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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Apr 21. 2019

옥탑방

<필사노트> 함민복 "옥탑방"

<필사노트> 함민복 "옥탑방"                                                                                                                              



눈이 내렸다


건물 옥상을 쓸었다


아파트 벼랑에 몸 던진 어느 실직 가장이 떠올랐다




결국


도시에서의 삶이란 벼랑을 쌓아올리는 일


24평 벼랑의 집에 살기 위해


42층 벼랑의 직장으로 출근하고


좀더 튼튼한 벼랑에 취직하기 위해


새벽부터 도서관에 가고 가다가


속도의 벼랑인 길 위에서 굴러 떨어져 죽기도 하며


입지적으로 벼랑을 일으켜 세운


몇몇 사람들의 희망이 되기도 하는




이 도시의 건물들은 지붕이 없다


사각 단면으로 잘려 나간 것 같은


머리가 없는


벼랑으로 완성된




옥상에서


초혼(招魂)하듯


흔들리는 언 빨래소리


덜그럭 덜그럭


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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