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편히 살아도 되는건가?

<필사 노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by 이수정


어느 계절을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뭐 딱히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하는 계절은 없어요. 그런데 겨울보다는 여름이 나아요.

여름을 버티는 일이 겨울의 추위를 이기는 것보다는 조금 수월하거든요.

봄엔 꽃 보느라 설레고 여름엔 휴가가 있으니 신나고 가을엔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겨울은... 별로예요"


이런 계절에 대한 얄팍한 감상을 가지고 있던 나는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나선 그만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中, 신영복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게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 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파악되지 못하고
말초 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혐오에 있습니다.


작년 여름엔 일사병으로 병원에 실려온 환자들의 대부분은 취약계층의 노인들이 많았다 하고 한 겨울이 되면 쪽방촌에 사는 사람들은 수도 동파로 난방은 물론 먹는 일 조차도 어려워진다고 한다.


그저 꽃이 피고 날이 맑아 행복하고, 비가 오고 추워서 거추장스럽다고 느끼는 것이 전부였던 내가 상상으로도 알지 못하는 세상이 얼마나 많은지, 그저 나만 이렇게 편안하게 살아가도 괜찮은 건지 신영복 선생님의 글이 내 마음에 커다란 바위 하나를 던져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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