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필사 노트> "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by 이수정

시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경이롭다.

일상적인 것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그 시선은 스스로를 행복하게 할까? 아프게 할까?

작은 눈발들이 강에 떨어지는 족족 녹아버리는 것이 안타까운 그 마음은

마치 자신이 강인 양 언어로 굽이치고

세찬 물소리로 읽는 이들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강물에 내려앉는 눈발을 바라보며 이런 시를 쓰는 사람들

필경 시인들은 아프지 않은 날 하루도 없을 테고

행복하지 않은 날 하루 없을 거다.



<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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