' 공유가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는 장면을 보며 드러마 도깨비를 산택한 마세라티의 영리한 마케팅도, 단순한 도깨비 신화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작가와 드라마 제작팀에게도 어찌 박수 치지 않을 수 있을까?




빨리-많이-대충 에서 천천히-깊게-대화하는 여행을 만들어주는... 그림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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